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 조선 멜로 (미인도) 붓끝으로 전하는 조선 최초의 에로티시즘'

 

영화 <미인도>의 포스터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멜로와 에로티시즘, 이것의 판단 기준은 한 끝 차이이다. 영화 속에서 남녀의 육체적 사랑까지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성인영화는 에로물이냐, 예술이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화가 신윤복, 그가 사실은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발전된 영화 <미인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 관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미인도는 개봉하자마자 예매율 1위에 올랐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의 소재가 된 화가 신윤복은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두 작품에서의 신윤복의 모습은 극과극이다. 두 작품에서 그리고자 한 신윤복의 모습이 서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바람의 화원>의 순수한 모습의 신윤복을 생각하고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쓴 소리를 내뱉는다. <미인도>의 신윤복은 철저히 에로티시즘적인 면을 강조하여 화가로써의 순수한 신윤복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원>의 그림에 미쳐 있는 순수한 아이 신윤복, <미인도>의 사랑에 빠져 사랑을 그리는 여자 신윤복, 어떤 신윤복이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찬,반의 의견은 너무나도 쟁쟁하다.

 

SBS드라마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문근영)

▲ SBS드라마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문근영) ⓒ SBS

화가 신윤복은 누구인가 ?

 

영화 '미인도' 영화 '미인도'의 신윤복(김민선)

▲ 영화 '미인도' 영화 '미인도'의 신윤복(김민선) ⓒ ㈜이룸영화사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입부(笠父). 호는 혜원(蕙園)을 쓴다(많은 사람들이 신윤복 이름 앞에 붙는 혜원을 직업으로 아는데, 이는 호이다).

 

김홍도(金弘道) ·김득신(金得臣)과 더불어 조선 3대 풍속화가로써 그는 풍속화뿐 아니라 남종화풍(南宗畵風)의 산수(山水)와 영모(翎毛) 등에도 뛰어났다. 속화(俗畵)를 즐겨 그려 도화서(圖畵署)에서 쫓겨난 것으로 전해지며, 그의 부친 신한평(申漢枰)과 조부는 화원이었으나 그가 화원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화원이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해도 분명한 직업화가로, 당시 수요에 따른 많은 풍속화를 그렸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작으로는 국보 제135호로 지정한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이 전한다. 모두 30여 점으로 이루어진 이 화첩은 간송미술관 소장품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를 통해 외국에도 잘 알려진 그림이다.

 

사회 각층을 망라한 김홍도의 풍속화와 달리 도회지의 한량과 기녀 등 남녀 사이의 은은한 정을 잘 나타낸 그림들로 동시대의 애정과 풍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탄금(彈琴)》 등 6점으로 된 화첩 또한 명품(名品)이다. 아울러 초상기법으로 그린 《미인도(美人圖)》는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렇게 인터넷 지식검색을 통해 알아 본 신윤복의 설명에서도 나타나듯이 신윤복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그가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는 것 뿐.

 

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화원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여자가 아니었을까?'라는 역발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가 사실은 신윤복의 자화상일수도 있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 정확하게 언제 활동했는지 어디서 그림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중은 이 역발상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착각하기에까지 이른다.

 

신윤복은 신윤복이 아니다

 

미인도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여자인 신윤복이 남장을 하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영화에서는 사실은 신윤복은 신윤복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은 신윤복의 동생이었던 그녀가 오빠 대신 그림을 그려주다가 오빠가 자살을 하자, 그 죄책감과 아버지의 강요에 못 이겨 오빠대신 화원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서 오빠의 이름을 쓰고 남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것이 에로티시즘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어린 여자아이라지만, 아버지가 여자아이의 옷을 벗기는 것은 조금 적나라했다. 왜 옷을 벗긴 것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자극적인 장면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집중 방해

 

이렇게 이 영화에서는 신윤복의 에로티시즘을 다룬다는 탈을 쓰고 넣지 않아도 될 자극적인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기녀들이 중국의 책에 나온 체위를 따라하는 장면이 너무 길게 나와 나를 너무나 불쾌하게 했다.

