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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이 개시되기 이전 영국의 반전 여론은 대단히 강력했다. 그러나, 의회에서 영국군의 전투 참여가 격론 끝에 승인되고,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여론은 급변했다. 물론 상당수의 반전 운동가들은 전쟁 반대(No War)에서 전쟁 중지(Stop the War) 운동으로 그 표어를 바꾸어 여전히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여론 조사 결과들에서 나타나듯이 국민들의 호응은 낮아진 상태이다.

이러한 여론의 반전(反轉)은 전쟁의 정당성이나 합법성을 떠나 영국군이 참전하고,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를 영국인들의 이른 체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인정 혹은 무기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잘못된 전쟁이지만, 자국의 군인들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그들을 침략자로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입장들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의 설명은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승복이라는 것이다. 영국 하원의원들이 영국인 전체의 의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쟁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오랜 시간 동안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 졌고, 그 결론을 짓기위해 이루어진 표결에서 다수결로 결정이 이루어 졌다면 그 결정 자체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이며, 그 절차들의 결과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견이 그 결정과 다르다 해도, 그것을 무한의 논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이 냈던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도리어 반전의 주장은 옳았으며, 그 주장이 제기했던 전쟁이 '나쁜 정책'이라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라는 것이 반전시위에 참여했던 상당수 사람들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여론은 영국과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자를 줄이고, 소위 '해방'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미국과 영국이 말한 대량살상 무기(WMD)의 증거를 찾아 내라는 주장으로 대변되고 있다.

반전 운동에 앞장 섰던 언론인 <가디언> <인디펜던트> <미러>와 같은 신문들은 이라크의 민간인 피해 실상을 르포 형식으로 다루면서,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서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점령 지역에서의 활동 등에 있어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라크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문제는 영국 정부가 '움카사 항을 확보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연일 떠들어 댔을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분야 이다. 영국의 BBC 뉴스 역시 매일 중요한 뉴스로 언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구호물자가 지급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을 정도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영국 정부는 이라크인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영국국민들의 지지를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나름대로 노력을 보이고 있다.

민간 부분에서 반전 여론에 모아졌던 국민들의 관심을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미 이라크 북부 지역에 60여명의 쿠르드인 직원을 확보하고 있는 자선 단체인 'Save the Children'은 600만 파운드(한화 약 120억원)를 모금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1991년부터 이라크 어린이를 위한 자선 사업을 전개해 온 바 있다. 한국에도 알려진 자선 단체인 Oxfam 역시 이라크 어린이 구호 운동을 전개중이다.

Christian Aid, 유니세프, 국경없는 의사회, 국제적십자사(ICRC), Care International 등 국제 자선 단체들 역시 일제히 세계인들에게 이라크인을 돕기위한 모금 운동에 기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순수 자선 단체가 아닌 인권운동 단체들인 Human Rights Watch와 국제사면기구(Amnesty International)은 미국과 영국군의 전쟁 진행에 대한 감시와 함께 후세인 정권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라크에서 전쟁 이후에 인권을 확립시키기 위한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이들은 유엔의 개입을 통한 이라크의 전후 복구계획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침공을 지시한 토니블레어 수상 역시 유엔을 통한 이라크의 전후 복구 및 민간 정부 수립 문제에 대하여 미국의 부시를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 정부는 비난 받아야 한다. 반전 운동가들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The Sun'과 같은 저질 언론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반전이 인간의 평화적인 삶을 지지하는 운동이라면, 정치적인 운동과 동시에 전쟁의 희생자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적극 동참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수백개의 시민 단체가 모여 한국의 파병 반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그러나, BBC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700명의 비 전투병을 파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국회는 이 파병안에 동의했다. 많은 영국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인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일 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에도 나서고 있으며, 영국 정부에 대한 압력들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기도만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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