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자. 이번 2007 아시안컵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전을 포함해 한국이 시원하게 승리를 거둔 경기가 있는가? 경기를 지배했으나 불운으로 인한 부진이라 말하기에는 대표팀의 경기력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표팀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직접 슈팅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프리키커가 찬 공의 부정확성이 첫 번째다. 이천수와 최성국이 키커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데 이들의 킥은 빠르고 회전력이 좋지만 반대로 너무 짧고 부정확하다. 이들이 시도하는 프리킥의 대부분이 상대 골문 앞에 있는 장신의 우리 선수들에게 연결조차 되지 않고 상대의 수비진에 의해 간단히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슈팅이 가능한 지역에서 찬 프리킥도 문제다. 이 역시 이천수가 전담 키커로 나섰다. 문제는 이천수의 슛 컨디션이 월드컵 당시 토고전이나 그리스와의 평가전 때만큼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상대팀 선수들 모두 이천수가 결국은 프리킥을 찰 것을 알고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천수는 믿을 만한 프리키커임이 틀림없지만 대표팀에는 김두현, 김진규 등 그에 필적할 만한 프리키커들이 꽤 많다. 이들이 역으로 슈팅을 시도하거나 쇄도하는 공격수들에게 로빙패스를 하는 등의 전술을 다양화한다면 상대의 역을 찌를 수도 있고, 동시에 이천수의 프리킥 능력이 더 빛을 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표팀 선수들 전체적으로 볼 트래핑 미숙이 눈에 띤다. 물론 국내의 경기장과는 확연히 다른 잔디상태가 가장 큰 문제지만 이 문제만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공격수, 수비수 할 것 없이 볼 트래핑을 포함한 볼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축구의 기본인 볼 트래핑을 잘 한다면 미드필더 싸움에서도, 공격수의 슈팅 상황에서도 현저히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세계적 선수들의 공통적 특징은 볼 트래핑 능력이 그 누구보다 우수하다는 점이다. 한 번의 볼 트래핑이 대표팀에게 골을 안겨줄 수도, 골을 내줄 수도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비진에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상황에서 유기적 움직임의 부재다. 며칠 전 방한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호날두와 루니의 패스를 바탕으로한 빠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봐선지 우리 대표팀의 역습 능력은 빈번한 백패스를 통해 역습을 평범한 공격상황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루니와 같은 빠른 발을 지닌 최전방 공격수를 지닌 맨유와 주로 이동국과 조재진과 같은 타깃맨을 기용하는 대표팀의 전술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공격수는 드리블 능력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으며, 미드필더들은 백패스를 즐겨한다.

마지막으로 좌우 윙백에 문제가 있다. 좌 영표 우 종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윙백이지만 이영표는 부상중이고 송종국은 자주 템포를 늦추는 등 오버래핑 상황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인다. 이들을 대체하는 선수들로 베어백은 오범석과 김치우를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젊어 빠른 스피드와 활발한 오버래핑을 할 수 있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사우디 전에서 오범석이 페널티킥을 내주는 상황, 김치우의 오프사이드 전술 소화 능력 등 경험 측면에서 적잖은 문제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예선에서 부진한 팀은 결선 경기에 가서 우승을 하는 등 활약을 한다’는 말에 의존해 47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무조건 바라기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8강전 때의 이운재의 선방이 그랬듯 한 사람만의 활약이나 정신력만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아시안컵 우승은 요원하다. 47년 동안 한 번도 우승을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2007-07-24 18:16 ⓒ 2007 OhmyNews
아시안컵 이천수 프리킥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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