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챔피언 박종팔 선수가 통쾌한 KO승으로 3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아무개 특파원입니다.

기자 오늘 미국 LA 메모리얼 스포츠 애리나에서 벌어진 IBF(국제권투연맹) 슈퍼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박종팔 선수가 도전자 커토를 15회 2분 15초만에 KO로 눕히며 3차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박종팔 선수는 3라운드에서도 강한 라이트 훅을 적중시켜 도전자를 다운시키는 등 시종일관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갔습니다. 하지만 '맷집의 사나이' 커토는 계속 얻어맞으면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챔피언을 괴롭혔습니다.

박종팔 기쁩니다. 성원해 준 교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8회 상대를 가격하다 양쪽 손에 가벼운 부상을 당했습니다. 초조하기도 했구요, 10회 이후부터 KO를 의식했습니다.

기자 결국 15회 도전자는 라이트 훅 두 방을 연달아 얻어맞고 큰 충격을 받은 듯 로프를 붙잡고 쓰러졌습니다. 커토가 프로생활 14년만에 처음으로 KO로 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한국에서 2차 방어전 상대로 나섰다가 판정패한 커토는 챔피언에게 두 번 모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챔피언은 41승(35KO) 1무 3패, 도전자 커토는 79승(29KO) 3무 7패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앵커 아무개 특파원, 오늘 박종팔 선수의 승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하던데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박종팔 선수로 인해 한국 복싱은 1975년 이후 미국전 9연패에서 벗어났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전에서 최초로 승리한 한국 복서가 된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그렇다. 미국에서 벌어진 세계타이틀전, 단 한 번의 승리. 한국 복싱계는 WBA, WBC 미국원정 24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주먹으로 가난을 극복한 신화의 주인공 '박종팔'. 그의 복싱 스타일은 한마디로 우직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유오성을 떠올리면 적당할까. 하지만 경량급 선수 중심으로 돌아가던 당시 복싱계에서 박종팔은 보배였다. 한 방에 걸린 상대 선수들은 휘청거리기 일쑤였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복싱팬들은 '가벼운 복서'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통쾌함을 만끽했다.

 영화 챔피언에서 '박종팔'역을 맡았던 배우 김병수 씨와 함께
ⓒ 김병수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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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프로에 데뷔한 박종팔은 승승장구하며 데뷔 2년만에 동양 타이틀을 거머쥔다. 1984년 7월 IBF슈퍼미들급 챔피언 머레이 서덜랜드에게 KO승을 거두며 왕좌에 오른 박종팔은 명실공히 한국 중량급 복서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는다.

이후 8차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박종팔은 WBA에 눈을 돌리고 타이틀을 자진 반납한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헤수스를 2라운드에 KO로 누이고 초대 WBA 슈퍼미들급 왕좌에 오른다.

비록 2차 방어 실패로 챔피언 벨트는 오래 간직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박종팔은 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복서중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통산전적 53전 46승 2무 5패(40KO).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박종팔에게 패배의 쓴맛을 알려 준 선수가 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바로 이효필씨(45)다.

4월 5일자 스포츠서울은 박종팔씨(45)의 근황을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박종팔이 30년 가까이 절친한 친구이자 80년대 중반 격투기 제왕으로 군림했던 이효필과 격투기 대결을 벌인다"며 "아마추어 복싱에서의 두 차례 대결 이후 26년만에 링에서 다시 만난다"고 보도했다.

이어 스포츠서울은 "박종팔은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등산을 한 덕분에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은 상태"라며 두 사람 모두 "새천년민주당 체육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만나 찻잔을 기울일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는 두 사람이 어떤 대결을 펼칠지 궁금하다.

하지만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 아마도 '박종팔'의 주먹 한 방에 통쾌함을 만끽하던 시절과 미국에서 승리한 유일한 챔피언 '박종팔'을 곱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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