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OK저축은행의 새 감독이 정해졌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구단은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시즌부터 김세진 감독을 이어 OK저축은행을 이끌 2대 감독에 석진욱 수석코치를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인 계약조건은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석진욱 코치는 2013년 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친 후 김세진 전 감독과 함께 OK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6시즌 동안 OK저축은행의 수석코치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로써 김호철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 파동으로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OK저축은행의 감독 문제는 석진욱 수석코치의 내부승격으로 일단락됐다.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OK저축은행의 2대 사령탑은 석진욱 감독으로 최종 결정됐다.

배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OK저축은행의 2대 사령탑은 석진욱 감독으로 최종 결정됐다. ⓒ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삼성화재의 무적시대 이끌었던 '돌도사' 석진욱 감독

석진욱 감독은 인하사대부고 시절 최태웅(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 장병철(한국전력 빅스톰 감독)과 함께 팀을 전국대회 전관왕으로 이끌며 명성을 떨쳤다. 석진욱 감독은 한양대 진학 후에도 공수를 겸비한 윙스파이커로 활약하며 일찌감치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다가 1999년 한양대 졸업과 함께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안 그래도 강 팀이었지만 인하사대부고 3인방이 재회하면서 삼성화재는 그야말로 상대가 없는 '무적의 팀'으로 등극했다. 석진욱 감독은 공격수로는 비교적 단신(186cm)에 속했지만 영리한 공격과 리베로급 수비 능력으로 입단과 동시에 신진식(삼성화재 감독)과 함께 삼성화재의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다.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와 한국 남자배구의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는 석진욱 감독의 소금 같은 활약이 있었다.

그렇게 '돌도사'라고 불리며 남자배구 정상급 윙스파이커로 활약하던 석진욱 감독은 정작 V리그 출범 후에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양 무릎을 모두 수술 받았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석진욱 감독은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에게 두 시즌 연속 정상의 자리를 내준 2007년 심각하게 현역 은퇴를 고려했다.

하지만 김세진과 신진식이 차례로 현역 생활을 접은 상황에서 석진욱마저 없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신치용 감독(현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적극적으로 석진욱 감독의 은퇴를 만류했다. 신치용 감독은 무릎부상으로 점프에 부담을 느끼는 석진욱 감독에게 서브 리시브를 전담하는 수비형 레프트 자리를 맡겼고 석진욱 감독은 2007-2008 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삼성화재의 6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실제로 석진욱 감독의 수비는 어지간한 리베로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석진욱 감독은 2007-2008 시즌부터 2009-2010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리시브 1위를 차지했는데 이 기간 동안 리시브 성공률이 한 번도 70%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참고로 이번 시즌 리시브 1위 정민수(KB손해보험 스타즈)의 성공률은 52.86%에 불과(?)하다).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는 삼성화재의 '몰빵배구'는 석진욱 감독의 엄청난 수비가 있어 가능했던 셈이다.

'김호철 사태' 우여곡절 끝에 OK저축은행의 2대 감독 선임

석진욱 감독은 2012-2013 시즌 삼성화재의 6연속 우승을 이끈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부상으로 힘든 선수생활 말년을 보낸 만큼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겠지만 OK저축은행의 창단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세진 감독은 현역 시절 '도사'로 불리던 대학 후배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렇게 석진욱 감독은 선수생활을 끝내자마자 OK저축은행의 초대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 출신의 김세진 감독에게 수비에 관한 전권을 위임 받은 석진욱 감독은 송희채(삼성화재)와 정성현 리베로(상무)를 집중 지도하며 창단 두 시즌 만에 OK저축은행의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2016-2017 시즌부터 남자부 외국인 선수 제도가 드래프트로 바뀌면서 공격력이 급격히 저하된 OK저축은행은 두 시즌 연속 최하위로 추락했다. 결국 김세진 감독은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봄 배구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배구계에서는 김세진 감독의 후임으로 석진욱 수석코치의 승격을 유력하게 점 치고 있었지만 김호철 감독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석진욱 감독만 상처를 받게 됐다. 그럼에도 석진욱 감독은 22일 OK저축은행의 감독직을 최종 수락했다.

OK저축은행은 부용찬 리베로가 시즌 도중 상근 예비역, 차지환이 시즌 후 상무로 군에 입대했고 김요한, 이강주와의 FA계약이 결렬됐으며 주전 세터 이민규가 무릎 수술을 받았다. 반면에 지난 12일에 끝난 FA시장에서는 내부 FA들을 잔류시킨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못했다. 석진욱 감독으로서는 분위기는 물론 실제 전력에서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이끌게 된 셈이다.

한편 석진욱 감독이 OK저축은행의 2대 감독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다가올 2019-2020 시즌에는 인하사대부고 동창 3명(최태웅, 장병철, 석진욱)이 동시에 프로팀을 이끌게 됐다. 이 밖에 삼성화재의 신진식 감독과 KB손해보험의 권순찬 감독, 우리카드 위비의 신영철 감독 역시 현역 시절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적이 있다. 이로써 대한항공 점보스의 박기원 감독을 제외하면 V리그 남자부 사령탑 전원이 삼성화재 출신들로 도배가 된 셈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석진욱 감독 삼성화재 김호철 감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