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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모 인터넷 업체에서 회원들이 까페라는 것을 열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상당히 인기를 얻고 있으니까 아마 전부들 무슨 말하는지 잘 아실 거예요.

그곳에 열린 많은 까페 중에서 에스토니아에 관한 까페가 있습니다. 비교적 관심이 적을 것 같은 이 작은 나라에 대한 까페가 있는 것을 보고 이 세상에서 나는 정말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에스토니아를 다녀온 회원들의 에스토니아 여행기까지 실리더군요. 발트3국 중에서 한국인들이 비교적 친숙히 생각하고, 많이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그 에스토니아입니다. 직접 가보신 분들이 많기도 하고 말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제가 에스토니아의 국경도시 발카에서 본 쪽지시험, 인순이와 박찬호의 직업을 물어본 그 엽기적인 시험(제가 이전에 쓴 기사 '다음 중 박찬호의 종목은 무엇'을 열어보세요) 말입니다.

그 까페에 실린 에스토니아 여행기에 보니 그 시험이 아직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치러진다고 하는군요. 그 당시와 문제나 유형에 아무런 변화가 없이 에스토니아 국경을 지나는 한국인들이라면 무조건 한 번씩 치고 지나가야 하는 시험으로 아주 굳어진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 국경통과 시험을 본다는 그 우스운 이야기는 한국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기차건 버스건 한국 사람만 보면 치러지는 우스꽝스러운 시험이 빨리 없어질 수 있도록 누군가가 힘을 써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탈린의 톰페아 언덕. 현재 탈린의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서진석
에스토니아도 리투아니아처럼 15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습니다. 발트3국은 전부 공동비자구역이라서 3국 중 1개국의 비자를 가지고 있는 한 발트3국 공동비자 지역 내에서는 모두 유효하다는 사실은 익히 아시죠?

러시아나 핀란드에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시면서 라트비아 여행도 더불어 같이 하실 예정이시라면 라트비아에는 비자가 없이는 갈 수 없고 공항을 제외한 국경에서는 비자 발급을 하지 않으니, 핀란드나 러시아에서 오시는 분은 꼭 라트비아 비자를 받아오시기 바랍니다(라트비아 비자는 이전기사를 참조하세요).

에스토니아에도 한국 정식 공관이 없으며, 핀란드 주재대사관이 에스토니아도 관장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는 한국명예영사관은 Hospidali가 4번지(전화 631-37-81)에 있습니다.

국경에서 시험 보는 일로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기 싫으시다면 비행기로 오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에스토니아에는 에스토니아 항공(Estonian Air)이라는 국립항공사가 운행을 하고 있고, 사아레마 등 주요 섬과 패르누 등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국내항공사 리보니아 항공이 운행 중에 있습니다.

해외에서 오는 경우, 탈린국제공항으로 들어오시게 되는데, 탈린 취항편이 있는 도시는 암스텔담, 코펜하겐,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헬싱키, 키에프, 런던(개트윅), 민스크, 모스크바, 오슬로, 리가, 스톡홀름, 상트 페테르스부르그, 비엔나, 빌뉴스 등으로 다른 발트도시들과 같이 북유럽이 중심이라 우리와 연결편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탈린에서 헬싱키는 약 70km 정도로 비행시간이 35분에 불과하지만, 탈린국제공항 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티켓팅하고 타고 내리고 하는 시간 따지면 배로 가는 게 더 싸고 빠를지도 모릅니다). 공항은 중심가에서 겨우 2.5km 떨어져 있고, 내부수리도 끝난 상태라 유럽수준의 공항시설을 자랑합니다. 에스토니아 가시는 표를 사실 때 동네여행사에서 탈린이란 곳을 모를 수도 있으니 참고로 탈린의 공항코드는 TLL입니다.

러시아 주요 도시와 서유럽, 발트지역에서 많은 버스가 연결됨으로 버스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리가에서 5시간 정도,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에서 9시간 정도 걸립니다. 탈린 버스터미널은 기차역과 같은 곳에 있지 않고, 탈린 중심부에서 약 1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처음 오는 경우 낯선 곳에서 시가전차를 이용할 용기가 안 날테지만, 탈린 버스역 안의 커피숖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시가전차 타는 곳을 물어보세요(Kus on trami peatus? 꾸스 온 뜨라미 뻬아투스?).

