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실력을 논함에 있어서 통상 두 가지 정도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신체적 능력, 즉, 선수개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개인기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플레이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 즉, 동료를 이용하여 공간을 만들어내고 패스를 하며, 일순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그럴 수는 없는 법. 언제나 천재라는 이름으로 위 두 가지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천재를 신뢰하는 편이다. 아무리 팀스포츠의 본질은 조직력이라는 논리로 윽박지르려 해도, 일순간에 흐름을 바꿔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천재의 존재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긴 축구의 역사를 바라볼 때, 불세출의 천재들은 언제나 존재하여 왔다. 펠레, 마라도나, 요한 크루이프, 호나우두 그리고 현재의 호나우지뉴 등이 그들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 수원 시절의 고종수
ⓒ 수원 삼성
필자는 자신 있게 고종수라고 말할 수 있다. 스스로가 사생활을 컨트롤하는 능력도 천재성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선수시절 동안 경기장에서 플레이로 보여준 것만 본다면 사실 고종수를 능가할 만한 선수는 한국에 없다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가 여타 한국선수들과 비교해서 뛰어났던 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의 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발목을 쓰는 것 자체가 달랐다. 비록 기동성이나 활동량에서는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그의 킥은 개인기에서 여타 선수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고종수존”이라 불릴 정도의 적중률을 자랑했던 그의 트레이드마크 프리킥이나 감각적인 패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예리한 크로스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특히 수비수를 앞에 둔 상태에서 반 박자 빠른 그의 크로스는 '윙이 굳이 엔드라인 끝까지 돌파를 시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을 들게 할 정도였다.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윙포워드들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라인을 활발하게 타는 플레이로 공간을 장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센터포워드를 정확히 겨냥하는 예리한 크로스는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플레이를 만들어가는 능력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사실 그의 주 포지션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절제와 욕심 사이를 조절할 줄 알아야함에 있다.

즉, 과도하게 볼을 끌기보다는 간결하게 좌우 혹은 중앙공격수에게 볼을 공급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3선, 4선 라인과 협력하면서 게임의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포워드진을 도와서 주로 중거리슛의 형태로 득점을 해야 한다.

위 조건에 고종수 이상의 기량을 지닌 선수를 쉬이 떠올릴 수 있을까? 수원 삼성 당시 '고·데·로'라 불리며 포워드 2명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폭발적인 중거리슛과 프리킥을 선보였던 그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다른 선수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고종수를 떠올리면 아쉬울 뿐이다. 좀 더 노력하고 인내하여 팬들에게 더 오래 그의 플레이를 감상하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축구의 거목으로 성장한 박지성과 그는 포지션이 똑같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왼쪽 미드필더에 고종수와 박지성이 뛰는 모습을 이제는 그냥 '상상'만 해야 하는 것인가? 둘의 나이차이가 3살이라는 점은 두고두고 한국축구에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처음 맡았을 당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고종수만큼만 해라. 고종수처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만이 대표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비록 짧았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 플레이는 그 어떤 한국선수도 흉내 낼 수 없었던 불세출의 플레이였다.
2007-06-17 12:43 ⓒ 2007 OhmyNews
고종수 수원 삼성 미드필더 프리킥 천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