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좋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4월 9일 열리는 2011-2012 프로농구 시상식에 '인기상'이라는 항목을 만든 것이다. 인기상은 KBL 홈페이지를 통해 남자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 이 상만큼은 기자단이 아닌, 전문가들이 아닌, 팬들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다. 

인기상 투표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21일. 현재까지 총 14일 동안 투표가 진행됐다. 그리고 투표의 마감일인 4월 8일까지는, 이제 1주일도 남지 않았다. 투표가 사실상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KBL에서 정한 각 팀별 2명씩 총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기상 투표. 4월 2일까지의 진행 상황은 어떨까.

 4월 2일까지의 인기상 투표 순위

4월 2일까지의 인기상 투표 순위 ⓒ 홍진표


이번 시즌 신인들의 임팩트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이 인기상 투표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SK 나이츠의 신인 김선형이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오리온스의 최진수와 KGC의 오세근도 각각 4위와 5위에 올라있다.

그밖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KGC의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2위, 올스타 투표에서 전체 4위에 올랐던 삼성 소속의 귀화혼혈선수 이승준이 3위에 랭크되어 있다.

굉장히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부문이기에, KBL의 이러한 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장점과 비례해서 아쉬운 점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어떤 아쉬운 점들이 있을까?

우선 참여율이다. 인기상 투표가 시작된 것은 3월 21일이다. 6강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시즌이 끝나지 않은 팀은 겨우 4팀에 불과했다. 나머지 6개 팀의 시즌은 3월 21일로서 끝난 것이다. 그리고 3월 21일은 프로야구의 시범경기가 시작된 지 5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KBL은 KBO의 일정을 크게 의식한다. 프로야구에 비해 프로농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에, 프로야구와 겹치는 것을 최대한으로 피한다. 그 덕분에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의 빠듯한 일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의 시범경기가 열리며 야구쪽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동하는 시점에서, 그 때에서야 인기상 투표를 시작한 KBL.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 환호하던 많은 팬들은, 조만간 개막하게 되는 프로야구에 그 관심을 돌렸다.

이번 시즌 KBL의 올스타 투표에서 베스트 10에 들어간 선수 중 최저 득표를 기록한 선수는 LG의 문태영이었다. 한 달 여가 조금 넘는 투표 기간 동안, 문태영이 온라인에서 획득한 투표수는 2만4301표였다. 그런데 인기상 투표가 시작된 지 2주가 넘어가고 있지만, 1위 김선형의 득표수는 1372표에 불과하다. 농구팬들이 이 인기상 투표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스타전 투표 때에 비해, 인기상 투표는 최대 2명까지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핑계를 대기에는, 투표 수치가 너무나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조금만 인기상 투표를 일찍 기획하고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인 오세근과 김선형

신인 오세근과 김선형 ⓒ KBL


둘째, 인기상 후보에 포함된 명단이다. 각 팀 당 2명씩의 후보를 정한 KBL. 그 기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감독들에 의한 추천인지, KBL의 나름대로의 평가 시스템에 의한 공헌도 순인지, 잘생긴 외모 순인지 알 방법이 없다.

몇몇 팀은 당연히 후보에 들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라고 공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몇몇 팀들은 왜 이 선수가 인기상 후보에 있는지 납득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올스타전 베스트 10에 들었던 선수 중 모비스의 양동근, KGC의 오세근, 전자랜드의 문태종, 삼성의 이승준, KCC의 전태풍, 동부의 김주성, SK의 김선형, KT의 조성민 등은 인기상 후보 명단에 자연스럽게 올랐다. 팬들의 투표로 뽑힌 올스타전에서 베스트 명단에 들었던 선수들이기에, 인기 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베스트10의 나머지 2명인, 동부의 벤슨과 LG의 문태영은 제외됐다. 올스타전 온라인 투표에서 2만1026표를 받았던 벤슨은, 외국인 선수라는 이유로 명단에서 빠졌다. 인기상 명단에 외국인 선수는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많은 농구팬들이 좋아했던 찰스 로드, 크리스 윌리엄스 등도 후보 명단에서 빠진 것은 당연하다.

LG의 문태영은 빠진 이유도 유추할 수가 없다. LG에서 후보 명단에 든 선수는 김현중과 송창무. 김현중은 올스타 투표 때도 많은 득표를 얻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송창무의 선택에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즌 송창무가 LG에서 많은 기량 향상을 보이며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지만, 그의 인기가 과연 문태영이나 서장훈과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베스트 멤버에 뽑혔던 문태영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 부진했던 서장훈도 올스타 투표 때 무려 1만6333표를 얻었었다.

 올스타전 MVP 선정됐던 문태영

올스타전 MVP 선정됐던 문태영 ⓒ KBL



SK의 인기상 후보 명단도 아쉬운 점이 많다. 김선형 외의 나머지 한 명이 왜 변기훈이었을까. SK에는 주희정, 김효범, 김민수 등의 스타군단이 있다. 비록 이번 시즌 모두 아쉬운 활약을 펼쳤지만, 그들의 인기가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올스타 투표 때도 주희정이 1만5191표, 김효범이 1만2571표, 김민수가 8848표 등을 받으며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당시 변기훈이 얻은 득표수는 7981표에 불과했다. SK 팀 내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떨어지는 변기훈이, 김선형과 함께 후보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변기훈이 아무리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다지만, 인기상은 엄연히 인기상이다. 기량발전상 부문과는 다르다. 

마지막으로 한 팀당 2명씩의 제한을 둔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인기가 많은 선수들이 몰려있는 팀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KGC를 들 수 있다. KGC에는 젊은 스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로 인해서 양희종, 박찬희, 이정현 등은 아예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그 밖에 삼성의 이시준, KCC의 추승균, 전자랜드의 강혁, 동부의 안재욱과 박지현, 오리온스의 김동욱 등 올스타 투표 때 많은 득표를 얻었던 선수들도 팀당 2명이라는 제한으로 제외됐다. 

취지는 분명 좋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그만큼 큰 것이 사실이다. KBL이 이번 인기상 항목의 투표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 등을 잘 파악해서, 다음 시즌의 인기상 투표 때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원활한 투표를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KB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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