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2차전 잉글랜드와 파나만의 경기.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7월 3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스위스와 스웨덴의 경기.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와 공을 다투고 있다.

7월 3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스위스와 스웨덴의 경기. 스위스의 발론 베라미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와 공을 다투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은 잉글랜드가 52년 만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찬스다. '주포' 케인의 6골을 바탕으로 16강에서는 역사상 첫 승부차기 승리까지 이뤄내며 8강에 안착했다. 대진표 상 전력으로는 결승까지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피파 랭킹이 스웨덴, 러시아, 크로아티아보다 높고 객관적인 평가로도 우세한 상황이다. 무리뉴 감독 역시도 RT와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가 월드컵 결승에 오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점쳤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오늘 밤 11시에 스웨덴과 4강 티켓을 두고 격돌하게 됐다.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마주친 느낌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태클을 걸었던 스웨덴은 잉글랜드에 가장 큰 위협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잉글랜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임을 강조하며 철저한 준비에 나서는 중이다.

잉글랜드는 역사적으로 유독 스웨덴에 강하지 못 하다. 역대 전적은 7승 10무 7패로 팽팽했으며, 최근 50년 간 승리가 단 2회에 불과했다. 그 중 43년 간은 승리에 실패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우세할 때도 스웨덴에 고전하곤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전망된다. 전력상 잉글랜드의 승리가 유력하지만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는 9골을 몰아친 '공격'적인 팀인 반면 스웨덴은 4경기에서 2실점에 그친 '수비'적인 팀이기 때문이다. 초반 득점에 실패할 경우 꽤 경기가 길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글에서는 스웨덴을 상대한 '잉글랜드의 징크스'와 양국 간의 역대 전적을 살펴보도록 하자.

◇ 1923, 스톡홀름에서 마주친 첫 대결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1923년에 스톡홀름에서 이뤄졌다. 당시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자국리그 종료 후 대표팀을 구성하였고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친선 경기 투어를 떠났다. 5월 21일, 14,000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킥오프되었다. 양 팀은 모두 2-3-5의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맞부딪혔다. 잉글랜드가 조금 더 우세했지만 스웨덴도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스웨덴은 당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1900년대 중반을 넘어서까지도 세계를 호령할 정도로 강한 팀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월드컵에서도 준우승과 3위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준 바가 있다.

그러나 초반 분위기는 잉글랜드가 가져갔다. 빌리 워커가 전반 22분에 선제골을 넣었고, 분위기를 이어 25분에 조지 쏜웰이 득점했다. 워커는 좌측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공격수였고 쏜웰은 가장 오른쪽의 공격수였다. 스웨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해리 달은 33분, 잉글랜드에 추격골을 넣었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된 후로 잉글랜드의 쐐기골이 두 차례 터졌다. 지미 무어의 골에 이은 빌리 워커의 골은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해리 달이 두 번째 골을 넣었으나 이미 경기 결과를 바꾸기는 늦은 시점이었다. 이렇게 경기는 4-2 잉글랜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볼거리가 풍성했다. 스칸디나비아의 강호와 축구 종가의 만남은 이 때부터 치열했다. 특히 경기에 불을 지핀 선수는 해리 달이었다. 달은 형을 따라 축구를 시작한 후, 헬싱키에서의 한 시즌을 빼고 랜드스크로나에서 뛰며 334골을 넣은 전설이다. 그는 1924년 스웨덴의 자국리그인 알스베스칸의 창설을 함께하기도 했다. 두 팀은 이 후 여러 차례의 대결에서도 재밌는 승부를 냈다. 1970년대까지 총 7번의 대결에서 잉글랜드는 3승 2무 2패를 거뒀다.

