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첫회엔 이병헌이 호스트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첫회엔 이병헌이 호스트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 ⓒ 쿠팡플레이

 
< SNL 코리아 >(아래 SNL)가 4년 만에 돌아왔다. 미국의 동명 인기 생방송 코미디쇼의 한국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1년~2017년까지  방영되었던 < SNL >은 정치 풍자, 19금 유머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고정 출연자(크루)들의 빼어난 웃음 전달력, 망가짐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초대손님(호스트)들이 좋은 합을 이루면서 오랜 기간 tvN을 대표하는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예능, 공개 코미디와 다르게 생방송을 지향하면서 그동안 국내 프로그램에선 보기 힘들었던 과감한 시도를 통해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던 < SNL >이었지만 정치 권력 외압 논란이 빚어지면서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영 초반 같은 인기와 화제몰이가 점차 시들해지자 결국 2017년 시즌 9을 끝으로 간판을 내렸고 이듬해 완전 종영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리부팅' < SNL >의 첫 번째 호스트 이병헌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 쿠팡플레이

 
한동안 잊혀지는 듯했던 < SNL >은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를 통해 지난 4일 첫 방영을 시작으로 총 10회에 걸친 새로운 여정에 돌입했다.쿠팡플레이와 손잡고 귀환한 < SNL >이 선택한 첫 번째 호스트는 바로 이병헌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배우 이병헌이지만 오랜 기간 예능에서 얼굴을 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의 < SNL > 등장을 이끈 장본인은 다름아닌 신동엽. 신인 시절부터 친분을 가졌던 신동엽은 장시간의 만남을 통해 프로그램 출연을 끈질기게 요청했고 결국 이에 승락하기에 이르렀다고 이병헌은 오프닝 토크를 통해 직접 일화를 공개한다. 그러한 노력이 큰 힘이 되면서 < SNL > 첫 회는 이병헌의, 이병헌을 위한, 이병헌에 의한 코미디 쇼로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대표작들인 <내부자들> <미스터선샤인> <싱글라이더> 등이 본인 또는 크루들의 재치넘치는 연기를 통해 패러디 되면서 1시간 20분가량 쉴 틈없이 재미를 선사하며 보는 이들을 사로 잡았다. 특히 각종 인터넷 밈으로 활용되었던 명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을 비롯해서 과거 일본 팬미팅에서 보여준 '건치 댄스', 그밖의 <아이리스> 속 장면들을 당사자 본인이 직접 소화하며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한 건 이번 < SNL >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였다.  

기존 크루들의 맹활약 vs. 아직 존재감 미미한 새 크루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 쿠팡플레이

 
​이번 < SNL > 첫 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 기존 크루들의 빼어난 연기였다.  tvN 시절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 답게 4년 가량의 공백기가 무색하리 만큼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하며 시끌벅적한 웃음 만들기를 이끈다. <미스터 션샤인> 김태리 역할을 맡으면서 모처럼 자신의 장기인 '색드립'을 아끼지 않는 안영미를 비롯해서 권혁수, 김민교, 정상훈 등은 각각의 코너 속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열연을 펼친다.  

​여기에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며 오랜만에 콩트 연기를 아낌없이 펼친 신동엽은 이 프로그램의 기둥같은 역할을 다시 담당하면서 4년 만의 귀환에 큰 보탬이 되어준다. 그들의 맹활약은 '거물급 호스트' 이병헌 섭외와 더불어 < SNL > 부활의 화려한 신호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건치댄스' 패러디의 장본인인 배우 송진우를 비롯해서 홍석천, 브레이브걸스 등 깜짝 손님들이 곳곳에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면서 각 코너의 재미를 살리는 데 한몫을 하기도 한다. 

반면 기존 크루들의 존재감은 역설적으로 신입 크루들을 가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했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 차청화, 개그우먼 이수지 등이 좋은 연기력으로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모델 정혁, 가수 웬디(레드벨벳) 등은 큰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다보니 첫 회에선 시청자들의 시야 밖에 놓이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풍자, 과감함 부재... OTT의 장점 살리는 기획 필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쿠팡플레이 'SNL코리아'의 한 장면. ⓒ 쿠팡플레이

 
​< SNL > 이병헌 편은 4년 만의 귀환을 알리는 역할 만큼은 충실히 이행하면서 하지원, 조정석 등이 준비 중인 다음 회차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알찬 내용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기대에 비해 아쉬움도 컸다는 반응 또한 적지 않았다. 신동엽 등 핵심 크루는 돌아왔지만 전성기 시절의 풍자와 과감함이 사라진 코너들의 나열은 OTT라는 신생 방송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약점이 된다.  

​정치 편향적이라는 이유에서 시작된 권력의 외압을 비롯해서 군인, 남성 비하 논란 등을 겪었던 과거 경험은 도리어 행동 범위를 스스로 제약하게 만드는, 자기 검열 요인이 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반 방송국이 아닌, OTT를 통한 방영이라면 좀 더 새로움이 가미되고 도전정신이 깃든 내용의 등장이 필요해 보인다.  

​'라이브 쇼'의 특성이 희석된 것도 이번 < SNL >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는 코로나19 여파 속 비대면 제작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과 기존 방송국과 다르게 VOD 중심의 콘텐츠로 채워지는 OTT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100% 녹화 방송으로 꾸며지면서 과거 < SNL > 생방송 특유의 맛이 사라진 점은 제작진에겐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이렇듯 쿠팡과 손잡고 리부팅된 < SNL >은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집합을 이루며 조심스런 첫 발을 내딛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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