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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쌍신동 인원의 농경지는 대부분 모내기를 마쳤다
 공주 쌍신동 인원의 농경지는 대부분 모내기를 마쳤다
ⓒ 금강유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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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때문에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고요? 그 정도면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야 하는데, 이곳의 모내기는 90% 이상 마쳤어요. 흘러 넘치는 건 아니지만 물이 흐르지 않는 수로는 없습니다. 둑방에도 풀이 무성합니다. 여긴 그야말로 녹색지대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의 말에서는 황망함이 묻어났다. 지난 13일 현지조사차 방문한 공주 쌍신뜰의 상황은 가뭄 때문에 15일부터 공주보 수문을 닫겠다는 환경부 주장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가 현장에서 보내온 '증거 영상'을 보니 농수로에 물이 찼고, 모내기를 끝낸 논이 대부분이었다.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금강유역환경회의, 금강재자연화위원회,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했다.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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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12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에서 낸 보도자료가 발단이 됐다. 정 의원실은 가뭄해소를 위해 오는 15일부터 공주보 담수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지난 5월부터 환경부장관에게 가뭄을 겪는 지역 농가들의 참상을 설명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득을 해왔다"고 밝혔다.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의 한 관계자도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만간 공주보 담수 조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그동안 지역 농민과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측에서 담수 요청을 해왔다"면서 "15일 오후 6시까지 민관협의체 의원들로부터 서면 의견을 받아서 공주보 담수조치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주보 수위는 3.7m이다. 환경부는 공주보 담수를 통해 수위를 7.3m로 높여 정안천의 수위를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금강과의 합수부에서 1.2km 상류까지 수위를 올리면 농어촌공사는 여기서부터 1km 상류에 있는 쌍신양수장까지 임시 관로를 깔아 88ha의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경호 사무처장은 "2017년에도 가뭄 때문에 공주보 수문을 닫아야 했는데,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정안천의 수량 문제가 아니었고 농어촌공사가 준비한 임시 양수시설이 가동되지 않아서 였다"면서 "정확한 근거도 없이 무조건 보 수문을 닫는 것이 대책인양 말하는 농어촌공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환경부의 모습이 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공주보의 개방으로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행태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면서 "환경부는 강의 생명을 돌보아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는데, 정권의 눈치나 보면서 흐르는 강을 막아선 안된다"고 성토했다.

전날 현장을 조사한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어제 쌍신뜰과 우성면 목천리 일대를 현장 답사했습니다. 현재 모내기 물 준비는 100%, 모내기 99%로 끝났습니다. 모든 현장에 모가 심어져 있고 일부 논에서는 모가 자라고 있어요. 수로에는 100% 만수위는 아니어도 물이 충분합니다. 양수기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영상도 담아왔습니다. 정안천과 금강, 연암천 지류에도 물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가뭄 때문에 모내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모두 거짓입니다."

유 처장은 정권이 바뀐 뒤 환경부의 태세 전환에 대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적어도 환경부는 공주보 담수 결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환경부는 수문 개방과 담수 여부를 금강 보 민관협의체 논의를 통해 결정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일까지 민관협의체 의원 52명 중 누구에게도 이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어제(13일) 공문을 보내왔고 내일(15일)까지 담수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달랍니다. 환경부는 정진석 의원과는 협의를 마쳤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의원들이 핫바지입니까."

그는 "대선에서 승리하고 지방선거가 끝나고 장관이 바뀐 뒤에 그동안 힘을 합쳐온 민관의 관계가 일거에 파탄나는 상황"이라면서 "정진석 의원과 환경부가 가뭄에 대한 가짜 내용으로 진실을 호도하고 농민을 기망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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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문은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대표로 낭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망령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면서 "담수 계획 강행은 금강을 볼모로 삼은 정치 협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주보 담수를 통해 가뭄을 예방하겠다는 환경부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우선 금강 공주보 상류에 설치된 소학, 장기, 원봉 등 3개의 양수장에는 수문 개방에도 취수가 가능하도록 조치가 끝났고 현재도 농업 용수가 무리없이 공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류의 물을 이용하는 농경지의 경우, 가뭄을 대비한 추가 조치가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농어촌공사는 취수보 이용 지역이 아닌 공주 쌍신동, 우성면의 농업용수를 위해 금강 수위를 상승시켜 양수기를 통해 쌍신양수장까지 물을 퍼올리겠다고 계획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양수해야 할 지점조차 정확히 모른 채 단순히 '쌍신보 하류 지역 1.2km 지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예측지점의 금강보 수위 상승 효과는 3cm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환경부와 농어촌공사는 이번에 공주보를 담수해서 정안천의 수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환경부가 보내온 민관협의체 자료에는 최대 50cm를 표기하고 있지만 금강 정안천 합수부의 수치에 불과하다"면서 "한국수자원공사의 모델링 자료에 따르면 합수부로부터 12km 상류는 1cm 상승, 그 이상 상류에는 전혀 수위 변동이 없다"고 일축했다.

따라서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문을 닫아 담수하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면서 "강의 생명을 학살한 4대강 사업이라는 망령을 깨워 부활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담수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가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 MB 4대강 망령, ‘윤석열 환경부’가 부활시키나 "공주보 수문 닫아서 가뭄 해결? 물이 콸콸 나온다" http://omn.kr/1zdl6 금강 유역의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14일 세종시 환경부 정문 앞에서 “가뭄 예방 효과 없는 공주보 담수, 환경부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15일 공주보 담수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환경단체들은 “MB 4대강 망령을 ‘윤석열 환경부’가 뒤집어 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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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주보, #담수, #4대강,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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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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