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

3월 24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동안 중단된 한국 프로스포츠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세 자릿수를 넘겼던 국내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질만큼 급감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어린이날(5월 5일)까지 연장했지만, 확진자 수의 감소세를 반영하여 조심스럽게 단체활동이나 공공시설의 운영 제한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로써 야구-축구-골프와 같은 실외 스포츠의 경우, 관중을 유치하지 않음으로서 단체 감염의 위험성을 낮추는 선에서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프로스포츠 재개의 분기점은 역시 프로야구 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는 잠정적으로 5월 개막을 정상적인 시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준비해왔다. 이미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오는 21일부터 팀 간 연습경기에 돌입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2020 KBO리그 개막 일정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이르면 5월 1일, 늦어도 어린이날인 5월 5일부터는 무관중 경기로 프로야구 시즌을 정상 개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일 5월 초에 프로야구가 개막하게 된다면 프로야구 리그로서는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가 된다. 프로야구가 물꼬를 틀 경우 프로축구 K리그와 남녀 골프 등 야외스포츠가 연쇄적으로 개막할 것이 유력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한 미국 메이저리그나 NBA, 유럽축구 등 세계 주요 프로스포츠 리그들의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아무리 빨라도 6월-늦으면 8월 이후까지도 감안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신속한 정상화에 근접하고 있다. 프로스포츠와 야구 종주국이라고 할수있는 미국 한 방송사에서 KBO리그 중계를 문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을 정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전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수준 높은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총선 일정 소화에 이어 프로스포츠까지 개막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개막은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황과 사회적 피로감에 지친 국민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질병에 대한 공포감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 자체를 흔들었다. 밖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맥주 한잔을 나누는 여유도, 자유롭게 이곳저곳 돌아다니거나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도 한동안 누릴 수 없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스포츠가 우리 일상에서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경기장을 찾아서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목청껏 응원하기도 하고, TV나 모비일 중계로 경기 내용과 결과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몰입하는 과정을 통하여 잠시나마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다. 

IMF 구제금융이나 메르스 사태, 국정농단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고비를 거쳐왔을 때도 스포츠가 중단된 경우는 없었다. 그렇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스포츠가 주는 '힐링'마저 사라졌을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 동안 팬들이 느낀 박탈감과 허전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가 재개돼도 당장 경기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안방에서 TV 중계로나마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국민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늘 당연하게만 여겼던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응원이 사라진 경기장에서 강제 휴식기를 보내면서 오히려 팬들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스포츠 선수들과 종사자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물론 프로야구의 개막이 곧바로 스포츠나 일상의 완전한 정상화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리그 진행은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정부는 앞으로도 위험이 발견되면 언제라도 거리 두기 강도를 다시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기장내 관계자들의 마스크와 위생장갑 착용 의무화, 침뱉기 금지, 철저한 방역 조치 등은 리그가 재개되어도 한동안 계속된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아직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경우는 없지만 만일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올시즌 리그 자체가 다시 파행을 맞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하는 만큼, 좋은 경기력과 팬서비스로 지켜볼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뜩이나 개막이 지연되며 각 구단마다 비시즌 스프링캠프 등으로 끌어올린 훈련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 특히 각 팀의 핵심전력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장기간 자가 격리와 환경 적응 등의 문제로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무관중 경기를 시행했던 남녀 프로농구는 경기력이 급격히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프로스포츠 중 경기 수가 유독 많은 프로야구의 경우, 144경기 일정을 계획대로 강행할 경우 시즌 자체가 상당히 빡빡해질 가능성도 커졌다. 선수들의 체력과 부상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그렇기에 선수와 구단이 경기장 안팎에서 더 기본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프로야구가 성공적인 귀환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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