 

물론, 자극적인 장면이 분명히 관객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는 데에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화원 신윤복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지 그 자극적인 장면을 위하여 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제작진은 이 점을 잠시 잊고 있는 듯했다.

 

자극적인 장면을 넣고자 하다 보니 전체적인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나도 허술해졌다. 급속도로 전개되는 스토리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설명해주어야 할 부분은 빠른 스토리 전개로 넘어가고, 그리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기녀들의 애정신은 과도하게 오래 지속되어 영화자체의 내용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미인도, 여자 신윤복의 아름다운 사랑

 

그렇지만 <미인도>는 그저 야하기만한 에로 영화는 아니다. <미인도>는 그러한 많은 단점까지도 아름다운 색채와 영상미로 잘 포장해주었다.

 

남녀 간의 애정신은 낯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극 중 강두와 신윤복의 애정신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남녀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보통의 남녀의 애정신은 여자 연기자의 몸매에 시선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인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둘의 사랑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둘의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그 장면에서 모두 느끼게 해주었다.

 

극 중 신윤복이 남자의 모습을 벗고 여자가 되어 강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여배우의 몸매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장면에서의 빛과 공간과 두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표출 되어 진 것이다. 여자로써의 신윤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행복한지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제작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미인도에서 강두와 장난치는 신윤복

미인도에서 강두와 장난치는 신윤복 ⓒ ㈜이룸영화사

또한 신윤복이 강두를 만나러 갈 때 나오는 코스모스길, 한국판 <사랑과 영혼>이라 지칭 받고 있는 청동거울을 만드는 신, 둘이 사랑을 나누기 전 어린아이처럼 장난을 치는 신, 둘의 사랑장면은 정말 어느 하나도 아름답게 표현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제작진은 이것을 노린 것이었을 수도 있다. 단지 그저 한순간의 쾌락을 위한 육체적 사랑을 한없이 더럽고 추악한 것으로 묘사하여 강두와 윤복의 사랑이 더욱 더 아름답고 순수하게 보일 수 있도록.

 

신윤복을 섹슈얼하게 그려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모험이고 도전이었을 수 있다. 조금만 잘못 빗나가면 에로라고 손가락질 받는 그 모호한 경계선을 지키고 신윤복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 낸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손가락질 했을지도 모른다.

 

<미인도>의 성공?

 

 여자로써의 신윤복, 강두와의 애정신

여자로써의 신윤복, 강두와의 애정신 ⓒ ㈜이룸영화사

하지만 <미인도>는 결코 실패작은 아니다. 비록 <바람의 화원>에 나오는 그림에 미쳐있는 순수한 신윤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여자로써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랑을 한없이 한 여자로서 행복했던 신윤복을 만날 수 있다. 신윤복의 화가로써의 삶은 많이 볼 수 없지만 여자로써의 사랑은 느껴 볼 수 있는 영화다.

 

집으로 돌아와 설명이 안 된 부분들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차츰차츰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신윤복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게 될 지도 모른다.

 

어느 영화나 완벽한 영화는 없다. <미인도>를 보러 갈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 하자면 모든 장면마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신윤복의 명대사가 있다 "유혹하고 유혹받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린 것"이라고 자신의 속화에 대해 표현한 것, 무엇을 보든지 중요한 것은 보는 사람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느냐이다.

 

미인도에서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기녀들도, 신윤복의 천재적 그림솜씨도 아니다. 바로 한남자만을 가슴 따뜻하게 사랑했던 한 여자로써의 신윤복의 모습이다.

 

화가로써의 신윤복이 보고 싶다면 절대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여자로써의 신윤복의 모습이 보고싶다면 꼭 보아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2008.11.25 11:01 ⓒ 2008 OhmyNews
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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