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써니' 김선우가 돌아왔다.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에선 지난주에 이어 최강 몬스터즈 대 연천 미라클과의 16차전 후반부, 그리고 인하대(감독 정원배)와의 17차전 전반부가 소개되었다. 이번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은 장면은 김선우 해설위원의 '깜짝' 투수 복귀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계약금 130만 달러를 받고 입단했던 대표적인 해외파 투수(메이저리그 통산 13승 13패, 마이너리그 75승 56패, KBO 56승 46패)였던 그가 인하대를 상대로 선발 투수로 등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화면은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인 6월 22일 방송국에서 진행된 김선우와 제작진과의 면담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제작진을 대표한 장시원 PD는 조심스럽게 김선우에게 투수 복귀를 제안한다. 이에 김 위원은 이를 승락한다. 당시 그는 마운드 복귀에 대한 생각을 애초에는 갖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를 거듭하면서 "후배 투수들이 아팠을 때 딱 오는 게 있어요. 그 아픔을 같이 나누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9월 5일까지 몸을 만드는 것. 이렇게 김선우의 깜짝 투수 복귀가 성사된 것이었다. 

은퇴 후 3076일 만에 오르는 마운드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이어 진행된 경기는 대학 강호 인하대와의 17차전이었다. 김기태(전 LG, KIA 감독), 서재응(현 KIA 코치) 등 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한 전통의 야구 명문이자 올해도 꾸준히 4강에 진입하는 등 만만찮은 전력을 지닌 팀에 맞서 김선우는 경기에 오르게 되었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LG유니폼을 입고 친정팀 두산을 상대로 던진 프로선수 마지막 투구 이후 무려 3076일 만의 일이었다.

경기 전 목표를 묻는 질문에 김선우는 "1이닝 무실점"이라고 답하자 후배들은 "메이저리거인데 무슨 목표가 심수창 급(?)이냐?"며 타박을 건네기도 했지만 나이, 오랜 공백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목표이기도 했다. 최고 시속 135km의 공을 뿌리면서 45살 나이를 무색케 하는 구위를 보여줬지만 한참 어린 대학생 타자들의 패기는 만만찮았다.

연속 3안타를 맞고 첫 실점을 한 데 이어 내야 땅볼로 한 점을 더 내주면서 1회초 시작과 더불어 인하대에 0대 2 리드를 허용한 것이다. 다행히 연달아 땅볼 타구를 만들면서 더 이상의 실점 없이 8년 만의 등판은 반가움 반, 아쉬움 반의 결과로 이어졌다. 

몬스터즈, 프로 출신 금유성에 고전... 8회말 2사 후 타선 폭발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한편 지난주 결과를 내지 못했던 16차전 연천 미라클과의 경기에서 최강 몬스터즈는 "야구는 2아웃부터"라는 격언을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왔다. 두산, 히어로즈, KT 등에서 활약한 고참 투수 금유성(개명전 금민철)을 상대로 고전하면서 몬스터즈는 좀처럼 경기 균형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런데 4대 4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8회말 2아웃 후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택근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박용택 3루타-정의윤 2루타-정성훈 2루타 등 연속 4안타가 폭발한 것이다. 무려 3점을 얻으면서 순식간에 '빅이닝'을 만들면서 7대 4 역전에 성공한 몬스터즈는 9회 장원삼-송승준이 연이어 등판해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최종 점수 7대 5로 13승째(3패)를 달성한 몬스터즈는 무려 승률 8할 1푼 3리를 기록하게 되었다.

​2경기 연속 무안타 부진을 겪다가 마지막 타석 3루타로 경기를 뒤집는 데 기여한 MVP 박용택은 "깜짝 은퇴를 할까"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한다. 다행히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역전 결승타로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그와 더불어 연이은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틀어막은 2루수 정근우 또한 공동 MVP로 선정되었다. 

​미국 무대 진출 1세대... 반가운 마운드 복귀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JTBC '최강야구'의 한 장면. ⓒ JTBC

 
박찬호가 코리안 메이저리거 1호로 화려하게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수많은 야구 유망주들이 고교 졸업 후 MLB의 문을 두드렸다.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으로 고려대 재학 도중 보스턴과 계약을 맺고 도전에 나선 강속구 투수 김선우에겐 장및빛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기만 했다.  

​한참 늦은 2001년이 돼서야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전을 치뤘지만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 신시내티 레즈 등 연이은 트레이드 속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08년이 돼서야 자신을 12년 전 지명했던 두산 행을 결심하고 KBO 무대로 돌아온 바 있었다.   

전성기를 구가했어야 할 20대 시절의 절반 이상을 마이너에서 보낸 데다 늦은 나이에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하다보니 정작 국내 야구팬들은 김선우가 지닌 절정의 기량을 제대로 접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은퇴식도 치르지 못한 채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감한 터라 비록 예능 프로그램 속 경기였지만 김선우의 투구는 뭔가 뭉클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써니'라는 애칭 속에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선우의 1이닝은 그래서 더욱 묘한 감흥을 일으켰다. 게다가 그는 1994년 청소년 대표팀 시절 사용했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올라섰다. 이는 본인의 이름 석자를 야구계에 각인 시킨 그때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리고자 했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비록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모처럼 유니폼 갖춰 입고 등장한 김선우의 모습은 야구팬들에게 반가움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해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최강야구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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