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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노순택

갈 때의 오르막길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 김훈



날씨가 무덥습니다. 문자 그대로 삼복더위군요.
모든 창문을 다 열어도 산들바람은 찾아오질 않네요. 현관문까지 모두 열어놓고 '꼭 입어야 할 것'만 입은 채 딸아이와 놀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불쑥 들어오더니...

"안녕하세요. 자전거 하나 받아가세요."
"네? 자전거요? 실례지만 어디서 나오셨습니까?"
"예-에, 조X일보에서 나왔는데요."
"아니, 요즘도 이런 선물을 주나요?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누가 조X신문을 봅니까?"
"아니, 왜요? 요즘은 시각이 많이 변했는데요. 요즘 젊은 사람들, 우리 신문 많이 봅니다."
"시각이 변해요?.....!? 암튼, 조X일보는 안봅니다."

혹시 말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얼굴이 된 아내를 힐끔 쳐다보며 얘기를 끝냈습니다. 조X일보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니까요. 그 아저씨는 "대체 무슨 신문을 보길래 그러느냐"고 늘어지더군요. "신문구독 안 한 지 오래 됐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는 말을 듣고서야 아저씨는 안도한 표정으로 물러섰습니다.

쩝.....
'죄 없는 자전거'가 '임자'를 잘못 만나 생고생을 하고 있네요. 한국 신문산업의 일그러진 구조가 자전거를 비참하게 합니다. 말이야 바른 말로 그동안 자전거가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까. 한마디로 일등공신 아닌가요?

요즘이야 오토바이 배달이 늘어났지만, 얼마 전 만해도 신문은 으레 자전거로 배달되는 것이었잖아요. 이런 일등공신을 욕보여도 분수가 있지, 신문사 사장님들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인쇄되자마자 쓰레기 하치장으로 향하는 따끈따끈한 신문들이 하루에도 수십톤이라는 사실, 이제 알만한 국민들은 다 압니다.

그런 입으로도 환경을 살리자는, 낭비를 줄이자는 말이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에 가까울 뿐이죠. 자전거 공짜로 주는 그런 저질 경쟁하지 마시고, 그 돈으로 좋은 기사, 올바른 기사가 담긴 신문을 만드는데 재투자하세요. 그러면 구독하지 말라고 해도 구독 할테니….

시각이 변해서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본다는 그 아저씨의 얘기는 참 묘한 뉘앙스를 던져줬습니다. 과연 좋은 쪽으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신문을 대표한다는 김X중 주필의 "이제부터 할말은 해야겠다"는 선언 이후 더욱 '조폭'다워진 것인지…. 아무래도 후자 쪽이 아닌가 싶네요.

얼마 전 김 주필은 국제언론인협회(IPI) 총회에서 "조선과 동아, 중앙일보가 좌편향적인 신문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고 앞장서 말했다지죠. 혹시 좌편향적인 신문들뿐만 아니라 좌편향적인 독자들의 공격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제발 그 얘기하실 때 "우리 조X일보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독자들에게 자전거를 공짜로 준다. 그런데 문제의 좌편향 독자들은 이마저 꼬투리를 잡는다"는 하소연도 곁들여 주시길 부탁합니다.

문제의 조X일보는 서해교전이 터지자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활기에 넘칩니다. 때마침 정부는 그동안 창고에 넘치도록 쌓여온 쌀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을 가축사료로 사용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서해교전 사태와 관련하여 북한의 유감 표명과 대화제의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도 조X일보는 "이것이 사과냐?"며 사설을 통한 꼬투리잡기에 나섰습니다. 대체 남북한이 한판 '맞장'을 떠야 속이 시원한 것일까요?

보고에 따르면 오늘날 남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력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와 비교해 무기는 15배, 파괴력은 무려 120배를 웃돈다고 합니다. 이 같은 무기들이 다시 전쟁에 사용된다면 이젠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속된말로 다 죽는 거죠.

반세기의 한을 푸는 길은,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고 우리 아이들이 뛰어 놀만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길은 예컨대 자전거를 타고 오르는 고갯길이라 할 것입니다. 자전거가 고개를 오를 때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듯,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 마루턱에 닿듯 그렇게 끈질기게 가야 겨우 오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자전거의 원리도 모르면서 무슨 신문을 팔겠다는 것인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낡은 보수이데올로기를 자전거에 끼워 팔아보려는 얕은 상술에 혀를 내두를 뿐입니다.

자전거는 다시 베이징으로 달려 갑니다.

이곳은 베이징의 번화가 첸먼의 따쟈란 시장 뒷골목입니다. 중국에서는 흔히들 이런 뒷골목을 '후통'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빠다후통으로 예전에는 유명한 홍등가였다지요. 중국 근대의 전설적인 명기(名妓) 싸이진화가 살았던 골목입니다.

그 골목의 한 자전거 대여점(사진 가운데 Bicycle for rent란 글씨가 보이죠?) 앞에서 꼬마 아이가 밝은 웃음을 선물하네요.

벽에 붙은 그림과 글귀는 이런 것입니다.

"모루안파오라지"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 "모수이띠투탄" 침을 함부로 길거리에 뱉지 말라, "쭈런웨이러" 사람 돕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겨라, "이파반스" 법을 지켜 일을 처리하라, "커쟈오싱궈" 과학교육으로 나라를 일으키자. (왼쪽부터)

덧붙이는 글 | 이 사진을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는 방법 - '배경무니로 지정' 선택 뒤 표시형식은 '가운데'로
 
* 별로 어렵지 않아요. 사진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신 후 '배경무늬로 지정'(또는 '배경으로지정')을 선택하시면 곧바로 사용가능합니다.

* 주의사항 : 이 사진달력은 바탕화면을 꽉 채우는 '풀스케일'용이 아닙니다. 달력을 깨끗하게 사용하시려면 화면 왼쪽 아래의 '시작' 메뉴에서 '설정' - '제어판' - '디스플레이'로 들어간 뒤 배경 무늬의 '표시형식'을 '가운데'로 맞추시기 바랍니다. '바둑판식 배열'이나 '늘이기'는 좋지 않습니다. 또, '화면배색'의 바탕화면 색깔을 검정색으로 설정하면 보다 깔끔하죠.

* 빠다후통과 싸이진화에 얽힌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면 박현숙 님의 베이징리포트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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