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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협력기관 문제

우리나라 경찰 협력기관은 경찰로부터는 특권계층이거나 어쩔 수 없이 경찰을 부패케 만드는 사람들로 인식되는 경향이 크다.

그 이유는 이들이 말 그대로 범죄예방이나 범죄수사를 위해 나서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로서, 단지 지역 유지들이라는 이유로 협력기관 회원이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범죄예방이나 범죄자 색출에 사회적으로 협력해야 하겠다는 공감이 널리 확산되어 있지 못하며, 경찰협력기관의 회원이 되는 사람들도 이런 일을 자원봉사 형태로라도 해야 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럼 왜 범죄예방이나 범죄자 색출에 사회적으로 협력받는 문제에 대하여 경찰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한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이런 일을 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커다란 평가를 받고 각국에서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영국의 크라임스토퍼스 재단(Crimestoppers Trust)의 활동상은 어떤가? 그 활동실태와 영국경찰과 협력 형태라든가 향후 발전전망을 짚어보기로 한다.

크라임스토퍼스의 유래

세계적으로 크라임스토퍼스의 유래는 1976년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알버커어크에서 주유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젊은 학생이 당시 횡행하던 무장강도의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이를 수사하던 수사경찰이 핫라인 전화를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수사경찰은 당시 살인사건이 해당 지역 커뮤니티에 사고 있는 누군가가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리고 이 커뮤니티에 사는 누군가가 범인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당시 이 커뮤니티 분위기는 누구도 나서서 경찰에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기를 꺼려 하는 것이었다.

이 수사경찰은 핫라인 전화를 설치하고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지 익명을 보장한 채 전화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가 범인체포로까지 연결되면 제보자는 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제보자 익명성 보장

물론 제보자에게는 상 받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측면에 대해 언제까지나 익명을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해당 지역 기업체들이 홍보 비용과 상금 마련을 위해 자금지원을 쾌척했으며, 단기간 내에 언론매체들은 이 방안을 국민들에게 홍보하였고 얼마 안가서 제보자가 핫라인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했으며 혐의자를 체포하여 기소할 수 있게까지 되었다.

그 당시 경찰이 다른 범죄 사건들에 대한 제보들까지도 익명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크라임스토퍼스가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영국 크라임스토퍼스의 역할

영국의 경찰리뷰지 1999년 4월 23일자는 크라임스토퍼스의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 주거침입 강절도, 범죄피해, 자동차범죄, 반사회 사범들은 지역 내의 중요한 경찰활동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이 경찰에 범죄를 신고하기 어렵도록 협박을 당하는 문제까지 겹쳐져 있다.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 조사결과를 보면 83%라는 압도적인 다수 주민들이 협박 때문에 경찰에 범죄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76%의 커뮤니티 주민들은 대신 크라임스토퍼스를 활용할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경찰과 커뮤니티간의 범죄예방과 범죄수사를 위한 협력관계는 범죄관련 정보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으며, 이제 그 커뮤니티에 토대를 두고 있는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은 이제 훌륭한 협력기관이 되었다. ....."(경찰리뷰지 1999. 4. 23.)

런던경찰청장의 평가

런던경찰청 존 스티븐스 청장은 2000년 5월 런던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크라임스토퍼스 재단 후원의 밤에서 "경찰을 돕고자 나서려 하는데 있어서 공포심을 갖게 되는 이 요인이야말로 범죄와의 싸움에서 가장 커다란 어려움인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크라임스토퍼스의 협력관계를 통해서 런던경찰 관내에서만 해도 약 4천명의 범죄자들을 체포하였습니다. 크라임스토퍼스는 범죄와의 싸움에 소요되는 경비 측면에 있어서도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비용절감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납니다."

크라임스토퍼스가 창설될 당시의 명칭은 [커뮤니티 행동 재단]이었으며, 1995년 비로소 이름을 지금과 같은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으로 바꾸었다.

