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 애수> 포스터를 보는 정진우 감독

<유전의 애수> 포스터를 보는 정진우 감독 ⓒ 성하훈

 
"이게 내가 처음 영화계에 들어와 시작한 작품이야."
 
1956년에 제작된 영화 <유전의 애수> 당시 포스터를 바라보던 한국영화 원로 정진우 감독은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그는 주위 사람에게 자신이 영화 현장에 입문해 참여했던 작품들의 포스터를 하나 하나 설명했다. 옆쪽에 걸려 있는 1965년 작 <비무장지대> 포스터를 보면서는 연출자인 박상호 감독이 자신의 '영화 스승'과 같은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1950년대 영화 현장의 가장 바쁜 스태프였던 정진우 감독은 1963년 영화 <외아들>로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영화 통해 역사 성찰할 수 있길 기대
 
2019년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한국영화특별전시회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이 27일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시작됐다. 정식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에는 원로영화계 인사 등이 참여한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인택 예술의 전당 사장을 비롯해 정진우 감독, 이장호 감독,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 강제규, 윤제균 감독, 김종원 평론가, 안성기 배우 등이 참석해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축하했다.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 개막행사에 참석한 국내 영화인들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 개막행사에 참석한 국내 영화인들 ⓒ 성하훈

 
유인택 사장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에 한국영화 100년 기념 전시회를 열게 돼 기쁘다"면서 전시회가 준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정종화 선생과 정진우 감독, 권영락 프로듀서 등에게 감사를 전했다.
 
유 사장은 "영화를 통해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역사를 성찰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지나온 한국영화 100년사를 재밌게 일별할 수 있으며,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919년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아리랑>(1926), <오발탄>(1961), <기생충>(2019) 100년을 아우르는 포스터가 스틸 사진과 함께 영화 동영상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영화의 선구자였던 나운규 선생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들이다.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를 '영화 포스터'라는 거울로 되돌아보는 시간인 셈인데, 빼앗긴 나라, 국권회복,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바쳐 살아 온 당대 영화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 그리고 추억을 느낄 수 있게 구분해 놨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 성하훈

 
신상옥 감독과 안성기 배우 등의 작품 자료들을 모아 놨고, '민족, 민중영화의 탄생과 독립영화'라는 주제로 관련된 작품들을 추렸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을 비롯해 <빨간 마후라> <내시> <연산군> 당대 거장이었던 신상옥 감독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박종원 감독의 <구로 아리랑>,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장산곶매의 <파업전야>,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 <남영동 1985> 등 군사독재시기와 이후 시기에 한국사회 민주화 운동에 기여하거나 시대의 모습을 담으려 했던 영화들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인들 도움 고마워
 
이번 전시는 지난 3월 예술의 전당 사장에 임명된 유인택 대표가 취임 초기 업무보고를 받을 당시 서예박물관이 여름방학 기간에 비어 있다는 보고를 듣고 구상한 것이다. <화려한 휴가> 제작자이기도 했던 유인택 대표는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유 대표는 "예산도 없이 준비했으나 영화관련 사업을 했던 기업가 등의 도움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며 도움을 준 분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나타냈다. 영화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개인과 영화인, 기관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한국영화의 역사를 시기별로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는 오는 9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전시회 ⓒ 예술의 전당

 
포스터로 본 한국영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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