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 ⓒ TV화면

  
26일 오전(아래 한국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를 향해 각계각층에서 축하를 전하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관왕에 이은 한국영화의 쾌거에 영화계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축하를 보내고 있다. 
 
한국영화의 대표적 원로감독으로 윤여정 배우의 첫 출연작인 <화녀>를 제작한 정진우 감독은 "윤여정 배우의 수상에 옛 기억이 떠오른다"며 "김기영 감독님을 언급해줘서 너무 고맙다. 김기영 감독 큰아들이 투병 중인데, 감사와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윤여정 배우는 수상 소감 끄트머리에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50년 전 김기영 감독님이 미국에 있던 윤여정을 캐스팅 한 것이었다"라며 "1971년 4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 상영돼 내가 참석했는데, 현지에서는 윤여정 배우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만장일치로 윤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수상은 한국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한국영화가 유럽영화제에서 이룬 첫 수상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화녀> 원본 필름이 해외에 갔다가 정해진 기한 내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각됐다"며 "이후 시체스에 보관돼 있던 필름을 받아온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윤여정의 데뷔작 <화녀>는 오는 5월 1일 50년 만에 재개봉한다. 정 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한 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개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도 "마지막에 김기영을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김기영의 팬인 봉준호 감독, 김기영이 캐스팅한 윤여정 배우가 21세기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김기영은 시대를 앞서 나간 인물이었고 아울러 그가 우리에게 대단한 유산을 남겨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윤여정 배우의 첫 데뷔작 <화녀>

윤여정 배우의 첫 데뷔작 <화녀> ⓒ 우진필름 제공

  
 윤여정 배우의 데뷔작 <화녀>

윤여정 배우의 데뷔작 <화녀> ⓒ 우진필름 제공

  
 윤여정 배우 데뷔작 <화녀>

윤여정 배우 데뷔작 <화녀> ⓒ 우진필름 제공

 
영화진흥위원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윤여정 님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남겼고, 최재원 부위원장은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윤여정 선생님 오스카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이라고 축하했다.
 
한국영상자료원도 "윤여정 선생님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라며 "5월 7일부터 18일까지 '윤여정 특별전: 도전의 여정을 걷다' 기획전이 열린다"고 알렸다.
 
<광해, 왕이된 남자>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국 국민, 영화인들의 이벤트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대한민국이 정말 위대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윤여정 배우가 출연한 <바람난가족> <그때 그 사람들>을 제작한 명필름도 수상 축하 인사를 보내는 등 국내 영화인 대부분이 자신들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힘든 가운데, 윤여정 배우의 수상이 단비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차별받고 배제돼 온 소수자 향한 적극적 조치
 
정치권의 축하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64년 만에 아시아 여성 배우 수상자의 탄생과 더불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후,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사를 또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또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께 단비와도 같은 기쁜 소식을 전해준 윤여정 배우와 영화 <미나리>의 출연진, 제작진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면서 "영화 <미나리>와 배우 윤여정씨의 수상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나리>의 한 장면

<미나리>의 한 장면 ⓒ 판시네마

 
정의당 역시 "그동안 삶의 보편성을 담으면서도 현재의 관습과 규율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품을 선택해 온 윤여정 배우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며 "최근 아시아계 증오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미국 내 아시아계 이주민들에게는 큰 위로를 전하는 소식이라 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시상의 배경에는 아카데미가 2024년부터 시작하는 작품상 선정 기준이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짐작된다"며 "이는 여성, 인종, 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가 비중 있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고, 한 마디로 차별받고 배제되어 온 소수자의 문화를 '다양성'의 이름으로 드러내는 적극적 조치를 시행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백인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비판받아 온 아카데미가 변화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 수상의 의미를 한국 정치가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심상정 국회의원은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축하한다. 저도 몹시 기쁘고, 생계형 배우의 연기노동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며 "'살아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연기했다'는 그의 55년 연기인생은 곧 하루하루 힘내서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세균 전 총리 역시 "문화는 그 나라의 품격으로, 한국 영화를 넘어 한국 문화의 위상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고 윤여정 배우님이 연기로 국격을 드높여 주셨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정철승 변호사는 "한국 배우 최초의 오스카 수상일 뿐 아니라 원로 배우로는 최초로 권위 있는 국제적인 영화제 수상이어서 한층 더 뜻 깊다"면서 "윤여정 배우 덕분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꿈꾸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소중한 깨우침을 주신 윤 배우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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