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선수 문선민은 관제탑 세리머니 춤을 한 번 더 떠올렸을 것이다. 연장전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에 그의 발끝에서 쐐기골이 터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 중 하나도 뜻대로 살리지 못했다. 문선민에게 세 번째 역습 쐐기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상대 수비수의 깊은 태클에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은 파울이 아니라고 그대로 게임을 진행했고 결국 120분에 카스퍼 융커의 오른발 극장 동점골이 터지고 말았다. 축구 게임에서 쐐기골 기회를 놓치면 어떤 결과가 이어지는가를 잘 말해주는 또 하나의 빅 게임이 이렇게 전북 팬들을 울리며 끝난 셈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25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준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1-3으로 패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승부차기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을까?

동아시아 지역 16강부터 4강 토너먼트에 이르기까지 단기간에 끝내는 빡빡한 일정을 받아든 전북 현대의 운명은 정말로 기구했다. 하필이면 그들을 잘 아는 대구 FC를 16강에서 만나는 바람에 연장전까지 뛰어 겨우 이겼고,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상징했던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몬테네그로)가 뛰고 있는 비셀 고베와의 8강 게임도 연장전까지 이어진 힘든 여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준결승전도 연거푸 연장전을 뛰어야 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침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우라와 레즈가 상대 팀이었기에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일방적인 분위기의 게임 시작 11분만에 우라와 레즈의 첫 골이 나왔다. 전북 수비수들이 집중력을 잃은 사이 사카이 히로키가 끝줄 방향으로 빠져들어와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전북 골문 앞으로 보냈고 이 기회를 골잡이 마츠오 유스케가 놓칠 리 없었다. 

비교적 이른 실점에 전북 선수들에게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버틴 덕분에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52분, 송민규의 과감한 돌파를 우라와 레즈 수비수 오하타 아유무가 걸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이 기회를 미드필더 백승호가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어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전 끝무렵에는 다시 추가골을 내줄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이범수 골키퍼가 믿기 힘든 슈퍼 세이브 실력을 자랑하며 온몸으로 막아냈다. 추가 시간 6분 이와나미 타쿠야의 오른발 슛, 에사카 아타루의 헤더 슛, 카스퍼 융커의 왼발 슛이 정신없이 쏟아졌지만 이범수가 이와나미 타쿠야와 에사카 아타루의 슛 두 개를 완벽하게 막아낸 것이다. 카스퍼 융커의 왼발 슛은 전북 골문 왼쪽 기둥이 막아주기도 했다.

이범수 골키퍼 덕분이라고 할 수 있는 연장전이 이어졌고 전북 현대 두 명의 교체 선수 발끝에서 믿기 힘든 역전 골이 116분에 터져나왔다. 왼쪽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이승기가 끝줄 앞으로 이동하며 다시 이어받은 공을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로 이어줬고 이 타이밍을 믿고 몸을 날린 또 한 명의 교체 선수 한교원이 오른발 끝으로 방향을 슬쩍 바꿔 성공시킨 것이다.

연장전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전북 현대 선수들은 세 번째 연장전도 이기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문선민에게 찾아온 두 차례의 넉넉한 쐐기골 기회가 날아가도 크게 아쉽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축구는 종료 휘슬 소리를 분명히 듣기 전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쐐기골 기회가 왔을 때 한 골이라도 더 달아나야 했던 것이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뛴 우라와 레즈 선수들은 120분에 믿기 힘든 2-2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아키모토 다카히로의 헤더 슛이 왼쪽으로 몸 날린 이범수 골키퍼의 글러브 끝에 맞고 앞에 떨어지자 카스퍼 융커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오른쪽 기둥 옆을 노린 것이다. 

이어진 승부차기는 시작부터 전북 현대가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렸다. 첫 번째 키커 김보경의 왼발 슛과 두 번째 키커 이승기의 오른발 슛이 모두 우라와 레즈 주장이자 골키퍼 니시카와 슈사쿠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것이다. 이렇게 전북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에 우라와 레즈는 세 번째 키커 모베리 칼손만 이범수의 세이브에 걸렸고 숄츠, 융커, 아타루의 킥이 모두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1-3 마지막 점수판은 이렇게 찍히고 말았다.

아쉬운 챔피언스리그 발걸음을 마친 전북 현대는 곧바로 날아 돌아와야 한다. 오는 29일(월) 오후 7시 K리그 1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 게임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22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결과(25일 오후 7시 30분, 사이타마 스타디움)

전북 현대 2-2(연장 후 승부차기 1-3) 우라와 레즈 [득점 : 백승호(55분,PK), 한교원(116분,도움-이승기) / 마츠오 유스케(11분,도움-사카이 히로키), 카스퍼 융커(120분)]

승부차기 1-3 결과
1번 전북 김보경 ×(니시카와 슈사쿠 세이브) - 우라와 레즈 알렉산더 숄츠 o
2번 전북 이승기 ×(니시카와 슈사쿠 세이브) - 우라와 레즈 카스퍼 융커 o
3번 전북 박진섭 o - 우라와 레즈 모베리 칼손 ×(이범수 세이브)
4번 전북 김진수 ×(오른쪽 포스트) - 우라와 레즈 에사카 아타루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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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전북 현대 챔피언스리그 이범수 김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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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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