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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지역 농협들이 조합원보다는 임직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부 농협의 경우 전무의 연봉이 국무총리 연봉에 육박하는 등 농가부채에 신음하는 농민의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고액 연봉, 명분 없는 수당…"당신들의 천국인가"

장흥군 농민회(회장 김현국)는 장흥군내 9개 농협에서 수집한 2002년 결산서와 2003년 예산서를 바탕으로 '장흥군 농협 백서'를 발간했다.

김현국 회장은 "농협 임직원들의 보수 실태에 대해 갖고 있던 평소 의문을 풀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협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백서 발간계기를 설명했다. 농민회가 지역내 농협의 자료를 수집해 백서를 발간한 것은 전국 최초다.

장흥군 농민회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유치농협(조합장 고홍천)을 제외한 장흥군내 8개 농협 모두 매출총이익대비 판매관리비가 80%를 넘어서고 있으며 장흥읍 농협의 경우 120%에 달했다.

반면 교육지원사업비는 최저 0.78%에서 최고 1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농협이 농민교육과 비료 및 퇴비 등의 무료 지급 등에 쓰이는 교육지원사업비보다 인건비 및 사무용품 교체·구입 등에 쓰이는 판매비와 관리비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흥군 농민회는 불필요한 판매관리비의 예로 안양농협(조합장 손홍석)이 2003년 예산서에 책정한 본인과 직계가족에게 조합비로 지급되는 '경조금 재해 부조금' 등 9개 수당을 지적했다. 특히 "명분없는 수당으로써 임금의 4배를 받는 보건단련비, 출근하면 무조건 4천원이 지급되는 업무활동보조비는 대표적 도둑질이다"고 백서를 통해 비난했다.

▲ 최근 농협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농협임원들은 그럴 자세가 없는 듯 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백서는 또 턱없이 높은 간부직원 비율을 꼬집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인사지침은 간부와 일반직원의 비율을 1:5로 하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장흥군내 농협들은 평균 1:2.6의 비율을 보여 간부직원 수만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회덕농협(조합장 김기선)의 경우 4급이상 간부 7명에 5급이하 일반직원 8명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다 전 직원의 간부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조합장과 전무들의 높은 연봉 역시 농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한다는 지적이다. 장흥군 농민회가 각 농협에서 수집한 2003년도 예산서에 따르면 장흥읍농협을 제외한 8개 농협 조합장 연봉은 7000만원에서 9600만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무들의 연봉은 최고 1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보통 농협 임원의 연봉은 결산시 그해 수익에 따라 최고 10%에서 최저 3%∼4%정도 깎이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이 받는 8500여만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백서에서는 농협직원의 월급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농협 입사10년차 21호봉 직원이 월 360여만원을 받는 반면 대학을 졸업하고 조직내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7급 13호봉 공무원이 월 220여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농협 직원의 높은 임금수준을 드러냈다.

장흥군 농민회는 이와 관련 "임직원의 높은 고용비용에서 농협부실이 싹트고 조합선거 때 당선을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고 백서에서 지적했다.

농민회, 농협 중앙회 개혁, 장흥군지부 폐쇄 요구

'장흥군 농협 백서'는 경제사업 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높은 예대마진을 들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써 금융기관의 수입이 되는 예대마진이 높을수록 대출을 받은 자는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예금을 한 자는 낮은 이자를 받는다.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농협의 경우 11.45%로 백서가 기준으로 삼은 광주은행의 9%와 2.45%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일반 담보대출 역시 6.23%의 광주은행보다 최고 4.27%를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5%를 적용하는 광주은행과 동일하거나 최고 1% 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돼 예대마진이 광주은행보다 최고 2.6%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장흥군 농민회는 "자치단체의 공공예금을 취급함으로써 생기는 농협중앙회의 이익을 회원조합에 환원시켜 대출금리 인하 또는 조합원 이익향상에 이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공예금에서 생기는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개혁 없이 단위농협의 경영상황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장흥군 농민회는 중앙회-도지역본부-시군지부-회원조합의 4단계 구조를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규정하고 "농민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돈 놀이를 하는 장흥군 지부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에 농협 장흥군지부(지부장 노철근)는 "그냥 앉아서 벌어들이는" 공공예금 이익 추정치 33억원이 회원조합에 돌아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흥군 농민회는 백서발간과 관련해 지난 3월말경 장흥군내 회원조합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박형대 장흥군 농민회 사무국장은 "조합장들이 백서발간에 대해 많이 서운해했다"면서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니 농협개혁은 한참 멀었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현국 장흥군 농민회장은 소액주주운동을 예로 들며 "단위농협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벌여 조합원이 주인되는 농협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한편 노철근 농협장흥군지부장은 백서와 관련해 "자료가 부정확해 몇 가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매출총이익대비 판매관리비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순수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50%선"이라고 밝혔다.

노 지부장은 "임직원의 급여가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앞으로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인건비 지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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