▲탈린 외곽 피리타의 겨울 풍경. ⓒ 서진석
근 1년 반 사이에 노선에 큰 변화가 없었다면, 2번이나 4번을 타시면 중심가에 도달합니다. 가시다 보면 고층빌딩들이 보이고 어디서 내리면 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1년 전 탈린을 방문했을 때 버스터미널에 환전소가 없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리가나 빌뉴스, 혹은 헬싱키에서 에스토니아 크룬을 바꾸어오시는 것이 안전할 듯 싶습니다.

리가나 러시아에서 오시는 분들은 기차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리가와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에서 기차가 매일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탈린과 러시아 상트 뻬쩨르부르크는 기찻길로 약 370Km 정도이며, 소요시간은 약 8시간30분 정도입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서 상트 뻬쩨르부르크에서 탈린으로 오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함으로, 상트 뻬쩨르부르크-탈린간 기차정보를 소개합니다(본 정보는 실제로 이 노선을 통하여 여행한 한국인 여행자의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1일 1회만 운행합니다. 얼마 전부터 에스토니아 정부가 러시아인들에게 비자를 요구해서인지, 객차 안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탈린 가는 기차는 649호 뻬쩨르부르크 비젭스크역에서 밤 11시18분에 출발하고 다음날 아침 탈린역(Balti jaam)에 6시에 도착합니다. 티켓은 넵스끼 쁘로스뻭뜨 근처 까잔스끼 성당옆, 열차표판매소에서만 판매하고(러시아어로만 가능). 기차역에서는 구입이 안 됩니다.

탈린발 상트 뻬제르부르크 행 기차일 경우 탈린역에서 오후 9시52분에 출발하여 뻬쩨르부르크 비젭스크역에 아침 8시30분에 도착합니다. 티켓은 탈린역 2층에 가시면 국제열차표판매소가 있고,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서 차례가 오면 창구에 가서 번호표를 제시하고 표를 끊으시면 되고(사람 없을 땐 그냥 가셔도 된다고 합니다) 창구직원들이 에스토니아어, 영어, 러시아어 3개 국어로 서비스를 해줍니다.

에스토니아 나르바 - 러시아 이반고라드 국경에서 여권, 비자, 세관검사 때문에 거의 2시간 정도 정차합니다. 에스토니아측 여권, 세관검사는 간단한데 러시아측에서 마약견까지 동원하는 등 에스토니아에 비해 까다롭습니다. 탈린 - 모스크바 구간열차(에스토니아 기차)도 이곳 국경을 통과합니다.

요금은 4인실 기준 313 에스토니아 크룬, 573 러시아 루블입니다. 환율은 작년 8월말 기준 1달러가 약16~17크룬이니 참조하세요. 참고로 뻬쩨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 크룬 환전 어려우니, 달러로 미리 바꾸셔야 합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는 환전소가 많고 에스토니아 크룬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탈린 기차역에 도착하시면 구시가지의 목적지까지는 걸어서 20분 내에 도착합니다. 지하도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Nunne 거리를 따라가시면 구시가지가 보입니다.

페리로 핀란드에서 오시는 길도 있습니다. 페리는 시간대별로 있으며, 페리종류에 따라 1시간 반에서 3시간까지 걸립니다. 헬싱키뿐 아니라 스톡홀름에서도 탈린으로 오는 페리가 있습니다. 여객선이 도착하는 곳과 수중익선이 도착하는 곳이 다릅니다. 수중익선이 도착하는 Linnahall에서는 탈린 중심부로 승객을 운송하는 미니버스가 다니고, 여객선항구(reisisadam)에서부터는 A나 D 터미널 앞에서 6번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이제 발트3국 관광의 마지막 관문인 에스토니아로 들어오셨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빌뉴스가 붉은 갈색톤, 리가가 짙은 청색톤이라면, 탈린은 푸르스름한 성벽과 초록색의 나무들이 잘 어우러진 청록색 톤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여러분 각자가 평가해보실 일이지만요.

덧붙이는 글 | 상트 뻬쩨르부르그 탈린간 교통 정보를 제공해주신 김성래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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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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