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석 없고 함성도 없는 텅빈 그라운드에서 프로야구 2군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오로지 선수와 심판, 기록원, 그들만의..

한국프로야구가 시작된지 올해로 22년째. 20명도 안되는 엔트리로 시작된 야구가 지금은 2군경기도 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하였다. 이로써 선수수급에 숨통을 열었지만 몇몇 구단은 2군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운영자체를 안하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의 2군경기 모습
ⓒ 오명관
특히, SK와이번스의 2군선수들은 큰 희망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고 있다. 이유는 2군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1군으로 진입시킨다는 것. 와이번스 2군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임광엽씨는 "SK가 과감한 투자와 2군선수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1군 선수들의 전력상승요인도 한 몫 했을 것"이라며 예찬론을 폈다.

현재 2군에서 뛰고 있는 팀은 올해 새로 들어온 상무를 포함해서 총 9개팀이다. 이들은 팀당 66게임을 하고 있으며 북부리그(두산 상무 SK LG 현대)와 남부리그(기아 롯데 삼성 한화)로 나눈 뒤 낮 1시에 경기를 하고 있다.

SK와이번스는 1군에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2군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오늘 새로 부임한 단장이 2군선수를 격려차 방문하기도 하여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타구단도 그렇겠지만 와이번스 2군 선수들의 숙소와 구장을 살펴보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관중석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배수처리가 잘되는 잔디구장과 자동식 전광판 그리고 투수들을 위한 연습투장소는 메이저구장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숙소에는 선수들을 위해 PC방과 룸 그리고 식당은 웬만한 호텔과 같다.

그러나 구단이 투자하는 것에 비해 선수들의 서러움은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어 1군과 2군간의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군과 2군간의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몇가지만 좀 더 신경을 쓴다면 2군도 미국의 마이너리그처럼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아쉬운 몇가지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경기시간이다. 무조건 낮 1시에 경기를 한다고 한다. 일단 비용절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리그를 나눈 것도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운영방식이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팀을 한 리그로 묶은 것이다. 또한 경기 시간을 낮 1시로 정한 것은 게임 후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야간경기를 하게 되면 경기 후 이동시간이 너무 늦어 하룻밤 묵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 와이번스 덕아웃에서 바라 본 타석의 모습
ⓒ 오명관
물론 각 구단과 야구위원회에서는 2군 운영에 대해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러나 낮경기만 하게 될 경우 1군에 진입하더라도 야간경기에 적응을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2군에서 실력을 쌓고 훌륭한 경기력을 가졌다고 하지만 야간경기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다시 2군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뜨거운 7, 8월 여름에도 낮경기라고 하니 선수보호차원과 경기력향상을 위해 야간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담이 되더라도 몇 경기만이라도 했으면 한다.

둘째로 심판배정이다. 1군경기에서는 4심제(주심 1루심 2루심 3루심)로 운영하고 있지만 2군경기는 3심제(주심 1루심 3루심)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심판의 자질이나 심판을 제대로 못 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2군도 프로팀이다. 프로팀답게 운영하는 것도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 하다.

마지막으로 관중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2군 경기에는 관중이 전혀 모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현재 2군경기는 관중 없는 상태로 운영하고 있으니 차라리 몇 경기라도 기존 구장을 이용하여 관중을 무료로 입장시키는 것은 어떨지. 이러한 방식은 관중들로 하여금 관심도 끌게 하지만 2군선수들이 관중앞에서 경기하다보면 1군에 진입하더라도 관중의 응원모습에서도 전혀 위축함이 없고 더욱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게 하여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럴 경우에 첫째로 지적한 야간경기와 연계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열악한 자금으로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렇지만 2군팀이 무너지면 1군팀도 무너지게 된다. 튼튼한 기초없이 화려함만 추구하다보면 그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유망한 선수를 수십억씩 들여서 선수를 데려오거나 트레이드만 하게 된다면 자금은 자금대로 들고 생각보다 성적이 안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용병 중에서 특출난 선수가 있다고 해서 몇 수십억씩 투자해서 데려왔지만 재미를 못 본 구단이 많은 점을 볼 때 그 비용으로 2군선수들의 경기력향상을 위해 경기일정과 시간을 할애하는데 투자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2군선수들의 경기력향상을 위해 경기일정과 시간을 할애하는데 투자

미국의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는 것은 '맵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격'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리 유망한 선수라도 최소한의 연봉과 계약금으로 데려와서 마이너리그(우리나라에서는 2군팀)라는 곳에서 기초를 가르치고 적응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진출시켜 그 선수를 활용하여 성공하는 예가 제법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수동이 아닌 자동전광판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만 선수명단을 나타내는 것이 없어 좀 아쉬움이 남는다
ⓒ 오명관
한국의 메이저리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솔직히 한국의 메이저리거들은 연봉이나 계약금이 거의 헐값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유망주를 알아보고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하게 훈련시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프로팀은 2군을 운영하는데 있어 1군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내려보내고 땜질식으로 2군선수를 활용해 온 것은 사실이다. 2군은 비용만 쓰는 것이라는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비용만 쓰는 2군팀 운영이라고 생각하지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여 경기력 향상에 더 노력한다면 1군에서 뛰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더라도 2군 선수를 활용해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값지고 선수 수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몇 프로구단에서 2군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는 늦은 감은 있으나 지금부터라도 운영의 묘미를 살린다면 선수층도 두터워져 메이저리그로 눈높아진 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은 1군을 향해 열심히 뛰고 있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고 서러움과 아픔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땀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화이팅을 전하고 싶다.
2003-05-15 09:4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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