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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4일 오후 광산구노인복지관 소강당에서 클린광산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진 조합원들.
 2012년 12월 14일 오후 광산구노인복지관 소강당에서 클린광산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가진 조합원들.
ⓒ 양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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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대행업체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었다. 미화원들이 직접협동조합을 만들어 청소 대행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 사례다.

미화원들, 협동조합 설립... 고용불안·노사갈등 없애고, 민간위탁 불합리 해결

지난 12월 21일 계약 해지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였던 미화원들이 '클린광산협동조합'(이사장 신영훈)을 설립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10일 후인 지난해 12월 31일 클린광산협동조합과 '생활·음식물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품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은 지난 2일부터 월곡1·2동, 하남2지구의 미화 업무를 시작했다.

클린광산협동조합은 광산구 관내 청소를 대행하던 D미화 소속 미화원 16명이 출자해 탄생했다. D미화는 업체 사정으로 폐업을 결정했고, 미화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였던 것. 고용불안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지난 9월부터 광산구에 고용 승계를 호소해왔다.

풀릴 것 같지 않던 고용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 계기는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에 눈을 돌리면서부터다. 미화원들이 협동조합 설립 의사를 밝히자, 구는 2012년 11월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제반 정보를 제공하고, 설립 절차를 지원했다.

미화원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공공기관과 청소대행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전국 최초다. 이 사례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째, 공무노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공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행정기관은 그것을 적극 지원한 사례가 된 것. 클린광산협동조합은 사업주의 '선의'에 의존해야만 했던 위탁업무 고용승계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둘째, 고용불안과 노사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사주인 동시에 직원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조합원들이 공동운명체임을 자각해 현장에서 자율적인 토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 노사 간의 충돌이 생길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셋째, 근로자들의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이 높아진다. 협동조합의 이윤이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때문이다. 근무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업무 품질로 직결된다. 조합원들은 보다 질 높은 청소행정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임의식 커 청소행정 서비스 나아져"... 전국 최초 "모범 될 것"

미화원들은 노동문제에 정통한 외부 전문가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바로 신영훈 변호사다.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조합원 간 갈등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조합원들은 밝혔다.

현재 조합원들의 마음은 '기쁨 반 두려움 반'이다. D업체에서 노조지회장을 지낸 김성복 조합원은 "우리가 전국 최초 사례이기 때문에 더 좋은 성과를 거둬야겠다는 사명감이 크다"며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모범 사례가 되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역 노동계 역시 클린광산협동조합 출범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조영권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교육국장은 "민간위탁이 가진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고,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실제 노동자가 사주이기 때문에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제대로 분리하는 등 이전보다 나은 청소행정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클린광산협동조합 모델은 우리 사회 공무노동의 기반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태그:#협동조합,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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