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가뭄 해갈을 이유로 충남 공주보 담수를 결정한 것에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대전과 공주지역 단체들이 공주보 담수 과정에서 환경부가 민관협의체 위원들을 들러리로 만들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금강유역환경회의,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대전과 공주지역 단체들은 22일 오전 금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절차를 생략하고 일방추진한 공주보 담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금강유역환경청장은 민관협의 과정을 무시한 채 진행된 공주보 담수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18시를 기준으로 공주보를 담수하겠다고 밝혔다. 가뭄 해소를 위한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의 담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계획은 공주보 수위를 3.7m에서 7.3m로 높여 정안천의 수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금강과의 합수부에서부터 정안천 1.2km 상류까지 수위를 올리면, 농어촌공사가 여기서부터 1km 상류에 있는 쌍신양수장까지 임시 관로를 깔아 88ha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지난 13일 공주보 담수를 위해 금강수계 보 민관협의체 회의를 서면으로 개최하겠다면서 15일까지 민관협의체 위원들의 회신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지난 10일 정진석 국회의원(국민의힘)이 15일 공주보 담수를 진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이미 담수 결정을 내린 뒤, 형식적 서면 의견을 받기 위해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환경부는 협의회 민간위원들이 '담수계획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니 현장 조사와 대면회의가 필요하다'는 강한 요구를 거절한 뒤, 항의가 계속되자 지난 15일 오후 3시 현장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현장에 위원들을 불러 모았다.
당시 현장에는 협의체 의장인 금강유역환경청장과 담수를 요청한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장 등 공주보 담수 결정 권한이 있는 핵심 책임자는 나타나지 않고, '결정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들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조사에 앞선 지난 15일 오후 2시에 환경부는 "15일 18시를 기준으로 공주보 담수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먼저 배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처음부터 민관협의체의 의견을 수렴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서면 회의와 현장 조사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임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50여 명에 달하는 민관협의체 위원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고 들러리로 취급한 것에 대해 환경부와 금강유역환경청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강수계 보 처리방안 확정 이후, 환경부는 금강의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는 각 보별 민관협의체와의 협의를 근거로 보를 운영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공주보 담수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담수를 통해 가뭄을 해결하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담수를 강행할 당시 쌍신동은 이미 모내기를 끝마쳤고, 담수의 최종 목적지인 쌍신취입보는 만수위를 유지, 쌍신양수장은 농경지에 물이 필요 없어 가동도 중지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수문을 닫아 담수하는 것은 본질적인 가뭄대책도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안천 상류의 가뭄은 10km 이상 떨어진 공주보와 관계없는 일이며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어촌공사는 실질적 가뭄 피해지역인 정안천 상류 지역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합한 대안을 강구할 책임이 있는데도 백해무익한 공주보 담수만을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7년 가뭄 사태 이후 쌍신동은 추가 관정 개발로 대책을 세우면서 농업용수 문제를 해결했다"며 "지금 벌어지는 담수 논쟁은 실제적인 해결책이 아닌 보 해체를 반대하는 세력에 의한 정치 협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정치 협잡에 동조하여 협의체와 주민들을 들러리로 만든 환경부와 민관협의체 의장인 금강유역환경청장은 규탄받아 마땅하다"면서 "공주보 담수로 벌어질 자연성 회복 지연과 생태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건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환경부는 기후위기 재난을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기후위기 극복의 실질적인 방안인 4대강의 재자연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주보 개방으로 농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행태를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고 있다. 공주보 개방과 농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수차례 확인됐음에도 국민을 속이고 민관협의체 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운 환경부는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