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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민족극단 우금치가 '친일군일 김창룡묘 이장 촉구 대전시민대회'에서 순국애국지사를 위한 '진혼굿'을 공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장재완

"제 나이 90입니다. 제가 죽으면 국립묘지에 가게 될 텐데, 어떻게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던 김창룡이와 함께 나란히 누울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제가 눈을 감고 편히 잠들 수 있겠습니까? 친일파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파내는 것이 이 늙은이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애국지사 김택점(90. 전 광복회 대전지부장)씨의 절규가 대전역 광장에 울려 퍼졌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대전지역 14개 단체 회원 및 시민 100여명은 9일 오후 5시30분 대전역 광장에서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장촉구 대전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수년 동안의 현충원 앞 항의시위와 성명발표에도 불구하고 관계기관인 현충원과 국방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활동을 위해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열린 시민대회다.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누구?

▲ 대전국립묘지 제1장군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김창룡씨의 묘
ⓒ심규상
김창룡 전 특무부대장은 함경남도 영흥 태생으로, 일제시대 관동군 헌병대 정보원, 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원, 군검경합동수사본부장, 육군특무부대장 등을 지냈다. 지난 1992년 안두희에 의해 김구 선생 암살 당시 '실질적 지령'을 내린 인물로 지목됐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한국전쟁 당시 육군본부 정보2과 근무)는 2000년 1월, '대전형무소 학살사건'을 공론화시킨 재미동포 이도영 박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전쟁 당시 양민학살은) 전부 김창룡(당시 육본본부 정보국 4과장)이 한 것이다"고 증언한 바 있다.

대전 국립묘지에는 김창룡 중장 외에도 유학성 전 의원(1927~1997. 육군대장. 12.12 관련 인물), 오제도 검사(1917-2001. 한국전쟁 직전 '보도연맹' 주도) 등이 안장돼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심규상 기자
이들은 "친일잔재 청산 없이 우리민족의 미래 없다", "독립투사 통곡한다 김창룡묘 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친일군인 김창룡의 묘와 친일언론인 서춘의 묘 이장을 촉구했다. 또한 '친일문학 작가 작품 전시회'와 '친일언론 행적 전시회' 및 서명운동도 함께 전개했다.

노래패 '좋은소리'의 노래공연으로 막을 연 이날 시민대회는 순국선열 및 민주애국지사에 대한 묵념, 참가단체 및 내빈소개, 대회사, 격려사, 성명서 발표, 시민발언대, 민족극단 우금치의 진혼굿 공연 순으로 진행됐으며, '광야에서'를 함께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대회사에 나선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일재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59년이 지났건만 친일의 잔재는 청산되지 못하고, 여전히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들이 애국지사로 둔갑하여 국립묘지에 편안히 안장되어 있다"며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 지부장은 "흐트러진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기 전에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며 "친일청산을 위한 작은 걸음인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장운동에 시민들의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격려사에 나선 최재흔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우리가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은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반민족 친일군일 김창룡과 친일언론인 서춘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쫒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택점 전 광복회지부장도 격려사를 통해 "이제 나이가 90이 다 된 사람이 무엇을 더 바라겠나? 어서 빨리 나라를 배신한 친일파들이 청산되고 진정한 이 나라의 광복을 보고 죽는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열심히 싸워서 친일파 김창룡이를 국립묘지에서 꼭 쫓아내달라"고 당부했다.

▲ 많은 시민들이 '친일군인 김창룡 묘 이장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 오마이뉴스장재완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묘가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되어있는 것은 우리 대전시민을 욕보이고 역사를 욕보일 뿐만 아니라 국립묘지에 고이 잠들어 계시는 애국지사들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김창룡의 묘를 추방하여 반민족행위자들은 죽어서도 단죄받는다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워, 다시는 나라와 민족을 배반하는 무리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대전역을 찾았던 수많은 시민들은 시민대회에 발길을 멈추고 서명에 참여하거나 전시물을 유심히 둘러보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시물을 둘러보던 노장균(49. 대구)씨는 "친일군인의 묘가 아직도 국립묘지에 묻혀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우리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서민우(26. 대전 중구 중동)씨도 "아직도 친일청산에 대해 논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작은 힘이지만 친일청산에 동참하고자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는 민족극단 우금치의 순국애국지사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굿' 공연이 펼쳐졌다.

관계당국 "유족들의 요청 없이는 이장불가"

▲ 9일 대전역 광장에서 열린 '친일군인 김창룡묘 이장 촉구 대전시민대회' 장면.
ⓒ 오마이뉴스장재완
한편 이런 시민단체의 요청에 대해 관계당국은 '이장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우리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유해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을 뿐 이장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관계법령에 의해 국방부에서 이장을 결정, 통보해올 경우 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해 8월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자는 관련법(국립묘지령 15조)에 의거 피안장자의 유가족으로부터 이장 요청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이장불가입장을 분명히 하며 "군은 안장대상 여부를 오직 관계법령에 의거 결정하고 있다"며 "사회여론에 따라 결정될 경우 더 많은 혼란과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여론 형성으로 관계기관의 안이함을 일깨우겠다"
[인터뷰]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장재완
최근 친일군인 김창룡묘 이장추진 시민대책위 구성에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여인철 대전지부장을 현장에서 만났다.

여 지부장은 "시민대책위가 구성됨으로 해서 상설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며 "관계당국의 안이함과 무성의함을 국민여론 형성으로 일깨워 반드시 친일파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몰아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여 지부장과의 짧은 인터뷰내용.

-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등 기념일을 기점으로 김창룡 묘 이장 촉구대회를 개최해 왔다. 그러나 이런 부정기적 활동으로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 상설활동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게 됐다."

- 현재 몇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가.
"현재까지 16개 단체가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그 밖에도 더 많은 단체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그동안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뛴 덕분에 여론화 작업은 상당히 진행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계당국은 전혀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칠 계획인가.
"대책위가 구성됨으로 해서 상설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 전과 같은 산발적인 활동이 아닌 지속적인 대국민홍보 활동, 서명운동, 항의방문, 관련법개정운동 등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 문제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관계당국의 안이함이다. '현충원은 우리소관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국방부는 관련법령 대로만 집행할 뿐이다'라고 할 뿐이며, 입법부는 무관심하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친일청산을 입으로는 매일 외치면서도 실질적인 실천에는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국민들의 여론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대국민 홍보를 통해 여론형성으로 관계기관들을 압박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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