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태계에 천적관계가 존재하듯 프로야구도 생태계처럼 천적관계가 있다. 잘나가다가도 특정 팀만 만나면 이상하리 만큼 경기가 꼬이고 믿었던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난타 당하며 무결점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들은 실책을 연발하고 경기도 손쉽게 내주고 만다. 결국 이러한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팀에 대한 징크스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상대팀에 대한 공포감마저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엘지와 KIA의 경기에서 엘지는 8회 터진 오지환의 3점 홈런에 힘입어 지난해 우승팀 KIA를 8-4로 누르고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KIA전 8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또한 엘지는 이날 승리로 시즌 첫 3연승행진과 함께 7승을 올리며 KIA와 함께 공동4위로 올라섰다.

 

2009시즌 KIA의 우승에는 탄탄한 선발진과 외국인용병의 활약,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의 플레이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KIA 팬들은 광고의 카피처럼 '사랑해요 엘지'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투수난에 허덕이던 엘지는 선발급 투수 강철민을 받고 내야요원이었던 김상현과 박기남을 주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때 엘지의 계륵 같은 존재였던 김상현은 고향 팀 KIA로 오자마자 펄펄 날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홈런과 타점, 장타율에서 수위로 올라서며 타격 3관왕에 올랐고 2009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아이콘으로 거론될 정도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잘나가는 김상현에 비해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던 박기남도 내야의 백업요원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 반지까지 끼게 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선발급 투수로 기대를 모았던 강철민은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후 지난 시즌부터 올해까지 단 한차례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KIA우승을 향한 엘지의 지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엘지는 KIA와의 19차례 맞대결에서 16승을 헌납했고 반대로 유독 KIA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두산을 상대로는 13승 6패를 기록하며 철저하게 KIA를 도왔다. 지난 시즌 KIA는 두산을 상대로 7승 12패를 기록하며 상대팀인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승보다 패가 더 많았고 두산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내용처럼 호랑이 잡는 곰이 되어 KIA와 함께 순위경쟁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서울라이벌 엘지에게는 철저하게 당했다. 즉 엘지는 KIA에게는 절대 고전했지만 두산을 상대로는 승승장구했고 두산은 KIA를 상대로는 승승장구했지만 엘지에게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반면 KIA는 엘지를 상대로는 철저하게 승수 챙기기에 나섰지만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상대 전적이 말해주듯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 홈런타자와 KIA가 가장 필요로 했던 백업 내야수를 내주고 호랑이 잡는 곰까지 잡아줬으니 KIA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랑해요 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0시즌 두산과 엘지는 시즌 첫 맞대결에서 서로 1승1무1패씩 주고받으며 탐색전을 마쳤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KIA를 상대로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며 올해도 상대전적 3승 1패로 앞서고 있다.

 

2009시즌 서로 물고물리는 생태계와 같은 먹이사슬 관계를 유지했던 3팀이 올해는 그 먹이사슬 관계를 끊을 수 있을까? KIA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엘지는 이번시즌 천적 KIA와의 첫 맞대결에서 기분 좋게 승리하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과연 엘지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KIA에게 당했던 수모를 올해는 제대로 분풀이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보이지 않을 태세다.

2010.04.17 10:44 ⓒ 2010 OhmyNews
먹이사슬 KIA타이거즈 엘지트윈스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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