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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은 노동자의 대안인가. 노동계가 '노무현 지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02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 마이너
지난 9월 12일 발족한 '개혁과 통합을 위한 노동연대'(공동대표 김영대 김호선 박태주 심일선 장운, 이하 노동연대)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외곽조직을 자임하며 노동계 '노무현 지지'를 조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엊그제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다. 그런데 개혁적 정당이 집권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게 됐다."

9월 17일 열린 개혁적국민정당 추진위원회 발족식. 이날 '정당개혁 국민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영대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은 '폭탄' 선언을 했다. 이 행사에는 김영대씨를 비롯해 김호선 전 공공연맹 위원장, 심일선 전 민주금융 위원장 등 노동계 출신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노동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이었다.

노동연대에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한국노총의 단위노조 간부 등 4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은 지난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들 가운데 국민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인원이 18만명에 육박했었다"면서, "앞으로 대선에서 노조의 지지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연대에 누가 참여하나

노동연대에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5명은 모두 연맹 위원장 출신들. 김영대 민주노총 전 사무총장은 청계피복노조 출신으로 민주노총 초기부터 활동을 해왔다. 이 밖에 김호선씨는 한국통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공공연맹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박태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전문기술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한국은행노조 위원장을 지낸 심일선씨는 민주금융 위원장 출신이고, 장운씨는 대학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85년 대우자동차노조 투쟁을 주도했던 홍영표씨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밖으로 드러난 인물 이외에도 민주노총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원들과 사무, 공공, 제조부분 노조 위원장 출신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노동연대는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임원들 조직화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 박수원 기자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에 대해 민주노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노무현에 대한 지지는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는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현 시기 우리 노동자의 선택이라는 점을 그 동안 수차에 걸쳐 결의해 왔다"며 "민주노총 간부 출신들이 보수 야당의 후보에 불과한 노무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자신의 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여러 차례 대의원대회를 통해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은 조직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공연맹에서 '노무현에 대한 지지는 노동자의 것이 아니다'는 성명이 발표되자 노무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는 공공연맹 노항래 연대사업국장은 연맹 홈페이지(http://public.nodong.org/) 자유게시판에 '노무현 어쩌고 한, 연맹 성명서를 보고 - 웬 자다가 봉창'이라는 글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한다고 연맹의 조합원을 향해서 민주노총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특히 낙인찍고 규정해놓고 규탄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다"는 견해를 올렸다.

이 글이 올라가자 게시판에는 '노무현 지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공공연맹은 연맹 성명과 배치되는 의견을 제기한 노항래 국장에 대해 9월 25일 중집회의에서 징계 안건을 상정했다가 14명 참석자 중 7명만 징계에 찬성해 징계 안건이 부결됐다. 공공연맹은 노항래 국장에 대해 보직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항래 국장 징계논의에 대해 연맹 게시판에는 "이번 문제가 노동자진영의 대선방침논쟁의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이 여러 건 제시돼 여전히 논란이 남겨진 상태다.

한편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의 민주노동당 탈당과 노무현 지지에 대해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은 "민주노총 내에서 소외 받고 있는 분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노동계 내부에서 그렇게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현은 DJ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노동연대 박태주 공동대표

▲ 박태주 노동연대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박태주(47)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하지만,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노동특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며, 얼마 전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했다.

박태주 연구위원은 "노동계에서 노무현 후보 공개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노동자를 정치에서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 참여가 필요하고,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언했나.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민주사회당(가칭)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노조와 정당은 다르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해서 민주노동당을 무조건 지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 선출 당시 당권자가 1만 2788명이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은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60만 조합원 가운데 1%도 당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영국이나 독일도 총연맹에서 정치방침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조합원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빼앗는 일은 비민주적이고 패권적인 일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따로 움직인다. 계급적 선명성만 주장하면서 주변에 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해서 재벌이 집권하거나, 극우가 집권하게 할 것인가."

- 노동연대는 어떤 곳인가.
"한 마디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노동계 출신들의 모임이다."

- 노동연대에 노조 출신 간부들이 40여명쯤 참여한다고 했는데. 명단은 언제쯤 공개할 예정인가.
"원칙적으로 다 공개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운동 내에서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다. 2-3명 정도는 아주 난감해 하고 있다. 시기를 고민 중이다."

