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4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5할 승률을 회복했다(4승 4패).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지난 8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8번 타순에서 3안타를 터트린 최주환과 대타 3점 홈런을 때려낸 민병헌의 활약에 힘입어 9-4로 승리했다.

지난 2경기에서 무려 33점을 내줄 정도로 마운드가 철저히 붕괴됐던 두산은 이날 넥센의 강타선을 8안타 4득점으로 묶었다. 특히 선발 진야곱은 5이닝 3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감격적인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현승 부상으로 5선발 낙점, 하지만 쉽지 않은 1군 무대

두산은 올 시즌 더스틴 니퍼트, 유니에스키 마야,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 구성을 일찌감치 마쳤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노경은, 이현승, 이재우 등이 경쟁했지만, 노경은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재우가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5선발 자리는 자연스럽게 이현승으로 정리되는 상황이었다.

두산 이적 후 5년(군 복무 기간 포함) 동안 단 9승을 올리는 데 그친 이현승은 올 시즌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2009년의 영광(13승)을 재현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하지만 명예 회복을 노리던 이현승의 다짐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잠시 길을 잃고 말았다.

지난달 20일 KIA타이거즈와의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한 이현승은 두 번째 타자 강한울을 상대하다가 강한울의 타구에 손가락을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왼손 4번째 손가락 미세 골절 부상을 당한 이현승은 2~4주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시즌 개막을 일주일 남겨두고 선발 투수 한 명을 잃었지만, 두산은 동요하지 않았다. 경찰청에서 복귀한 또 한 명의 좌완 선발 진야곱이 예비 자원으로 대기 중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프로에 데뷔해 불펜 투수로만 활약하던 진야곱으로선 처음으로 얻은 선발 기회였다.

잔야곱은 지난 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했다. 당시 두산은 3경기 연속 선발승으로 3연승을 달리는 중이었다. 진야곱마저 승리하게 되면 시즌 초반 선발 왕국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1군에서의 실전 공백이 길었던 진야곱에게 한화 에이스 미치 탈보트와의 맞대결은 부담스러웠다. 진야곱은 3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6볼넷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여느 젊은 투수들이 그렇듯 진야곱 역시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뿌리지 못하고 타자들에게 끌려간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5볼넷을 이겨낸 6탈 삼진, 프로 데뷔 첫 선발승

씁쓸했던 첫 패배 이후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현승에 이어 에이스 니퍼트마저 골반 통증으로 시즌 첫 등판을 하지 못한 두산은 3연승 후 거짓말처럼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연패의 시작이었던 진야곱은 지난 8일 넥센전에서 다시 선발 등판했다.

넥센은 지난 7일 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무려 27안타 4홈런 17득점을 기록하며 놀라운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다. 1군 경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임시 선발' 진야곱에게는 무척 버거운 상대다.

우려한 대로 진야곱은 1회부터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볼넷 4개로 선취점을 내줬다. 5번 타자 김민성이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여전히 진야곱에게 넥센 타선은 피해 가고 싶은 상대였던 모양이다.

진야곱은 2회와 3회에도 억지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다가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두산 타선은 2회말 공격에서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묶어 대거 5점을 뽑아내며 진야곱을 지원했다.

금방이라도 강판될 것 같았던 진야곱은 4회부터 안정을 되찾으며 넥센의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특히 5회에는 박병호와 윤석민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결국 진야곱은 5이닝 4피안타 5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2008년 9월 4일 한화 전 이후 2407일만에 따낸 승리이기도 하다.

사실 진야곱은 이날 5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도 51:45에 불과했다. 1회에는 서건창의 도루를 견제하다가 보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속 146km의 강속구를 앞세워 탈삼진 6개를 기록하는 강력한 구위를 뽐내기도 했다.

진야곱은 제구가 불안하기 때문에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하면 '시한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진야곱이 선발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1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이현승이 본격적인 투구 훈련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진야곱은 앞으로도 한 두 번의 선발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2407일만에 승리를 따낸 진야곱이 프로데뷔 첫 선발승의 기운을 받아 두산의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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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진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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