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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 온 지 3일이 지났습니다. 산에서는 시간이 제 자리를 맴돌았는데 이곳에서는 번개처럼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틀 후면 다음 여행지인 미얀마로 떠나야합니다. 오늘은 마음에 담고 있던 '무스탕' 지역 여섯 개 초등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포카라 겨울학교'에 갈 생각입니다.

무스탕, 옷 아니냐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스탕 하면 고급 가죽 의류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전투기 이름이 생각날 것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무스탕은 히말라야 설산의 신비로 둘러싸인 해발 4000m 고원 지대에 있습니다. 포카라 북서쪽에 있는 칼리간다키 강을 따라 올라가면 '은둔의 땅' 무스탕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무스탕 마을의 모습.
▲ 마을 정경 무스탕 마을의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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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은 18세기 네팔에 자치권을 빼앗긴 후 외국인은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티베트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무스탕 주민들이 네팔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세상과의 교류는 험한 협곡과 절벽 사이로 난 좁을 길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네팔 당국은 1992년에야 비로소 외국인의 방문을 허락하였습니다. 한 해 무스탕을 여행할 수 있는 외국인의 숫자는 1000명으로 제한하였으며 10일 여행 시 650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저는 무스탕 트레킹에 관심이 많지만 입장료에 대한 부담으로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스탕 지역에는 여섯 개의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대부분 곰파(사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정부나 외부의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시설이나 학습 자료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어깨동무'모임에서 지원한 책걸상.
▲ 책걸상 지원 '히말라야 어깨동무'모임에서 지원한 책걸상.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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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히말라야 어깨동무'라는 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히말라야 지역 학교를 돕기 위한 모임입니다. 학교가 결정되면 3년간 일정 금액을 지원합니다. 히말라야 돕기 사업의 두 번 째 사업장이 무스탕이었습니다. 히말라야 어깨동무는 무스탕 지역 여섯 개 학교에 책걸상을 공급하였고 환경 개선 사업을 지원하였습니다.

포카라 겨울 학교

무스탕 지역의 겨울철은 무척 춥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따뜻한 포카라로 이동하여 겨울을 보냅니다. 주민들이 떠났기에 학교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포카라에 여섯 개 학교가 연합으로 임시 학교를 3개월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가 포카라 겨울학교입니다.

힘들게 찾은 '포카라 겨울 학교'
▲ 멀리 학교 모습이 힘들게 찾은 '포카라 겨울 학교'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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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포카라 외곽지역 시외버스 정류장 인근에 있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려 한참을 헤매고 다녔지만 학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까스로 티베트 스님을 만난 후에야 학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을 따라가니 산자락에 룽다와 타르초가 흩날리는 건물이 보입니다. 제가 찾던 포카라 겨울학교입니다.

포카라 외곽에 있는 무스탕 지역 6개 연합  '겨울 학교'
▲ 학교 입구 포카라 외곽에 있는 무스탕 지역 6개 연합 '겨울 학교'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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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학교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교문이 닫혀 있어 한참을 문을 두드려서야 선생님이 나와 문을 열어 줍니다. 학교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왁자지껄 몰려듭니다. 외부인에 대한 호기심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점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없어도,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쉬는 시간인지 아이들이 운동장 여기저기서 놀고 있습니다. 아무런 놀이기구 없이도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면서 술래잡기를 하고 레슬링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우리나라 아이들 모습이 겹쳐집니다.

수돗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 놀이 수돗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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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마을 회관을 임대하여 세 달 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50명의 아동들이 기숙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작은 건물에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 교무실 그리고 취사를 담당하시는 학부모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3개월을 공부한 후 가족을 따라 무스탕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포카라 겨울 학교'에서
▲ 기숙사 모습 '포카라 겨울 학교'에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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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가자 학교 시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교실과 교무실이 커튼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교실 벽에는 구구단과 새 그림을 붙여 놓았습니다. 옆방에는 기숙사라고 불리기에는 허술한 잠자리가 펼쳐 있습니다. 이곳에서 학업과 숙식이 동시에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영어 단어 외우기
▲ 새 이름 영어 단어 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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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는 책상 하나와 침대가 가구의 전부입니다. 책상 위에는 라디오와 연필깎이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문명의 혜택인 것 같습니다. 학교 교무실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습니다. 이곳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요.

책상 하나, 침대 하나
▲ 교무실 책상 하나, 침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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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얼뜨기도 손님이라고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탁과 의자를 밖으로 내어와 차를 대접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아이들이 제 주위를 맴돕니다. 갑자기 유명 인사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아이들의 표정은 맑고 밝은 모습입니다. 제가 말을 걸자 아이들은 미소로 답합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 아이들을 통해 무스탕의 미래가 밝아졌으면 합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카라까지 학교를 보낸 부모님들의 염원이 실현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포카라 겨울학교'에서
▲ 아이들 모습 '포카라 겨울학교'에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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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액수의 돈을 기부하고 뒤돌아 나오면서 뒤통수가 화끈 거렸습니다. 괜한 생색을 낸 것이 아닌지,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환상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하는 후회가 되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모여 있는 무스탕 아이들
▲ 이쁜 아이들 양지바른 곳에 모여 있는 무스탕 아이들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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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라운딩, #무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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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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