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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사회에 드립니다.

2003년 새해의 벽두가 밝았습니다.

새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한해 고국에서 있었던 월드컵,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은 새로운 정치개혁 바람이 그렇고 한국인들의 희망에 대한 바람이 불타오르고 있는 것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이국땅에서 각자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해 이민생활을 해 나가지만 이민 1백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를 맞아 자기삶의 의미와 위치를 되돌아 볼수 있는 새로운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미주 이민 1백년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합니다. 민족사의 풍파와 함께 만주로 일본으로 러시아로 미주로 흩어져 찾아 나섰고 그 한 가운데 우리가 서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사연과 곡절이 없는 사람이 그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 자신만의 선택’으로 치부할 수있지만 그것은 도도한 역사의 대하(大河)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지류(支流)였던 것입니다. 개인으로서 볼 때 그것은 자기 삶의 존엄성을 이어가겠다는 끈질긴 이상의 추구이자 항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지배와 전쟁, 그리고 민족분단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지난한 삶의 노정에서 우리는 결코 '남’일 수 없었습니다. 비록 몸은 고국을 떠나 미국땅에서 살고있지만, 비록 한때는 남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하더라도 그 끈질긴 인연의 뿌리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미국땅에 살아가도 우리에겐 또 다른 ‘한국인’으로서의 평가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쳐야 하는 또 다른 한계이기도 합니다.

미국땅에서도 우리는 그 같은 제약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개인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이들이라면 "당신이 누구냐?” 하는 것 보다는 “당신은 어디에서 왔느냐?”하는 사실을 더 비중있게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영역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다른 동양인을 만났을 때 일본인이냐, 월남인이냐, 중국인이냐를 먼저 생각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이치입니다. 그것은 항상 현장에서 우리삶을 열어가는 열쇠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민역사가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 이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온갖 역경과 좌절을 딛고 일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날 번화한 로스엔젤레스의 윌셔가를 ‘점령’하다시피 한 한인사회의 모습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윌셔가를 ‘점령하다시피’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점령을 해야합니다. 다운타운에서 고국이 접해있는 태평양 연안의 바닷가까지 말입니다. 그것은 위대한 민족사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보란듯이 이 일을 해 내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성공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것에는 끝 또한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있고 명성을 얻어도 생리적인 욕구만 지향하다보면 결코 성공적이었다는 말을 남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것은 이민이 성숙한 성노년시대로 접어드는 지금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절박한 과제인 것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이웃들에게 좋은 일 하나 하려면 조금만 마음먹고 관심을 가지면 되는 일입니다.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인 것입니다. 그 작은 일 하나가 바로 한국인들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나타나고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평가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제는 경제력과 인구규모에 걸 맞는 일도 해야할 때입니다. 미국땅에서 비중에 맞는 정치력과 발언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더 여력이 있다면 이젠 그 힘을 조국을 위해 돌려야 할 때입니다. “조국이 나를 위해 해준 것이 뭐 있느냐?”고 묻기 이전에 “우리가 어떻게하면 조국을 살려 내겠느냐?”하는 것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일부 투사들만에 주어진 과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남쪽만이 내 조국이라는 편협한 인식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잘났건 못났건 둘다 엄연한 조국의 몸둥아리인 것입니다. 동포사회에서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고질적 분열상을 탈피하고 화해와 융합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분단시대의 논리는 이제 그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한국인들 스스로가 거부하는 대세가 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이민이 성숙한 단계로 접어든 미주한인사회에 요구하는 당위이며, 더 이상은 “다음”이라며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대한 민족입니다. 이제 희망을 가질 때도 되었습니다.서로 격려하고 부둥켜 안아주면서 희망을 길러 나갑시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동포를 애정어린 눈으로 대하며 관심을 가집시다. 게중에는 영어를 한글보다 더 친숙하게 쓰고 우리말 아닌 영어가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조국의 뿌리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간사에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마이뉴스 LA판 임직원 일동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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