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외국 경찰, 수사권 이상의 권한 보유

외국의 경우, 경찰은 독자적 수사권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영미법 계통의 국가들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수사기관 간의 권력분립 및 지방분권의 원리에 따라 수사기관마다 독립성이 유지되면서 상호협력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찰에게 수사권을, 검찰에게 공소권을 부여하여 국가형벌권을 분배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 미국, 일본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영미법 계통에서 경찰은 원래 독자적 수사권은 물론 공소권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나중에 검찰제도가 생기면서 검찰은 경찰수사에 대하여 자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그나마 영국은 아직까지도 검사나 검찰청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최근 법무부라는 부처 창설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직은 영국의 전통적인 제도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경우 모든 범죄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담당할 뿐만 아니라, △불심검문(정지·수색권) △체포·구인·유치(유치연장)·석방 △구속 △체포·구금되어 있는 피의자의 조사 △구속장소 수용중의 접견허가 등의 권한도 행사하고 있다.

영국경찰은 1985년까지는 수사권은 물론이고 기소권까지 가지고 있었다. 중범죄 수사와 같은 특수분야의 경우 그 분야에 해당하는 특수사법경찰이 담당한다. 중앙형사정보수사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기관은 우리나라 대검 중수부와 같은 기능을 하는데, 영국에서 이 기관은 경찰의 한 특수형태인 것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이 기관의 지휘부는 영국경찰의 최고위급 간부들의 협의체인 자치경찰청장급 협의회(ACPO)의 회원으로 되어 있다.

영국의 경우 1985년에야 비로소 경찰의 기소 중 일부에 대하여 기소의 최종 결정과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공기소국이 창설되었다. 이 경우에도 영구에서는 경찰이 공공기소국에 기소요구를 하지 않으면 공공기소국에 법원에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미국 경찰은 수사권, 압수수색권, 피의자 신문권, 검증권, 증거조사권을 갖고 있다. 최근 경찰저널에는 미국의 연방 "경찰"인 FBI 한국지부장이 한국경찰에 수사권이 없는 것에 대한 견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잘모르겠으며 한국에서 이렇게 큰 문제를 자기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며 웃으며 지나쳤다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이다.

물론 FBI 한국지부장이 한국검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업무 현실 때문이라고 손쉽게 이해하고 지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를 법무부로 산하로 두려 했던 우리나라 검찰이 FBI 한국지부장의 입을 막는 다른 한 사례를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독일와 프랑스의 경우

독일은 경찰이 형식적으로 강제력 행사의 성격이 없는 수사만을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사건이 경찰에 의하여 독자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프랑스도 경찰의 독자수사를 예비수사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수사의 주도권은 경찰에게 있다.

자유민주주의 발달이 한발 늦었던 대륙법계 국가들은 국가권위주의와 절대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며, 수사기관이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화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으며, 검찰총수를 정점으로 하여 일선 사법경찰직원에게까지 수직적 상명하복 관계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대륙법계 국가는 대체로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이고, 경찰은 보조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 역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하고 있다. 즉 이들 대륙법계 국가들에 있어서조차도 경찰은 실질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나라의 경우 검사 밑에 우리나라 같은 수사관이 전혀 없다. 그들은 법률 판단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지역, 독일, 프랑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프랑스는 경찰의 독자적인 예비수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경찰의 초동수사권, 강제처분권만 인정되고 있으나, 최근 검찰·경찰의 기관간 역할 재정립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경찰과 검찰의 관계에 관한 법률' 시안까지 마련, 경찰의 독자수사권 부여를 시도하기도 했었다.

일본의 경우

양자를 절충한 일본의 형태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형소법에 검사와 경찰은 상호 협조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으며, 검찰은 경찰수사에 대하여 보완역할에 그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경찰이 노예조항이라고 간주하는 "수사의 보조자" 규정과는 대조적이다.

혼합형 국가인 일본의 경우 경찰에 1차적 수사권, 검찰에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경찰수사지휘는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 담당기관은 사법경찰 직원이 그 제1차적 본래적 기관이다. 즉 일본은 경찰을 제1차적 수사기관으로 하고(일본형소법 제189조제2항), 검사에게도 필요한 경우에는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동법 제191조제1항), 양자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협력관계이다(동법 제192조).

일본 경찰은 판사에게 체포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동법 제200조). 체포장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의 신병을 48시간 확보할 수 있고 이어서 정식 영정신청을 검사가 함으로써, 경찰수사의 독자성과 검사의 수사지휘를 효율적으로 조화시키고 있다.

그 외에도 일본경찰은 △ 체포된 피의자를 석방·송치하는 권한 △ 검사의 명령에 의한 변사체의 검시권 △ 사건을 송치하는 권한 △ 검사의 명령으로 수감장을 발하는 권한 △ 압수물을 처분하는 권한 등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권 행사가 검사의 전권에 속하고 공소제기의 적부가 수사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검사에게 사법경찰직원에 대한 일정한 지시권과 지휘권을 부여하고 또한 사법경찰직원의 복종의무를 인정하고 있다(제193조).

그리고 이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사법경찰에 대한 징계발의 및 교체임용요구 권한을 검사에게 인정하고 있다(제194조).

국민의 편의증진 위한 검찰개혁

결론적으로 수사권의 문제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양대 이념에 충실할 수 있는 수사체계 구축을 목표로 판단되어야 하고, 권력지향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편의도모, 수사권의 적정화라는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간에 최근 정치권에서도 검찰개혁에 나선다고 한다. 특검 상설화 문제나 검사의 기소독점주의 철폐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논의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이 수사권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는 검찰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는 데는 국민의 편의까지 도모할 수 있는 경찰 역할의 현실화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대륙법계 수사구조의 변모

각국의 수사체계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주도함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한계성을 인식하여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에,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경찰의 독자적 수사로 인하여 야기되는 문제점을 인식하여 검사의 수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경향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96년 8월 17일 외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스웨덴·스페인·캐나다·호주·태국·이탈리아·인도 등 12개국의 경우, 나라에 따라 운영 방법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조사대상 국가 모두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무용지물 사법개혁위원회

현행 사법개혁위원회는 적어도 국리민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수사권 문제에 사실상 무용지물의 기관에 불과하다. 이 기구에는 일반 경찰전문가 혹은 경찰관계자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법경찰에 관한 한 사실상 검찰의 입장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법제가 일반적인 대륙법 국가보다 더 심하게, 대륙법 전통을 고수하면서 경검관계가 상명하복관계를 형성하고, 검찰이라는 단일기관이 수사권을 독점하며 사법경찰을 통제토록 되어 있다.

물론 실제에 있어서는 중요한 일부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피의자 신병처리 문제나 법률상의 문제점이 있는 경우 검사지휘를 받고 있으나, 검사는 대부분 개개사건이 송치됨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통령 직속 수사구조 개혁위원회 운영 구성 시급

경찰과 검찰 모두 수사권을 둘러싸고 각국의 사례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하여 외국사례를 왜곡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경검 어느 한 일방이 아니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 혹은 국회의장 산하에 일반 학자나 시민단체를 포함하여 경검 공동으로 조사단을 구성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조사단은 세게 각국의 수사권 실태를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나아가 주요 국가들의 수사제도 전문가나 담당자들을 복수로 초청하여 사례발표회를 열어 정확한 외국의 실태파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구는 현 김대중 대통령 지시로 경찰 수사권 독립 문제에 관하여 논의 자체를 금지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태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