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분)

MBC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황정음 분) ⓒ MBC


MBC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들어 방영된 드라마 중 손에 꼽힐 만큼 화제도 몰고 온 드라마다. 시청자의 애정도는 야구 중계 관계로 결방이 된 날에는 엄청난 항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했고 이제 20%를 바라보는 지경에 놓였다. 그러나 드라마의 완성도는 초반에 비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점을 향해 가는 이 때, 드라마가 위기를 맞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예뻤다>의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는 두 가지 의문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주인공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정체를 숨긴 김혜진(황정음 분)의 비밀이 언제 드러날 것인가'였고, 두 번째는 '폭탄머리에 주근깨 분장을 한 황정음의 얼굴이 언제 예뻐질 것인가'였다. 이 두 가지는 사실 대단히 특별하고 특이한 설정이라 보기는 힘들었지만,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이 두 개의 비밀이 밝혀지는 시점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황정음의 열연도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데 한 몫했다. 빨간 주근깨 자국을 얼굴에 그려 넣고 폭탄 머리를 한 황정음의 변신은 신선했다. 황정음은 오버스러운 표정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김혜진, 즉 황정음이 예뻐지는 순간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그런 설정에 대한 일종의 공감의 표시였다.

드디어 8회, 김혜진은 '못생김'을 벗고 환골탈태를 감행한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면이 방영된 것이었다. 시청률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김혜진의 비밀이 지성준에게 밝혀지는 10회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갈등은 풀렸는데...흔들리는 캐릭터들

그러나 두 가지 비밀이 모두 드러난 <그녀는 예뻤다>는 불안해 보인다. 이제 남은 건 두 주인공의 해피엔딩 뿐인데, 종영까진 5회가 남았다. 김혜진과 지성준을 쉽게 이어버리고 나면 그 사이를 메울 스토리를 찾기 힘들어진다. 둘을 빨리 이어버릴 생각이라면, 또 다른 긴장을 몰고 올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갈등이 풀리자 캐릭터가 흔들린다. <그녀는 예뻤다>의 김신혁(위, 최시원 분)과 민하리(아래, 고준희 분).

갈등이 풀리자 캐릭터가 흔들린다. <그녀는 예뻤다>의 김신혁(위, 최시원 분)과 민하리(아래, 고준희 분). ⓒ MBC


문제는 <그녀는 예뻤다>에 또 다른 사건이 끼어들 만한 여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둘 사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둘 사이에 놓인 장애물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그 장애물을 만들기 위해 사각 관계를 이용하려는 듯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드라마에서 김혜진과 함께 코믹 요소를 담당하던 김신혁(최시원 분)은 언제부턴가 한껏 진지해졌다. 김혜진으로부터 마음을 거절당한 상황에서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회사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일을 그만두려 하는 모습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초반 능글맞고 유쾌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던 매력있는 캐릭터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민하리(고준희 분)역시 지성준을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 민폐를 끼쳤다. 아무 남자나 만나며 걱정을 끼치거나, 사표를 내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엄마와 함께 외국으로 떠날 결정을 하면서 김혜진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관한 문제다. 그동안 심적인 갈등을 하며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껴왔던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

김혜진의 캐릭터도 이들과 함께 따라 춤추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면서도 민하리를 위한답시고 지성준에게 벽을 치는 모습은 답답한 전개만 가져 왔다. 김혜진이 물러난다 해도, 민하리와 지성준의 관계는 진전되지 못한다. 따라서 김혜진이 그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또한 마음을 거절한 상대인 김신혁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5만원을 건네는 장면도, 마치 '이 돈을 받고 마음을 접으라'는 의미에서 나온 행동인 듯 불분명하게 묘사됐다. 그저 착하기 때문이 아니라, 눈치가 없어 보였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녀는 예뻤다>가 중심을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김혜진에 대한 마음을 멈추지 않은 지성준이라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혜진과 지성준이라는 캐릭터의 조합을 놓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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