- 주로 공공부분과 사무직 노조 위원장 출신들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제조업 쪽도 있고, 다양하다."

- 노동연대 회원들 다수가 개혁적 국민정당에 참여하고 있다. 조직적인 참여로 봐야 하나.
"다수가 참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지는 하지만 참여는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민주노총에서 '노무현 지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연맹은 노항래 국장 징계를 논의하기도 했는데.
"웃기는 일이다. 사업주가 노조위원장 징계해서 영웅 만드는 것이랑 뭐가 다른가. 일부에서는 박태주 니가 그럴 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

-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진정한 노동자와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적인 야심에 눈에 멀었다는 비판도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치가 생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선거가 끝나도 정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이미 노무현 후보에게 전달했다. 영국까지 가서 박사를 하고 온 것은 정치가로 진출할 때 선전문구에 넣기 위한 일이 아니었다. 연구가 개인적으로 맞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사회과학자의 행동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 함께 참여하는 노동운동가들이 모두 같은 생각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이다. 솔직히 정치에 욕심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정말로 노무현이 좋아서 들어온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 노무현도 김대중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노무현=김대중이라는 학습효과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역사적 상황과 과정이 다르다. 첫째,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DJP연합을 했다. 보수에 포위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IMF경제위기 상황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 구성된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를 살펴봐라. 개혁적인 인사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노무현 후보가 가지고 있는 노동정책을 보고 판단해 달라. 이런 설명에 대해 상황논리라고 이야기한다면 솔직히 할말은 없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는 DJ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공공연맹은 '노무현은 노동자의 대안이 아니다'라고 노동연대의 노무현 지지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이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거를 이야기 해달라.
"두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삶의 질 향상이고, 또 하나는 노사관계의 질적 성숙이다. 한마디로 '보람 있는 일터'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가겠다. 그리고 각론으로 들어가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 반대, 공무원노조 인정, 비정규직 기본권 확립, 특수고용직 단결권 보장을 정책으로 내세울 생각이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실질적인 기구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노사정 위원회가 잘 되지 않으면 내가 주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단계적이지만 주5일제의 조속한 실행도 내세울 수 있는 약속이다."

- 이제 대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동연대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궁금하다.
"크게 보면 정책과 조직으로 움직일 것이다. 조직은 전국에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한 마디로 행동대원들을 양성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정책팀은 노동정책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실 정책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에 조직된 노동자는 10%에 불과하다. 그리고 노조 상층의 일방적인 지시가 조합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 정책을 가지고 고공전을 통해 정치적, 조직적으로 방치된 노동자들을 조직해 나가겠다. 그 점에서 있어서 우리들이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 9월 28일 운영위원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진행되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확정할 계획이다.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인 신계륜 의원이 참석해 민주당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민주노총 김영대 전 사무총장은 돈 문제로 민주노총 임원 자리를 물러났고, 심일선 대표는 얼마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리고 김호선 전 한국통신 위원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파업을 철회한 저력이 있다. 현장 조합원들의 평가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내용이 아니다. 그 분들이 나름대로 판단해서 결정한 일이다. 그리고 공동대표의 기준은 전직 연맹 위원장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감투를 맡게 된 것이다."

- 예전에 노동운동을 했던 배석범 민주노총 직무대행이나 권용목 민주노총 사무총장처럼 정치권에 갔다가 그냥 '팽'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무슨 이야기인들 못하겠느냐. 사람들은 내가 출세에 눈이 멀어 배반을 했다고 하더라.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에 올려놓고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재단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울산, 마창, 부산 등 경남권에 내려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조직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민주당 경선 때 민주노총 출신 현직 위원장 70여명이 열심히 움직여줬다. 이 동력을 다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로 호응이 좋다."

- 향후에 한국노총과 민주노동당도 조직화에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 있나.
"권영길 대표가 어느 인터뷰에서 '노무현과 연대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우리보고 깃발을 내리라는 이야기냐'고 답한 것을 보았다. 그 답은 상당히 편협한 이야기다. 선거는 현실이고 표다. 그 쪽이 표를 만들 수 있는 매력이 있으면 세력과 세력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박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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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에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영국에 3년간 살다가 돌아와 오마이뉴스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