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으로 불리우는 이청용(울산 현대)과 기성용(FC서울)은 2010년대 이후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로 꼽힌다. 유럽무대에서도 오랜 시간 활약했던 두 선수는 지난해 연달아 K리그로 복귀했다.

많은 팬들은 쌍용이 같은 팀에서 다시 재결합하는 모습도 기대했지만, 이청용은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의 유니폼을 입었고, 기성용은 스페인을 돌고돌아 우여곡절 끝에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서울로 귀환할 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약 10여년만의 국내 복귀였다. 이름값 높은 유명 스타들의 가세는 2020시즌 K리그에도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처럼, 일부 언론과 팬들이 부추긴 호들갑에 비하면 실속은 적었다. 두 선수 모두 K리그 복귀 추진 과정에서부터 친정팀 서울과 해외진출 당시 맺었던 우선협상 조건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켰다. 이청용은 그나마 조용하게 문제를 수습하고 울산행을 마무리지었지만, 기성용은 올해초 K리그 복귀가 무산되자 언론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서울 측에 불만을 표출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서울 구단 측은 미숙한 협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잇달아 놓친 것은 물론, 유럽파들의 K리그 복귀를 방해했다는 오명까지 한꺼번에 뒤집어써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선수 모두 K리그 복귀에는 성공했지만 화제성에 비하여 팀성적이나 흥행에 실질적인 기여도는 의구심을 남겼다. 울산은 올시즌 15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이청용을 영입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울산은 이청용에게 리더이자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올시즌 20경기에 출전하여 4골 1도움에 그쳤다. 아주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청용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시즌 초반 기세는 좋았지만 이미 유럽에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잦은 잔부상으로 한 시즌을 온전한 컨디션으로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전북-포항전 등 우승을 위한 중요한 고비에서 그리 인상적인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울산은 올해도 K리그와 FA컵 결승까지 올랐으나 모두 전북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다.

울산은 올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오르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지만, 이청용보다는 주니오, 윤빛가람, 비욘 존슨, 조수혁 등의 기여도가 훨씬 높았다. 테크닉과 창의성은 여전히 쓸만했지만 냉정히 말해 이청용은 이제 K리그 레벨에서도 괜찮은 수준의 미드필드일뿐 대체불가할 정도의 에이스는 결코 아니었다.

기성용은 더 심각했다. 시즌 중반에 합류한 것을 감안해도 경기에 뛸 몸상태가 전혀 아니었고, 고작 5경기만에 부상이 재발하여 허무하게 시즌을 접었다. 그나마 교체출장이 전부였던 데다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나 공격포인트는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여론몰이에 휘말려 기성용을 어쩔 수 없이 재영입한 서울 구단이 당장 절실한 외국인 공격수와 수비수 보강에는 끝내 실패했다는 점이다.

올시즌 서울의 상황에서 기성용의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는 당장 보강이 시급한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 기성용을 데려오는 데 쓴 지출 때문에 더 이상 여력이 없었는지, 데려올만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성용 영입효과로 반등을 꾀하려던 구단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서울은 하위스플릿 추락에 이은 K리그1 9위, ACL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20시즌을 마감했고, 최용수 감독 사임 이후로도 감독대행만 무려 세 명이 거쳐가는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또한 K리그는 이청용과 기성용의 복귀로 인한 '흥행 특수'도 확인할 수 없었다. 2020시즌은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K리그1 총 162경기 중 무려 127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울산은 이청용의 비중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않았고, 서울은 시즌내내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며 설사 무관중이 아니었더라도 유럽파 복귀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선수가 첫 해 보여준 결과물은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유럽에 뛰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재기에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이동국을 꼽을 수 있다. 이동국은 잉글랜드 EPL 미들즈브러에서 실패하고 2008년 성남 일화를 통하여 K리그로 복귀했으나 첫해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방출대상이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년차인 2009년 전북 현대로 이적한 이후에 득점왕과 MVP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이후 K리그를 대표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까지 올라섰다.

이동국 외에도 김보경, 이천수, 서정원, 안정환, 김남일 등 유럽무대에서 뛰다가 K리그로 다시 돌아온 사례는 많다. 선수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과거 K리그에서 뛰어본 선수라고 할지라도 30대를 넘은 베테랑이거나 해외에서 뛴지 오랜 시간이 지난 선수가 다시 K리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성용과 이청용도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한다. 두 선수가 K리그에서 활약하던 20대 초반 시절에 비하여 K리그도 많이 변했고, 두 선수의 나이도 이제 30대를 넘긴 베테랑이 됐다. 비록 전성기만큼의 기량은 아닐지라도 아직 노쇠화를 걱정할 정도의 시기도 아니다.

2021시즌은 이청용과 기성용은 물론, 소속팀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청용의 울산은 2005년 이후 못이룬 K리그1 우승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서울은 지난 시즌의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울산과 서울 모두 각각 홍명보-박진섭 신임 감독체제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어느덧 고참급 선수가 된 이청용과 기성용이 팀의 중심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청용-기성용이 올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유럽파 출신 선수들의 K리그 복귀'에도 중요한 선례를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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