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가 북미 최대도시 뉴욕에 재입성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격투기 단체 UFC는 오는 5일(아래 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UFC의 217번째 넘버링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13일 사상 첫 뉴욕 대회를 성사시킨 UFC는 정확히 358일 만에 뉴욕에서 두 번째 이벤트를 치르게 된다.

최대의 도시에서 치르는 대회답게 UFC는 격투팬들을 사로잡을 호화 대진을 마련했다. 미들급과 밴텀급, 여성 스트로급까지 무려 3개 체급의 타이틀전이 열리고 조니 헨드릭스와 파울로 코스타의 미들급 경기, 스티브 톰슨과 호르헤 마스비달의 웰터급 경기도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이런 빅매치들 사이에서 메인 이벤트로 선정된 경기는 바로 마이클 비스핑과 조르주 생 피에르(아래 GSP)의 미들급 타이틀전이다.

사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두 선수는 옥타곤에서 마주칠 일이 없었다. 비스핑은 옥타곤 데뷔 후 미들급에서만 활약했고 GSP 역시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웰터급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4년의 휴식을 마치고 복귀한 GSP가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역대 최약체 미들급 챔피언으로 평가 받는 비스핑과 데뷔 후 한 번도 미들급 경기를 해본 적이 없는 GSP의 타이틀전이 성사됐다.

지옥의 체급을 시시하게 만든 '극강 챔피언' GSP의 위엄

 GSP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 고국인 캐나다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GSP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수려한 외모까지 갖춰 고국인 캐나다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 UFC.com


흔히 UFC웰터급을 '지옥의 체급'이라 부른다. 수준 높은 강자들이 워낙 많이 몰려 있어 좀처럼 상위권에서 오래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턴건' 김동현이 격투팬들과 관계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치열하기로 유명한 웰터급에서 무려 10년 동안 활약하며 13승 4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GSP는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웰터급 내에서도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GSP는 김동현이 UFC에 진출하기도 전인 2007년 12월 두 번째 웰터급 타이틀을 차지한 후 6년 동안 무려 아홉 번이나 타이틀을 방어했다. 수 많은 강자들이 웰터급의 험난한 경쟁을 뚫고 힘들게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지만 언제나 마지막 관문에서 GSP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GSP는 수준급의 타격과 그래플링 능력을 모두 갖춘 UFC 최고의 웰라운드 파이터다. 특히 레슬링 기술을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구현하는 능력은 단연 최강이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는 순간을 간파해 태클을 들어가는 타이밍은 그야말로 발군이다. 조쉬 코스첵이나 제이크 쉴즈처럼 그래플링 이해도가 뛰어난 상대를 만나면 193cm의 긴 리치를 이용해 스탠딩 타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다.

모든 것이 완벽한 GSP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떨어지는 피니쉬 능력이다. 실제로 GSP는 챔피언에 등극한 이후 아홉 번의 방어전을 치르는 동안 상대를 KO나 서브미션으로 끝낸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하다. 언제나 상대의 특징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안정된 경기 운영을 추구하다 보니 피니쉬율은 점점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격투팬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화끈한 파이터도 GSP를 만나면 지루해진다'는 이야기가 돌았을 정도.

하지만 카를로스 콘딧, 헨드릭스 등 웰터급 파이터들의 체격은 점점 커졌고 178cm에 불과한 챔피언 GSP의 부담도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GSP는 2013년 11월 헨드릭스와의 9차 방어전에서 힘겨운 판정승을 거둔 후 타이틀을 반납하고 휴식기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무려 2160일 동안 UFC웰터급을 지배했던 독재자의 퇴장이었다.

웰터급 아닌 미들급 타이틀전 통해 4년 만에 컴백하는 GSP

 비스핑전은 옥타곤으로 돌아오는 GSP에게는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다.

비스핑전은 옥타곤으로 돌아오는 GSP에게는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다. ⓒ UFC.com


GSP의 이탈 이후 UFC웰터급은 헨드릭스에서 로비 라울러로, 그리고 타이론 우들리로 타이틀의 주인이 바뀌었다. 옥타곤을 떠나면서 '은퇴가 아닌 휴식'이라고 밝힌 GSP는 챔피언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이름이 소환되며 복귀설이 돌았다. 하지만 GSP는 '현역 시절처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만 흘렸을 뿐 정확한 복귀 시기를 알리진 않았다.

그러던 지난 2월 GSP와 UFC의 재계약 소식이 들려 왔고 놀랍게도 GSP의 복귀 무대는 웰터급이 아닌 미들급이었다. 그것도 챔피언 비스핑의 2차 방어 상대. GSP는 미들급 증량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회 기간을 연말로 미뤄 달라고 요구했고 '때마침' 비스핑도 무릎부상으로 요엘 로메로와의 방어전이 불가능해졌다. 그렇게 두 선수의 수상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GSP와 비스핑의 미들급 타이틀전이 성사됐다.

아무리 GSP가 과거 웰터급의 제왕으로 군림했었다 해도, 아무리 비스핑이 역대 최약체 미들급 챔피언으로 평가 받는다 해도 GSP에게 15파운드(약 7kg)의 핸디캡을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GSP는 웰터급에서 싸우던 시절 크지 않은 키에도 193cm에 달하는 긴 리치를 앞세워 상대와의 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비스핑은 185cm의 신장에 192cm의 리치를 가진 상대다. 게다가 비스핑의 거리 싸움은 미들급 내에서도 정상권으로 분류된다.

사실 비스핑 입장에서도 이 경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매치다. 만약 웰터급 선수인 GSP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그 동안 자신을 '약한 챔피언'이라고 비난하던 안티들의 거센 조롱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혹 승리하더라도 판정까지 가거나 고전을 한다면 잠정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를 비롯한 미들급 상위랭커들은 비스핑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한마디로 비스핑에게는 '이겨야 본전'인 셈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웰터급 챔피언에 올라 모든 영광을 누리다가 만32세의 나이에 휴식을 선언하며 옥타곤을 떠났던 GSP도 어느덧 만 36세의 노장 선수가 됐다. 그런 GSP에게 한 경기만 이기면 곧바로 두 체급 석권이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수 있는 비스핑전은 파이터 인생에서 다시 없을 매우 좋은 기회다. 과연 웰터급을 호령했던 천재 파이터는 뉴욕에서 UFC 역대 4번째로 두 체급 챔피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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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17 미들급 타이틀전 조르주 생 피에르 마이클 비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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