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 Final Cut for Real(덴마크),

 
시작은 자신의 뿌리 찾기였다. 생후 4개월 만에 친부모의 손에서 떠나 낯선 타국의 부모에게 입양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은 여느 해외 입양아 출신이 그렇듯 성인이 된 뒤 한국을 찾아와 친부모를 만나고자 했다.

약 20여만 명으로 추측되는 해외입양인은 한국의 아픈 현대사 중 하나다.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엔 정부 주도의 산아제한 그리고 해외 입양 장려 정책이 있었다. 국가의 발전이라는 대의 앞에 개인의 행복과 삶의 권리는 철저히 망가진 셈이다. 선희 엥겔스토프의 카메라는 '무해한' 시선으로 그런 우리나라의 민낯을 아프게 건드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아래 <포겟 미 낫>)은 자전적 영화지만 그 중심엔 덴마크 입양인인 감독이 아닌 한국의 미혼모들이 서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미혼모 시설 애서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그곳에서 아이를 낳고 함께 생활하며 입양 혹은 자가 육아를 결정하는 미혼모들의 모습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등장한다. 

왜 감독은 자신의 친부모 찾기가 아닌 미혼모들에 집중했을까.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가졌지만 남자 친구와 부모에게까지 냉대를 받는 미혼모들은 감독이 찾고자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의 실마리였던 걸로 보인다.

애서원 입소자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서로 다른 가정환경에 처해 있지만 하나같이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런 이들을 두고 부모나 지인, 가족들은 키울 환경이 안 된다며 혹은 주변 시선이 힘들게 할 것이라는 등 여러 이유로 아이를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감독은 깨닫는다. 자신을 버린 엄마, 그토록 찾고자 했지만 끝내 만남을 거부한 엄마 또한 과거의 그 선택이 온전히 그녀의 것이 아니었음을. 영화 곳곳에 들어간 감독의 내레이션은 그래서 감독 자신의 고백이기 보단 엄마를 향한 영상 편지가 될 수 있었다. 영화 중간에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의 여성들에겐 어쩌면 내가 자신들 미래의 아이일 것 같다"고. 입양인인 감독의 현재 모습이 애서원 엄마들에겐 자식의 미래라는 그 해석에서 아마도 감독 본인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로선 약점일 수 있는 감독의 개입이 이해가 된다. 영화엔 감독이 카메라를 종종 떨구거나, 놓는 장면이 들어가 있어서 관객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는데 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억지로 아이와 떨어지게 된 채 방에서 통곡하는 한 엄마를 따라가던 카메라가 방바닥에 뒹굴게 되는 순간이 있다. 프레임 밖에 있던 감독이 그 엄마를 꼭 안으며 한참을 같이 우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로선 치명적 약점일 수 있지만 동시에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덴마크와 한국의 공동 제작으로 이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2014년, 2015년에 주요 촬영이 이뤄졌기에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다수 또한 현재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꾹꾹 진심을 눌러 담았지만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를 감독은 10년이 지나 용기를 내어 봉투에 담았다. 그 편지가 관객들에게 그리고 그의 엄마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를 연출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를 연출한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 ⓒ 민치앤필름

 
한줄평: 영화 그 이상의 존재 의미가 있는 특별한 고백
평점: ★★★☆(3.5/5)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관련 정보

영어 제목: Forget Me Not-A Letter to My Mother
감독: 선희 엥겔스토프 Sun Hee Engelstoft 
출연: 선희 엥겔스토프 외 
제작: Final Cut for Real(덴마크), 민치앤필름(한국) 
배급: 커넥트픽쳐스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6분
개봉: 2021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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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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