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부터 총 열하루 동안 유로 2016에 대한 첫 번째 모험을 시작하려 합니다. 축구의 본토인 유럽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는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해보고 싶어요. 부족한 글이지만, 기대해주세요! - 기자말

일부러 아침의 첫인사를 택했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한 첫 근무일 아침, 장소는 사내 커피숍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진한 커피 한 잔으로 잠을 쫓으려 하는 중인데, 저 멀리 그룹장이 레이더에 잡힌다. 부랴부랴 그룹장님 몫의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하고 계산을 한다.

"아, 이렇게 한 잔 얻어먹네. 고마워요."
"아닙니다.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그럼. 자네는 잘 보냈나?"
"그럼요. (잠시 뜸 들이다) 저, 그런데, 그룹장님!"
"왜요?"
"저, 다음 주에 휴가를 썼으면 합니다. 일주일."
"아…. 그러세요."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지만, 제안을 고민하게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촉'이 왔다. 이렇게, 그냥 보통 있는 '일상의 일'인 것처럼 일주일 장기 휴가를 허락받았다. 일주일 정도의 휴가를 쓰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도전'을 외칠 때마다 심하게 떨리는 걸 보니 아직도 멀었다.

어둑한 사무실에서 보던 유로, 직접 보러 갑니다

휴가가 공식화된 후에는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바쁜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인천까지 연결편을 기다리며 김해공항에 와 있다. 이번 새로운 모험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만 없는, 또 하나의 월드컵 유로 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6).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월드컵은 몇 번 원정 참관했던 적이 있는데, 유로를 현장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 전부터 심장이 심하게 쿵쿵거렸다. 새로운 도전이 던져주는 긴장감, 설렌다.

내가 제대로 챙겨봤다고 기억하는 첫 유로는 2004년 포르투갈이 개최한 대회였다. 2002년 월드컵의 환희가 채 가시지 않았던 시기였고, 3년의 계획을 세워서 2006년 독일 월드컵 원정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 살던 원룸에는 TV가 없었고, 유럽과의 시차 때문에 거의 모든 경기가 새벽 4시나 5시쯤 시작했다.

그래서 사내방송용 TV로 경기를 보기 위해, 어둑한 새벽 사무실에서 유로를 시청했다. 그리스가 안방의 포르투갈을 상대로 기적처럼 우승했던 유로2004. 월드컵과는 다른 세계, 참가하는 모든 팀의 수준이 월드컵 상위권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대회. 그렇게 유로는 나의 축구 여행에서 또 다른 '이루고 싶은' 꿈의 대상으로 자리했다.

그 후로 12년. 2016년이 되어서야 그때 첫 도전을 감행하게 됐다. 꿈을 잊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도, 꿈을 북돋워 주었던 주변의 친구들에게도 너무 감사하다. 토닥토닥, 잘했어!

새벽에 부산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얼른 업무를 마치고 십여 일의 장기 여행을 함께 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십여 년 축구 여행을 함께한 유니폼들을 모아놓은 옷장을 뒤적여 이번 대회랑 관련 있을 법한 것들을 꺼내 가방에 넣는다. 폴란드 경기를 볼 예정이라 지난번에 사두었던 폴란드 국가대표팀 머플러도 챙겨 넣었다. 눈 앞에 펼쳐진 유니폼들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둥둥 북소리를 낸다. 안 되겠다, 청심환이라도 먹어야지.

떠나자, 유럽으로!

유로 참관을 위한 유니폼들 경기를 보게 될 이탈리아, 프랑스 국가 유니폼과 리버풀, 레알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챙겨 넣었다. 이번에 폴란드 경기를 볼 예정이라 폴란드 국대 머플러와 레반도프스키가 뛰고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도 챙겨 넣었다.

▲ 유로 참관을 위한 유니폼들 경기를 보게 될 이탈리아, 프랑스 국가 유니폼과 리버풀, 레알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챙겨 넣었다. 이번에 폴란드 경기를 볼 예정이라 폴란드 국대 머플러와 레반도프스키가 뛰고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도 챙겨 넣었다. ⓒ 이창희


내 손에 쥐어진 티켓은 12일 프랑스 남부 휴양지인 니스에서 벌어지는 폴란드와 북아일랜드의 조별 예선 한 경기뿐. 작년부터 유로 2016 웹사이트를 통해 세 차례의 티켓 신청이 있었고, 70장도 넘게 신청했음에도 추첨을 통해 얻은 것은 저 한 장뿐이었다. 첫 유로 참관이라 그런지,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유럽 내에서도 티켓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던 노련한 유로 선배의 경험담도 불안을 증폭시켰다.

'아…. 프랑스까지 가서도 표가 없어 경기장에 못 들어갈 수도 있겠구나.'

유로 초보의 운은 한 경기 당첨에 그쳤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같이 가기로 한 일행분들이 백방으로 애써주신 덕분에 리옹과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경기를 두 개 더 볼 수 있게 됐다. 이로써 12일 니스에서 벌어지는 폴란드와 북아일랜드의 경기, 13일 리옹에서 열리는 FIFA 랭킹 1위인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경기, 15일 마르세유의 개최국 프랑스와 알바니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시차 덕분에 개막일인 10일 아침에 출발하면 프랑스에 도착한 후 현지에서 개막전을 볼 수 있다. 개막전은 주최국인 프랑스와 동유럽의 강호 루마니아의 일전인데, 입장권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일행들과 함께 에펠탑 광장에 설치된 팬 존에서 보기로 했다. 지난 파리 출장에서 느꼈던 에펠탑 광장의 한가로움이 유로의 열광으로 가득할 것을 생각하니, 좀처럼 떨림이 멈추질 않는다.

프랑스에서 뵙겠습니다

아직 어둑한 김해공항 괜히 너무 큰 가방에 짐을 챙겼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 패션쇼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날씨가 춥다는데 반소매로만 너무 많이 넣어 걱정이다.

▲ 아직 어둑한 김해공항 괜히 너무 큰 가방에 짐을 챙겼다.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 패션쇼라도 할 생각이었는지. 날씨가 춥다는데 반소매로만 너무 많이 넣어 걱정이다. ⓒ 이창희


새벽같이 일어나 김해로 차를 몰았다. 설렘 때문인지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공항 카운터는 물론 에스컬레이터도 꺼져 있다. 앞으로의 일정을 기대하며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어둑했던 공항 곳곳에 불이 켜진다. 파리까지의 티켓을 체크인하고, 짐을 부쳤다. 빨간색 '연결시간 짧아요!' 경고표지가 붙어있는 짐가방이 무사히 파리까지 도착하길 기원하며, 짐표에 가벼운 눈인사를 던진다.

이제 김해공항에서 인천으로 연결되는 첫 번째 비행기를 탈 시간이다. 인천에서 친구들을 만나 정말 프랑스로 간다. 지금부터 약 12시간 후엔 이미 뜨거워진 파리에서 이 글을 이어갈 수 있기를. 유럽의 한가운데,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찬란한 별들의 축제가 이제 곧 시작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여행 유로2016 프랑스 여행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