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복귀를 바라봤던 심석희(25, 서울시청)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임태혁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심석희가 낸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심석희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서 선수 자격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이에 따라서 다음 달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다.

징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심석희는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했지만, 법원마저 심석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소속사를 통해 "(법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피해를 받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말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원도 공정위의 결정과 다르지 않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심석희는 한동안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국제대회서도 자취를 감췄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2021-2022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대표팀 선발전서 1위를 기록, 화려한 복귀를 알리는 듯했다.

선발전 1위의 기쁨도 잠시, 지난해 10월 큰 문제가 터졌다. 평창올림픽 당시 조항민 코치와 심석희가 온라인 메신저로 나눈 대화가 발단이 됐다. 동료 선수들에 대한 조롱과 함께 여자 1000m 결승서 최민정(24, 성남시청)을 일부러 넘어뜨리려고 했던 혐의,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및 동계아시안게임 승부조작 혐의, 라커룸 불법 녹취 혐의 등까지 받았다.

논란이 알려지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급하게 조사위원회를 꾸려 약 한 달간 해당 사안들을 살펴보았다. 조사위는 욕설 및 비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를 증거 불충분으로 봤고,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21일 공정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심석희가 빙상인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면서 2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사실상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때까진 심석희의 대표팀 가능성이 '제로'가 되진 않았다.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는 것, 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심석희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법원에게 자신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맡겼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법원 역시 욕설 및 비하 혐의에 대한 증거가 있고, 품위 유지 위반과 명예 실추 등을 고려했을 때 심석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 심석희 없이 준비하는 대표팀

만약 법원이 심석희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더라도 바로 대표팀에 복귀할 수는 없었다. 아직 대표팀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오는 20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이날 내용을 바탕으로 쇼트트랙 대표팀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한 논란이 일어난 이후 2021-2022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경기력이 다소 떨어져 있었다. 올 시즌 출전한 선수들에 초점을 맞춰 엔트리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심석희의 승선 여부가 불투명했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제는 심석희가 전력에서 배제된 상태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은 기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인 이유빈,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최민정의 대표팀 승선이 유력해 보이지만, 퍼즐조각이 다 맞춰진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김지유(23·경기일반)의 승선 여부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3차 대회서 오른쪽 발목 골절로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기량만 놓고 봤을 때 올림픽에 출전해도 큰 문제가 없는 김지유가 대회에 나설 수 없을 경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번 올림픽부터 혼성계주 종목이 신설되고,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경계해야 할 국가도 많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표팀이 베이징에서 금빛 질주를 선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