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최대어' 브라이스 하퍼의 행선지가 필라델피아로 정해졌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은 1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작년 시즌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활약했던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와 13년 3억3000만 달러의 FA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뉴욕 양키스와 맺었던 13년3억2500만 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물론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가 2020년부터 받게 될 연 평균 35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빅리그에서 7년 동안 활약하며 통산 타율 .279 184홈런521타점610득점을 기록한 하퍼는 2012 시즌 신인왕, 2015년 내셔널리그 MVP, 올스타 6회 출전에 빛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로이 할러데이와 클리프 리, 콜 해멀스(시카고 컵스)가 활약하던 2000년대 후반 이후 이렇다 할 대형 스타가 없던 필라델피아는 하퍼 영입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주목 받는 팀이 됐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브라이스 하퍼(오른쪽)가 2018년 7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제89회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홈런더비 결승에서 19번째 홈런으로 우승을 확정 지으며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의 브라이스 하퍼(오른쪽, 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2031년, 만 38세 시즌까지 보장된 역대 최대규모 계약

고교 시절부터 '천재타자'로 불리며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지명된 하퍼는 최소 3년은 필요하다는 마이너리그 과정을 단 1년 만에 수료하고 2012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루키 시즌부터 22홈런18도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른 하퍼는 2014년까지 성장을 위한 과도기를 보내다가 2015년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하퍼는 2015 시즌 홈런(42개), 득점(118점), 출루율(.460), 장타율(.649) 1위에 오르며 만장일치로 내셔널리그 MVP에 등극했다. 당시 하퍼의 나이는 고작 만 22세였다. 하지만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과 함께 빅리그를 지배하는 슈퍼스타가 될 거라는 야구팬들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하퍼는 매 시즌 적지 않은 기복을 보이며 지난 3년 동안 MVP 시즌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특히 FA를 앞둔 작년 시즌에는 34홈런100타점103득점을 기록하고도 타율이 .249에 그치며 겉으로 보이는 성적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공갈포' 이미지까지 붙어 버렸다. '역대급 FA'가 될 거라던 하퍼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하퍼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점점 줄어 들었고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하퍼가 'FA재수'를 선택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하퍼의 에이전트는 수 많은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낸 '악마' 스캇 보라스였다. 보라스는 스프링캠프가 한창 진행 중인 2월 중순부터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다저스 등 전력 보강이 시급한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자신의 고객에 대해 어필을 시작했고 결국 필라델피아로부터 13년짜리 계약을 따냈다. 만 38세 시즌, 최대 2031년까지 고용이 보장된 하퍼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계약이었다. 

하퍼-리얼무토-맥커친-세구라-로버트슨, 필라델피아의 폭풍영입

매년 대형 계약이 나올 때마다 따라 다니는 우려지만 하퍼 역시 만 38세 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이번에도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성적이 꾸준했던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비해 하퍼는 워싱턴 시절에도 해마다 적지 않은 기복이 있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상에 대한 안정장치는 13년3억3000만 달러라는 계약조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가 이처럼 위험한 모험을 감수한 이유는 '판타스틱4(할러데이, 리, 헤멀스, 로이 오스왈트)'가 활약했던 2011년 이후 7년째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팀에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프로구단이 비슷하지만 필라델피아 팬들은 성적이 좋으면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다가도 성적이 나쁘면 홈팀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하퍼 같은 '전국구 스타'의 영입을 통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물론 이미 '만장일치MVP'를 수상했던 경력이 있는 하퍼가 2015년 수준의 기량을 선보인다면 8년 만의 가을야구 도전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하퍼 입장에서도 성적에 대한 옵트아웃 조항(계약기간 도중 다시 FA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뺀 채 사실상 '평생직장'을 얻었기 때문에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계약이다.

필라델피아는 하퍼 외에도 올스타 출신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과 다저스가 노리던 전도유망한 포수 J.T. 리얼무토, 올스타 2회 경력의 유격수 진 세구라, 특급 셋업맨 데이비드 로버트슨 등을 영입했다. 작년 17승6패 평자책점2.37을 기록했던 젊은 에이스 애런 놀라와도 4년4500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맺었다. 누구보다도 공격적인 스토브리그를 보낸 필라델피아는 2019 시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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