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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훈 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는 12월 4일부터 15일까지 삼성의 변칙증여 실상에 관한 연재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그 세번째 입니다.>


97년 3월 24일, 삼성전자는 사모전환사채(CB) 600억원어치를 발행하였습니다. 이중 450억원 어치를 이재용씨가 인수하고, 나머지 150억원어치는 삼성물산이 인수하였습니다. 이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50,0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시일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56,700원이었으니 이재용씨는 11.8% 정도의 할인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큰 혜택이 아니라고요?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CB와 비교하면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의 전환사채 발행일로부터 3개월 후인 97년 6월에 삼성전자는 3억불 어치의 CB를 해외시장에 발행하였는데, 이때 전환가액은 123,635원이었고 공시일의 주가는 68,400원이었습니다.

즉, 공시일 주가에 80.8%의 프레미엄을 붙여 전환가격을 정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재용씨가 인수한 CB의 액면이자율은 7%인데 반해 해외발행 CB의 액면이자율은 0%입니다. 이 이자율 차이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전환가격의 차액은 더 벌어지게 됩니다.

총수 아들에게는 5만원에 전환할 수 있도록 해놓고, 3개월 후 해외투자자에게는 그의 2.5배를 받다니? 해외투자자 조차 봉으로 본 이러한 변칙증여행위가 한국시장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주었을 것임은 보나마나 한 일입니다.

아무튼, 97년 3월에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국내에서 공모로 발행할 경우에 대비해서는 약 30%, 해외발행의 경우에 대비해서는 약 60%나 낮은 가액으로 전환가액이 결정된 돌연변이였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입니다. 이 돌연변이 전환사채로 인해 이재용씨와 삼성물산은 약 2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이 부당이득은 소액주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소액주주 '주머니 돈' 울린 삼성전자 전환사채

'전환사채를 이용한 변칙증여에 대하여 과세할 수 있는 조항을 96년말에 제정하였으니, 이에 대하여 세금을 매길 수 없는가?' 96년에 이루어진 제일기획과 중앙개발(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용한 변칙증여를 계기로 그러한 조항이 만들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허점이 있었습니다.

97년 당시 상속증여세법 제40조 제1항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전환사채를 취득한 경우로서 당해 전환사채의 취득가액과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교부받을 주식가액과의 차액에 대하여는 그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에서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범위가 문제가 됩니다.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30조 제4항은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전환사채를 인수 또는 취득한 자로서 제26조 제4항 각호의 1에 규정된 자(친족 및 관계회사등을 말함)'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전환사채를 [인수 또는 취득]한 자 이어야 특수관계자에 해당되므로 전환사채의 발행회사는 특수관계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삼성전자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이재용씨의 친족이나 관계회사 및 그 임원등이 일단 인수한 후 이재용씨가 그들로부터 다시 전환사채를 사들였다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지만, 이 경우와 같이 발행회사인 삼성전자로부터 이재용씨가 직접 인수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발행회사인 삼성전자와 이재용씨는 특수관계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상속증여세가 '바보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 정부의 세법 개정

그 후, 정부는 상속증여세법 제42조에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를 통하여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 사실상 무상으로 이전되는 경우'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포괄적인 증여의제규정을 도입하고 시행령 제31조의 5에서 이를 구체화시킴으로써, 위와 같은 경우에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소잃고 외양간 고치면 뭐하죠?

아무튼, 당시로서는 삼성의 이러한 변칙증여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공권력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정부는 어찌해 볼 의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변칙증여행위의 직접적 피해자인 소액주주들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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