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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킴머피겔러리"
ⓒ 한상언
<서울 무지개>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던 영화배우 강리나씨가 설치미술전을 열고 있다. 설치미술가인 김애나씨와 함께 하는 이번 전시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엘렌킴머피갤러리'에서 4월 19일부터 5월말까지 전시된다.

'은빛 바람꽃을 보다'라는 주제로 전시중인 강씨는 미사일, 탱크 등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를 '바람꽃'과 '소파'로 표현, 폭력과 파괴의 대상을 평화와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강씨는 인터뷰에서 이라크 전쟁이나 북핵 문제를 고려해 전시를 기획한 것은 아니며 첨단 무기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강씨는 1995년까지 20여편의 영화에 출연, 7편의 영화미술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회화에서 설치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함께 전시를 하고 있는 김애나씨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가 국내에서 갖는 두 번째 전시이다. 김씨는 스팽글을 이용한 작업을 통해 죽음을 넘어선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주로 물고기, 산,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김씨의 작품은 물고기가 주는 생동력, 산과 꽃이 주는 편안함을 담고 있다.

4월 24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양평의 '엘렌킴머피겔러리'에서 강리나씨와 김애나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강리나씨 인터뷰

▲ 강리나
ⓒ 한상언
- '은빛 바람꽃을 보다'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어떻게 기획을 하게 되었나
'지구촌 한쪽에서 전쟁이 일어나서 미사일을 제작했느냐'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과 상관없다. 제가 한강변을 지나는데 어떤 금속성의 물체가 눈에 띄었다. 풀밭에 잠들어있는 미사일과 같은 것이 저에게는 아주 감각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잠자는 미사일은 참 아름답구나 생각했다. 미사일이 공격적이고 파괴적이고 참혹의 대상인데 이것을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미사일의 이름을 바람꽃이라고 지어주면서 제작을 했다. 바람꽃은 개화와 낙화의 시기가 굉장히 빠르다. 속도가 빠른 게 미사일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미사일이 한창 날라 갔다가 전성기를 이루듯 바람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은빛 바람꽃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 이번 이라크 전쟁은 미사일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미사일이 많이 사용됐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라크 전쟁과 함께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한다."

- 미사일에 기호들이 적혀있다. 그 기호들이 상징하는 의미는?
누군가가 말 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적은 것이다.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드로잉의 연장선으로 표현된 것뿐이다. 특히 저 기호중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좋아한다. 그 이론의 결과물이 핵이다. 이것은 힘의 원천이다. 나도 상대성이론을 쓰면서 한번 힘을 받아보자는 의미에서 주술적 의미로 썼다.

▲ 강리나씨의 미사일 작품
ⓒ 한상언
- 소파가 전시장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에 생각하는 전쟁은 마치 게임과도 같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전쟁의 소품들을 사용하긴 했는데 전시관을 찾는 사람들은 그게 무시무시하기보다는 어느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상징물같이 여긴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실제로 사람을 죽이고 가족을 잃어가고, 좌절, 절망 이런 논픽션이 일어난다.

이런 비극적인 것을 어떻게 평화롭게 역설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미적 코드로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연구했다. 그래서 아까 보셨던 의자는 원래 탱크의 소재이다. 탱크를 의자의 안정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미사일은 예쁘게 표현했다. ICBM이라는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만들었다. 내가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소유해서 이것이 21세기에 나의 힘의 원천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미사일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보유할 수 없다. 미사일이나 핵같은 경우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다. 미사일과 핵을 많이 만들어주어서 대리만족이라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미술로 조용히 돌아왔다. 그 계기나 이유?
"저는 100년동안 사는 삶이 굉장히 짧다고 생각한다. 만세를 살고 싶어하지만 천년도 못살고 100년도 못산다. 그런데 이러한 100년동안의 삶 속에서 내가 과연 진지하게 무엇을 남길까 많이 생각했다.

영화도 중요한 작업이었고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 나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나 나의 남은 삶 속에서 추억으로 남겨서 이야기할 부분은 아무래도 이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제 성격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설치미술로 바꾸었다.
"원래 학부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했다. 갑자기 모델하고 영화 찍고, 그래서 영화 한 20편을 찍었다. 동시에 영화미술도 했다. 무대설치도 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포스터 카피라이터도 하고, 이런 일을 일곱 편 정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유학도 갔다오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설치미술쪽으로 가게됐다. 영화 했던 것이 많은 영양소나 촉진제가 되었다.

