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서자 아내 표정이 놀랜 빛이다.

" 일 났어. 엄마가 나를 보고는 심각하게‘ 아줌마 누구야' 하는 거야. 소스라쳤어요. "

장모님의 치매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신다.

처가는 오 남매, 아내가 막내이다. 홀로된 큰 처형은 집이 좁아 모시기 힘들고, 둘째 처형은 시어머니가 누워 계시고, 셋째 처형은 돈 벌러 다녀야 하고, 처남을 장모님이 원수 보듯 하신다.

나는 이미 부모가 돌아가셨고 아내의 어머님은 내게도 어머님이시다. 모시는 일을 마다할 일이 아니다.

우리 집에서 내 자식들을 받아주시고 키워주셨다. 10년은 아이들 키우시기에 뼈 골 빠지시고, 교통 사고로 장애자가 된 아내를 10여 년간 돌보아 주시고 눈물 마를 날이 없으셨다. 무정한 세월이었다. 나를 사위로 받아 주실 때 초롱한 눈매와 긴장된 몸가짐으로 가풍의 엄격함을 보여 주시던 어른이 나이 따라 이토록 무너지시다니.

아들네 가시면 당신 돈을 아들이 훔쳐갔다 하니, 아들이 도둑이요, 빈집 지키기에 너무 외로워 친척네 가시겠다고 길도 모르고 나서기 예사니, 직장 있는 며누리가 시어머니 모시기 만만치 않아 아들네는 잠깐이요. 내 집이 거처이시다.

당신 짐은 이제 옷 몇 가지, 늘 어딘가 혼자 나가 사시겠다며 옷가지를 쌓았다 풀었다 피난살이하듯 하신다. 장인 어른 생전에 원수 보듯 하시더니 이제는 꿈에 한 번만이라도 보시기를 원하는 외로움이 병이시기도 하다.

딸자식과 함께 계시면서도 늘 혼자라며 외롭다 하시고 당신의 어머니를 부르시며 어머니 왜 나를 날 불러 가세요 하고 우신다. 여든 아홉의 세월이 즐거움이 손꼽고 슬픔이 가득하셨기에 이제 노년의 가슴에는 한이 가득하심인가.

딸네 집에 계시나 사위인 나를 늘 어려워하신다. 다른 사람은 몰라 보셔도 사위를 분명하게 알아보신다. 늘 죄진 사람처럼 나를 대하신다. 식탁에 상을 차려도 사위와 멀리 떨어져 잡숫고, 사위가 있으면 화장실 출입도 못하시는 수줍은 어른. 깊어 가는 치매 증세가 날로 분명하여 슬프고 안타깝다.

" 여보시요. 나를 큰 딸네 보내지 말아요. 집이 좁고 시골이야. "
"어머니, 여기가 어머니 집예요. 어딜 가세요. "
" 고마워요. "
모녀가 함께 운다.
나도 한 마디 한다.
" 어머니 집이 여긴데 어딜 가시게요. " 노인은 그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 날 보내지 말아요. "

장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으로 우리는 이 분을 지켜드릴 생각에 나는 흔들림 없다.
알아주셔서 당신 마음이 편안하여야 할 텐데. 어른은 늘 걱정이시니 나도 걱정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생산성본부 iso 심사원으로 오마이뉴스 창간 시 부터 글을 써왔다. 모아진 글로 "어머니,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라는 수필집을 냈고, 혼불 최명희 찾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글을 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