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인은 <샐러리맨 초한지>의 유방이 싫다고 했다. 변변하게 잘난 것 없이 '찌질'하고 취업에는 매번 실패하며, 촌스러우면서 말도 많다고. 그런 그가 우여곡절 끝에 천하그룹에 입사하고 샐러리맨이 된 후, 권력에 일갈하는 영웅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자 지인의 평가도 달라졌다.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는 제작진들의 전작 <자이언트>가 그랬듯이, 거대한 조직이나 사회 안에 놓인 개인의 이야기를 좇았다.

<자이언트>에서 격변의 1970년대를 산 남자 이강모를 연기했던 이범수는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이권 다툼의 장인 대기업 말단 샐러리맨 유방으로 분했다. 소시민이 거대 조직에 맞서 성공하는 이야기라는 같은 맥락 속에서 유방은 이강모에 코미디를 곁들인 '통쾌'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유방이 돋보였던 것은 천하그룹 내 공장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를 돕고, 이들과 함께 팽성실업이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했을 때일 것이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용역 깡패와 공권력이 결합해 노동자들을 구타하는, 다소 민감하고도 현실적인 장면을 꽤 오랫동안 화면에 담았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말 안 한다고, 생각 없는 건 아니잖아요?"

<샐러리맨 초한지> 종영 후 인터뷰 차 만난 이범수는 유방이 해고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함께 싸우는 이 장면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평했다. 유방은 배우 이범수가 표현하고 싶은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유방이 루저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영웅은 거창한 꾸밈이 아니라, 진정성 어린 개개인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방을 그런 인물로 그리고 싶었고요. 이건 배우 이범수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 않다'는 말이요.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중국 역사서 <초한지>에 나온 말이지만, 현대인의 상황에 맞는 것 같아요."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열연한 배우 이범수가 3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정치 사회적 현안을 배경으로 한 다소 예민한 장면이 아니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범수는 단호하게 "말 잘했어요"라고 거들었다. 그는 "배우는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며 "(정치 사회적으로) 눈치를 보거나, 반대로 그 기회에 편승하는 그런 종자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배우는 일종의 광대다. 왕 앞에서 왕을 비판하더라도 그 자유로움을 인정받아야 하는 광대.

이범수는 "배우는 자유롭기 때문에 소신이 있어야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발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이어 그는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말을 하고, 안 하고는 개념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본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작품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너무 과장해서도 안 될 것 같아요. 대중의 흐름과 호흡을 같이 할 뿐이죠. 만약 배우로서 연기한 유방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면, 시청자들이 공감을 했다면, 저는 성공한 거네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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