◇ 1992, 스웨덴이 개최한 유로 1992에서의 격돌

스웨덴은 유로 1992의 개최국으로 선정되며 첫 출전에 성공했다. 당시의 유로는 예선을 거쳐 총 8개국이 본선에 출전하는데, A조와 B조로 나뉜 조별리그에서 A조에 속했다. A조에는 덴마크, 프랑스, 잉글랜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었다. 스웨덴에게 모든 팀들은 조금 버거운 상대였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예상과는 다른 흐름으로 대회가 진행됐다. 얀 에릭손의 골에 힘입어 스웨덴은 프랑스와 1-1 무승부를 거뒀고, 잉글랜드는 덴마크와 비겼다. 2차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비긴 반면 스웨덴은 브롤린의 결승골로 덴마크를 1-0으로 꺾었다. 이렇게 3차전까지도 누가 올라갈 지 모르는 혼돈의 조가 되었다. 최종전을 통해 조의 1, 2위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외나무다리에서 잉글랜드는 스웨덴과 마주쳤다. 20년 이상 이기지 못 했던 상대를 만나 고전이 예상됐지만 전반 4분, 플래트의 득점으로 앞서나갔다. 잉글랜드는 전반전을 1-0으로 무사히 마치며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나 후반전은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 후반 6분, 얀 에릭손이 동점골을 넣으며 흐름을 끊었고 결국 후반 막바지인 82분에 브롤린이 역전골을 넣었다. 한편 다른 경기장에서는 덴마크가 프랑스를 2-1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이변 그 자체였다. 덴마크는 예선에서 탈락했으나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으로 실격 당하면서 극적으로 본선에 올랐다. 즉, 준비되지 않은 팀이었다. 스웨덴은 많은 준비를 했으나 비교적 약체에 해당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프랑스를 탈락시키고 4강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울분을 삼키고 짐을 싸야만 했다. 당시 대표팀 은퇴를 앞두고 있던 게리 리네커는 스웨덴 전 필승을 다짐했으나 패배를 당했다. 그에게 1992 유로는 마지막 국제 무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절했던 스웨덴 전이었지만 1-2 패배를 당하며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했다. 당시 그는 잉글랜드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었는데, 스웨덴 경기 막바지에 앨런 스미스와 교체되며 A매치 출장 기록을 80회에서 마감했다.

스웨덴은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올랐으나 독일을 상대로 패배를 당했다. 2-2로 막바지까지 잘 몰아붙였으나 88분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자국 대회에서 성적을 4강으로 마무리했다. 반면 조에서 2위였던 덴마크가 우승을 차지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 2012, 깨진 줄만 알았던 '스웨덴 징크스', 즐라탄에게 4실점한 잉글랜드

양 국가의 경기 중 아마 가장 많은 축구팬들에게 회상되는 경기가 아닐까 싶다. 2012 친선 A매치에서 잉글랜드를 만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의 '인생 경기'를 펼쳤다. 경기 후 잉글랜드는 악몽을 꾼 듯한 모습이었다. 잉글랜드는 2011년 스웨덴과의 만남에서 43년 만에 승리를 거두며 징크스를 깼다. 2012년에 펼쳐진 유로 조별리그에서도 스웨덴을 3-2로 꺾었다. 이에 잉글랜드는 징크스를 완전히 깨뜨린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즐라탄 매직'은 엄청나게 강력했다. 특히 그가 조 하트를 상대로 보여준 환상적인 30m 오버헤드킥은 2013 푸스카스 상의 주인공이 되었고 여전히 회자되는 중이다.

양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슈팅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위협했다. 그러나 전반 20분, 잉글랜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힘을 이겨내지 못 했다. 그는 좌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고, 수비 맞고 나온 것을 재차 때려 넣었다. 이후 전매특허인 주먹 세레머니로 기쁨을 표했다. 발끝으로 완벽히 밀어 넣은 골이었다. 파워까지 겸비하여 조 하트가 힘 쓸수 없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4분에 조지 웰백이 정확히 쇄도하면서 밀어 넣는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 37분에 제라드의 프리킥을 스티븐 코커가 마무리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전은 온전히 즐라탄만의 시간이었다. 전반 막판부터 반격할 기세로 몸을 예열하더니, 결국 76분에 미드필드진으로부터 올라오는 공을 받아 득점했다. 피지컬로 상대 수비를 따돌린 완벽한 득점이었다. 83분에는 30m가 넘는 거리에서 프리킥을 강하게 처리하며 역전골을 넣었다. 상대 수비벽은 물론 골키퍼까지 넘어서면서 깔끔하게 들어갔다. 게다가 추가시간 1분에 조 하트의 헤더 실수를 오버헤드킥으로 그대로 연결했다. 이는 골대에 정확히 조준되었고, 단 한 번의 바운드도 없이 골문에 꽂혔다. 그 해 푸스카스상을 수상할 정도로 엄청난 득점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4-2로 종료되었고 월드컵을 1년 반 앞둔 잉글랜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면 스웨덴은 A매치 5연속 무패 행진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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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스웨덴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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