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음포쿠가 대구 FC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을 내뻗는 순간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음포쿠가 대구 FC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을 내뻗는 순간 ⓒ 심재철

 
따뜻한 봄 날씨에 어울려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는 8250명의 많은 관중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게임 내내 김 빠진 탄식 소리만 들려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대구 FC 선수들이 날린 11개의 슛(인천 유나이티드 6개, 대구 FC 5개) 기록도 초라했지만 각각 2개씩 찍힌 유효슛조차 축구 특유의 박진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자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 일부가 현장에 찾아왔지만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자리를 지키기 힘들 정도로 무미건조한 게임이었다. 킥 오프 직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펼쳐든 9개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목소리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일(토) 오후 4시 30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 1 대구 FC와의 홈 게임을 득점 없이 0-0으로 비겨 7위(1승 2무 2패 5득점 10실점) 자리를 겨우 지켜냈다.

"팬들은 개 돼지가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펼쳐올린 9개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펼침막들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가 펼쳐올린 9개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펼침막들 ⓒ 심재철

 
김종혁 주심의 킥 오프 휘슬 소리와 함께 S석의 인천 유나이티드 FC 서포터즈 파랑검정은 "승부조작 사면 반대", "누구를 위한 사면 논의?", "팬들은 개 돼지가 아니다" 등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 입장을 내놓은 처사를 성토하는 펼침막 아홉 개를 한꺼번에 들어올렸다. 

반대쪽 대구 FC의 어웨이 팬들도 킥 오프 이전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대한축구협회장을 겨냥하여 "신용을 잃으면 끝이다!", "100년 뒤에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펼침막 두 개를 걸어놓았다가 게임이 시작된 뒤 내렸다.

그런데 축구협회의 전횡을 방치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예고하듯 실제 게임이 별 볼 일 없었다. 양 팀 핵심 선수인 이명주(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세징야(대구 FC)가 나란히 빠진 탓도 있었지만 대한축구협회 소속 국가대표 감독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처럼 양 팀 공격은 수준 이하였다. 5라운드 나머지 다섯 게임에서 모두 16골(5게임 평균 3.2골)이 터진 것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83분에 대구 FC의 고재현이 기막힌 왼발 발리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FC 골문 왼쪽 톱 코너에 꽂아넣었지만 직전에 왼쪽 코너킥을 올려준 이용래의 두 번째 크로스 위치가 오프 사이드로 판명나는 바람에 억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프로축구연맹의 게임 기록지에는 대구 FC의 유효슛 기록이 2개로 찍혀 나왔지만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수비수 홍정운이 인천 유나이티드 이태희 골키퍼 정면으로 날린 헤더슛(15분)이 실제 유일한 유효슛이었다. 
 
 전반전, 대구 FC 바셀루스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연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

전반전, 대구 FC 바셀루스가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김연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실질적인 유효슛은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다 되어 에르난데스의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겨우 하나 나왔다.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기다린 대구 FC의 오승훈 골키퍼가 오른발로 막아낸 것이 거의 유일한 탄성으로 남은 셈이다.

이렇게 7위에 머물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오는 9일 오후 4시 30분 전주성으로 찾아가서 8위 전북 현대를 만나며, 6위 대구 FC는 그보다 하루 전(8일) 오후 4시 30분 4위 FC 서울을 만나러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간다. 

2023 K리그1 결과(4월 1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대구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박승호(46분↔제르소), 에르난데스, 음포쿠(68분↔김보섭)
MF : 김도혁, 신진호, 이동수(68분↔문지환), 정동윤
DF : 델브리지, 김동민, 김연수
GK : 이태희 

대구 FC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바셀루스(87분↔박용희), 이근호(46분↔에드가), 고재현
MF : 케이타(70분↔박세진), 세라토(55분↔이용래), 이진용(55분↔장성원), 황재원
DF : 김진혁, 홍정운, 김강산
GK :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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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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