제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한 5년 정도 더해서 주변사람들한테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이렇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추구하는 작품 세계와 다음 작품의 계획
"오래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고, 두 번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인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면 건강하고 오래 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명하신 분들도 오래 살아서 많은 작품, 역작을 만들었다. 나는 오래 살고 싶다. 앞으로 오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요즘 디지털시대다. 디지털시대는 빠르고 간편하다. 그것이 우리를 더 빨리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아날로그 시대의 삶을 지향하고 싶다. 다음 전시는 아날로그 숫자와 아날로그의 형식을 둔 설치를 하고 싶다.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김애나씨 인터뷰 전문

▲ 김애나
ⓒ 한상언
- '죽음 보다 강한 사랑' 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기획한 이유?
"삶은 우여곡절, 희로애락 다 포함되어있다. 사람들은 살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죽음 하면 끝이다. 그런데 그 너머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죽음,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허무만 있을까? 어둠만 있을까? 깜깜할까? 환할까? 그것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삶을 살다 보니까 사랑이 죽음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경험, 체험 이것이 저에게 도움을 주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다. 죽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이 우리 모두를 살린다. 사회나 세계나 많이 험악하다. 절망일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을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을 통해 다시 살릴 수 있다.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 강리나씨와 함께 전시를 하고 있다. 강리나씨의 작품과 비교한다면?
"강리나씨 작품은 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미사일이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강한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 자신은 미사일을 바람꽃에 비유를 하고 에너지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표현에 있어 폭력적이지 않다. 그 부분이 제 작품과 맞아떨어진다. 강리나씨의 작업도 결국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폭발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사랑의 컨셉이다. 제 작품과 표현양식이 달랐을 뿐이다. 결국 사랑을 통해 전쟁과 고통받는 모든 인간, 시간들을 치유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현재의 작업이 평면에서 공간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내 가슴속에는 공간 개념이 훨씬 더 많았다. 물론 학부에서 평면작업을 했고, 그렇게 학습을 받아오긴 했지만 내 가슴이나 머리속에 늘 가지고 있었던 개념은 공간개념이었다. 그러다보니 평면작업을 계속 해와도 평면에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더라. 평면을 넘어서는 좀 더 많은 표현력이 요구되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과도기라는 시점이라 불안정하게 보일까 하는 느낌도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너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지금 바른 향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애나씨의 물고기 작품
ⓒ 한상언
- 작품의 소재가 물고기, 자연을 다루고 있다. 이런 소재를 다루는 이유는?
"사람이 자연과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늘도, 산도,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산이 사람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사람이 산을 필요로 한다. 사람 혼자 허공에 떠 있을 수는 없다. 이 모든 만물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자연의 소재를 많이 찾는다.

물고기의 솟아오르는 힘찬 생동력, 활기를 주제로 삼았다. 꽃이나 산 이것들은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는 산소와 같은 존재이다. 도시에 살면서 산이 꼭 필요한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꼭 필요한 것처럼 그런 의미의 것들을 이용했다."

- 스팽글을 이용한 작업을 했다. 스팽글을 재료로 이용한 이유?
"사람들이 스팽글이 왜 여기에 나타났나 신기해한다. 학부를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 생활을 6년 정도 했다. 그때 스팽글을 부자재로 처음 접했다. 지금 제 작업 과정에 빛과 환희를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죽음 뒤에 끝나지 않는, 소멸되지 않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물감으로는 안되더라. 색으로 아무리 노력을 해봤는데 성에 안찼다. 그래서 그때 패션디자이너를 했을 때 사용했던 스팽글이 그림의 재료로 사용하는데 영향을 준 것 같다."

- 배경을 붉은색으로 표현했다.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붉은색 자체를 좋아한다.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피뿌림에 관한 메시지일 수 있다. 피뿌림 뒤에 화려한 스팽글이 달리면서 회복의 의미, 치료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살아나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뿌려짐으로 인해 씻겨지는, 정화가 되는 그런 의미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제 의도는 그런 것이다."

- 이후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 그대로다. 작품의 성향과 사용하는 재료, 컨셉은 많이 변할 것이다.

어떤 재료가 저를 매혹시켜서 제가 그 재료를 쫓아갈지, 오브제로 사용할지 그것은 아직 모르겠지만 제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죽음보다 강한 사랑'에 있다. 그렇게 해야만 회복이 일어날 수 있고, 다음 세대에게 살기 좋은 토양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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