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이 다운>포스터

영화 <웨이 다운>포스터 ⓒ (주)누리픽쳐스

 
개인적인 영화 선택의 기준은 배우다. 특히 하이스트 무비에서 배우 간의 케미스트리는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으면, 당연히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귀여운 얼굴로 아역 시절부터 사랑받은 프레디 하이모어는 최근 한국 드라마 <굿닥터>를 리메이크한 미국판에 출연하며 차세대 천재 전문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배우다. 이 때문에 그가 나오는 <웨이 다운>의 관람에 앞서 지능 범죄 이야기가 아닐까 예감했다.

거기에 영국의 대표 배우 리암 커닝햄이 리더를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뽐낸다. 샘 라일리는 행동대장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말보다 몸이 먼저인 행동파다. 거기에 신비한 매력의 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가 유일한 여성 조직원으로 등장한다. 사실 프레디 하이모어 때문에 선택했던 이유가 식상해질 무렵 이 배우의 허스키 보이스 때문에 끝까지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이 미션 파서블이 되는 몰입감
 
 영화 <웨이 다운> 스틸컷

영화 <웨이 다운>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21세기 해적단으로 불리는 아틀란티스 호의 선장 월터(리암 커닝햄)는 30년 동안 헤맨 결과, 영국 해군 영웅 드레이크가 훔쳤다는 스페인 보물 좌표가 담긴 동전을 손에 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스페인 정부에 빼앗기고, 이내 철통 보안으로 유명한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분함도 잠시, 은행을 털려고 시도했지만 금고는 200년 전 만들어진 수수께끼 같은 비밀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현대 기술이라도 열 수 없는 불가능의 존재였다.

한편, 케임브리지 대학의 공대생 톰(프레디 하이모어)은 졸업도 하기 전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여러 기업의 제안을 받지만 모두 거절한다. 돈과 명성, 안정된 직장보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던 톰은 홀연히 나타난 묘령의 여인 로레인(아스크리드 베흐제 프리스베)을 따라가게 된다. 로레인과 월터는 이 계획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순수한 열정의 이끌린 톰은 스페인으로 향한다.

이 금고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라 불리는 19세기 기술 공학의 결정체였다. 톰의 역할은 어디에도 알려진 바 없는 금고를 열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금고의 작동 방식조차 파악하지 못한 지난 80년을 톰이 해결해야 한다. 몇 날 며칠 고민하던 톰은 엔지니어의 지식과 능력을 총동원해 의외로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명제를 떠올린다.

확신에 찬 이들은 다가올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특수를 노리기로 결정한다. 금고의 정보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작전을 성공시키며 한 발짝 다가선 팀. 드디어 금고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 105분 동안 성공시켜야 할 운명에 처한다.

심장이 뛰는 일.. 잃어버린 열정 되찾아줄 것
 
 영화 <웨이 다운> 스틸컷

영화 <웨이 다운> 스틸컷 ⓒ (주)누리픽쳐스

 
영화는 꺼져버린 가슴 속 불꽃에 기름을 붓는다. 선장 월터는 동전에 적혀 있는 드레이크의 좌우명을 떠올리며 흥분한다. '식 파비스 마그나',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마법 같은 글귀에 힘입어 빼앗긴 열정을 되찾는데 사력을 다한다.

월터에게 부족한 것은 재산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사냥꾼의 기질이었다. 이는 톰의 호기심과 일맥상통했고 멋진 팀워크를 꾸리는 데 일조한다. 인생의 탄탄대로를 거부하고 이들과 함께한 톰은 바닥난 도전 의식과 처음으로 맛본 팀워크에 중독된다. 그리고 비록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 없이 인정할 수 있을 배짱까지 손에 쥐게 된다.

<웨이 다운>은 기대 이상의 재미와 긴장감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가 끝나자 반복되는 일상의 활력을, 잠시 미뤄두었던 일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으며, 가슴이 시키는 일을 실행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말이다. 그리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재현한 상황은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던 2002년 월드컵이 생각나기에 충분했다. 현 상황의 위험성 때문인지 광장 앞에 빽빽이 보인 군중의 응원 열기가 더욱 환상적으로 다가왔다.

개연성이 좀 부족하면 어떠랴, 케이퍼 무비의 미덕은 얼마나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지, 연출의 강약 조절에 달려있다. 범죄를 미화하냐는 진지함을 묻어둔 채, 제한 시간 안에 훔칠 수 있냐 없느냐만 쫓는다. 등장인 물은 각자 정해진 임무가 있고, 위태로워 보이지만 최상의 팀플레이가 짜릿함을 동반해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최근 극장 개봉작이 드문 상황에서 오랜만에 기대 이상의 재미를 얻은 영화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웨이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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