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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예스, 노를 명확히 표현하는 성격이었을 정도로 모든 사람들에게 직설적이었어."

오세일 원장과의 대화는 '방대하다'는 말을 사용해야만 설명이 가능할 것 같다. 가깝게는 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멀게는 최근 다시 화제가 된 '데이트 폭력'까지 대화의 주제는 끝없이 확장됐다(데이트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특히 눈을 커다랗게 떴다.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때리다니, 그런 미친놈이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덕분에 더없이 유쾌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지만 막상 그를 설명하려 하니 21년 경력의 헤어 디자이너라는 말이나 '헤어계의 욕쟁이 할머니'라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수식어까지, 참으로 다양한 수식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몇 개의 주제에 대한 오세일 원장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것으로 그가 살아온 길을 드러내기로 했다. 일명 '오세일, 오세일을 말하다 '

#1. TV홀릭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어렸을 땐 '동해물과~'가 텔레비전에 나올 때부터 '동해물과~'가 다시 나올 때까지 봤어. 가족들이 제발 자라고 할 정도였지. 일상적으로 미디어를 접했던 것 같아.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영화를 좋아하셨거든. 외출하면 꼭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코스로 영화관엘 갔었고. 

뭘 보고 감동을 받으면 그걸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아. 아버지 친구들이 집에 오시면 그 앞에서 온갖 쇼를 다 하기도 했거든.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연기학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다니다가 영화를 두 편 정도 찍었어. 그 때부터 강수연씨랑 친구가 됐지. 그 친구는 주인공이고 나는 엑스트라 정도였는데도 쿵짝이 잘 맞아서.

의상에도 관심이 많았어. 원랜 일본에서 공부를 더 하려고 했는데, 가세가 기울면서 그럴 수가 없었지. 갈팡질팡하던 상황에서 헤어 디자이너가 되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어. 쉽게 결정했던 것 같아. 헤어 스타일링이 잘 돼야 전체적인 스타일이 완성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서는 갑작스럽게 유명해진 편이야. 주위 환경이 좋았던 편이었거든. 친구들이 다 잡지사 기자에,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거지."

#2. 독설의 이유

"초등학교 때부터 예스, 노를 명확히 표현하는 성격이었을 정도로 모든 사람들에게 직설적이었어. 인격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게 아니라, 그걸 사심 없이 표현했던 것뿐이야. 의외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이 이것까지 갖춰지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을 했던 거지.

케이블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특별한 사명감이 있어서 독설을 했던 건 아냐. '내 눈엔 아닌데 왜 다 예쁘다, 예쁘다라고만 하나'라는 생각 때문이었지. 다들 예스맨이었잖아. 사실 장점은 본인이 끈을 놓고 방치하지 않는 이상 장점은 장점일 수밖에 없어. 그 사람에게 독이 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거든. 그리고 또 잘해(웃음). 그래서 패션 테러리스트를 꼽는다던가, 약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던 게 못마땅했나봐.

그러니까, 나는 그냥 동등하게 생각한 거야. 어디 임금에게 아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하는 거잖아. 그런데 듣는 사람들의 방식이 나와는 달랐던 거지. 그래서 오해를 한 거고,  나는 또 '왜 그러지' 하고 상황파악을 못 한 거고. 내가 순진하고 솔직했던 거지. 그런데, 결국은 다 내 말대로 하더만!"

#3. 오해의 시작과 끝

"어떤 사람은 나에 대해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나는 그 사람과 일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있었어. '나는 그 사람을 모르는데!' 하고. 그런 것 같아. 급작스럽게 남과 다른 상황을 맞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둘러싼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지.

그때는 혈기가 왕성해서 '이런 소리를 내가 왜 들어야 하나'라고도 생각했어. 그런데 패션을 공부한 사람만이 패션을 얘기하고, 헤어를 공부한 사람만이 헤어만을 이야기하고, 그건 아니잖아. 정치하는 사람만 정치 얘길 하나? 안 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자신의 직업을 내세워 나를 견제하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 다 정리하고 싶더라.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 활동을) 안 하게 됐지.

힘들기도 했어. 침체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잘 됐다고 생각해. 확실하게 내가 할 일을 생각할 수 있게 됐거든.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됐던 거지. 무언가에 대해 예스, 노를 말할 땐 스스로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연연해하면, 그건 치사한 사람이 아닐까. 그냥, 이제는 그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고 생각해."

#4. 다시, 꿈꾸다

"미용실이라는 공간에서 정해진 타이틀로만 일하는 게 아니라, 뭔가 전체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비주얼 디렉터'라는 말을 만들었어. 할 일이 한 두가지로 정해진 건 아냐. 올해 뮤지컬 <올댓재즈>의 비주얼 아트 디렉터를 맡았어. 음악에도, 연기에도 관여할 수 없지만 공연 자체가 관객에게 완성도있게 보일 수 있게 한 거지. 그러면서 '비주얼 디렉터'로서 할 수 있는 범위가 무한대라는 걸 느꼈어.

여기에 더해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내 미용실에 오는 분들만이 아니라 여길 오지 않는 여성들에게도 내 손길이 닿는 뭔가를 해주고 싶거든. 일차적으로 제품 개발이 될 수도 있겠지. 생각지도 않은 기회에 태국의 대형 화장품 회사에서 런칭하는 염색약 개발에 참여하면서 시작하게 됐어.

앞으로 이런 일들을 더 하기 위해선 불특정 다수에게 '오세일'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전달할 수 있어야겠지. 그런 것들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방송 출연(tvN <롤러코스터>)도 하게 됐고. 이번 방송 출연이 나에게 좋은 의미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

앞으로의 계획? 일단 지금 하는 걸 잘해야 다음에 뭘 할지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을까. 내가 성격이 급한 반면에 하나에 몰입하는 성격이라,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해. 현재 상황에서는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야."

오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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