영국 크라임스토퍼스는 1990년대 전반에 걸쳐 경찰활동에 있어서 하나의 중심적인 현상 그 자체가 되었으며, 금년 들어서서 여러 가지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앞으로 수년 동안에 더욱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이 크라임스토퍼스 개념은 영국에서 1980년대 후반에 비로소 등장했던 개념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서서는 영국 본국 지역은 물론이고 채널 아일랜드와 아일 오브 맨 제도 등지를 포함하여 자치경찰청이 있는 모든 지역들이 전국적 차원의 이 크라임스토퍼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 14명의 범죄자 체포 기여

나아가 영국의 NOP 서베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크라임스토퍼스라는 이름은 영국의 각세대 집집마다 모두 아는 이름이 되어 있어서 국민들 중 82%는 이 크라임스토퍼스라는 "브랜드"를 익히 알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도 하다.

매일 같이 14명 꼴로 범죄자들이 이 크라임스토퍼스의 정보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체포되고 있으며, 2주에 한 명 꼴로 크라임스토퍼스 덕택에 살인범들이 기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2000년 한 해만 해도 3천 4백만 파운드(한화 약 6백 8십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마약이 크라임스토퍼스 덕분에 압수되었다.

영국 국민들에게 크라임스토퍼스가 주는 매력 포인트는 이 단체가 단순히 비밀보장 수준을 넘어서서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해 줌으로써 범죄자의 보복으로부터 안전을 확실히 보장해 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1999년 4월 23일자 경찰리뷰지 기사는 이 점을 도표로 잘 제시해주고 있다. 당시 경찰리뷰지가 지적한 서베이 조사는 맨체스터 지역 각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나, 버밍엄, 런던, 글라스고우, 벨파스트 등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경찰활동에 대한 기여

한편 경찰입장에서 보았을 때 경찰업무에 대해 크라임스토퍼스가 기여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범죄정보를 추가시켜 준다는 점에 있다.

영국에서도 국민들이 나서서 경찰에게 신고나 제보하기를 꺼려하는 탓에 수사경찰들이 숱한 난관에 봉착하여 좌절하고 있는 신문보도를 너무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익명의 제보는 반드시 모든 문제들 해결에 더욱더 복잡함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일부 경찰들의 경우 이에 대해 회의적인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범죄정보 확보작업에 있어서 크라임스토퍼스가 갖는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국의 루톤 대학이 수행하여 작년에 출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크라임스토퍼스가 제공한 정보에 따라 밝혀진 범죄자들 중 거의 3분의 2에 달하는 범죄자들이 과거 경찰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거나 해당 범죄의 혐의자로 인식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범죄대응 협력기관의 선두

영국의 크라임스토퍼스가 경찰에 가져다주는 장점은 이상과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크라임스토퍼스는 크라임스토퍼스가 아니었더라면 범죄대처와 관련된 협력기관이 안되었을 수도 있는 여러 많은 기관들을 범죄감소 정책 추진에 합류하게 만들어는 분위기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1993년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은 TV 방송시간에 나온 것으로만 쳐도 그해 한해에만도 크라임스토퍼스는 1천 2백만 파운드(한화 2백 4십억 원) 어치가 방영되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범죄감소 전략의 핵심은 사회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커뮤니티들, 즉 가난과 박탈감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어서 가정환경 자체가 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는 커뮤니티를 주된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데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 경찰활동

그런데 영국의 크라임스토퍼스는 바로 그러한 커뮤니티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들이 자기 자신의 안전을 두려워하지 않고도 누가 범인인지 경찰에게 말할 수 있는 권한을 바로 그 커뮤니티에게 부여하고 있다.

영국경찰은 이렇게 해서 때마침 긴히 필요로 하던 범죄관련 정보들을 모두 갖추어 작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해당 커뮤니티들은 이렇게 경찰작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으며 계속해서 실추되고 있던 영국경찰에 대한 불신의 악순환 고리들이 끊어지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영국에서 범죄감소를 위한 순환고리를 끊기 위해 '협력기관'들 문제가 크게 대두되었을 때 크라임스토퍼스는 가장 선두에 서있음을 자부할 수 있었다.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은 전국적으로 29개 지역 위원회별로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1988년 이후 모두가 각 자치경찰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크라임스토퍼스 재단은 '크라임스토퍼스'라는 상표권을 1994년 등록하여 소유하고 있으며, 협력기관들을 대표하여 외부의 상업적 악용을 막는데도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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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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