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짜릿한 맨체스터 더비는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가 8일 오전 1시 30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더비 맞대결에서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전은 맨시티가 압도했다. 맨유는 맨시티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볼을 쉽게 빼앗겼고, 중앙선 부근을 넘어서는 것도 힘겨웠다. 전반전에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했을 정도로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맨유vs맨시티 맨유가 맨체스터 더비에서 맨시티에 3-2로 승리했다.

▲ 맨유 vs. 맨시티 ⓒ 맨유 공식 홈페이지


맨시티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짧고 빠른 패스와 침투로 맨유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고, 전반 24분 선제골을 뽑았다. 르로이 사네의 날카로운 코너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크리스 스몰링이 콤파니와 경합했지만 이겨내지 못했다.

올 시즌 최고의 골로 손색없는 득점이 터졌다. 맨시티의 추가골이었다. 전반 30분, 라힘 스털링이 살짝 내준 패스를 문전으로 달려든 일카이 귄도간이 잡았다. 귄도간은 환상적인 터닝 동작에 이은 빠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스털링이 문전에서 잇달아 기회를 잡아내며 맨유 벤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주심의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이 경기를 지켜본 대다수는 맨시티의 조기 우승을 확신하지 않았을까.

예상을 뒤엎은 후반, 소름 끼친 반전 드라마

간과했다. 맨시티에 경기 흐름을 내준 맨유지만, 그들은 EPL 2위였다. 무엇보다 후반전 45분이 남아있었다.

후반 3분, 폴 포그바가 맨유의 이날 경기 첫 슈팅을 기록했다. 4분 뒤, 만회골이 터졌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안데르 에레라가 가슴 트래핑으로 내줬다. 문전으로 달려든 포그바가 볼을 잡았고, 에데르손 골키퍼와 일대일 싸움을 이겨내며 맨시티 골망을 출렁였다. 

시작에 불과했다. 맨유와 포그바는 정확히 2분 뒤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산체스가 올린 크로스를 높은 타점을 자랑한 포그바가 헤더로 연결했다. 볼은 에데르손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골문 구석에 꽂혔다. '기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경기가 후반전 10분 만에 2-2 동점이 됐다.

맨유는 내친김에 역전을 노렸다. 산체스의 패스를 받은 제시 린가드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맨시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24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산체스의 날카로운 프리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하며 0-2로 끌려가던 맨유가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맨시티는 다급해졌다. 아껴두었던 케빈 데 브라이너와 가브리엘 제수스를 긴급 투입했고,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출격했다. 그러나 한 번 넘어간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동점을 기대케 한 슈팅은 골대를 때렸고,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믿을 수 없는 선방에 막혔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홈에서 조기 우승을 꿈꾼 맨시티가 아닌 원정팀 맨유였다. 

맨시티를 충격에 빠뜨린 맨유의 세 남자

놀라운 경기, 승리의 주역은 확실했다. MOM(경기 최우수선수)으로 선정된 포그바다. 포그바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경기를 뒤집는 데 앞장섰다.

사실, 포그바의 전반전은 실망스러웠다. 상대 압박에 막혀 볼을 잡는 것조차 힘겨웠다. 허를 찌르는 패스나 날카로운 슈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첫 슈팅을 만들어냈고, 곧바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문전으로 달려들었고, 에데르손 골키퍼와 일대일을 침착하게 이겨냈다. '월드클래스'로 불리는 선수다운 완벽한 마무리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1cm의 큰 신장, 타고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멋진 헤더골을 만들어냈다. 포그바는 이 모든 것을 후반 시작 10분 만에 해냈다.

포그바는 멀티골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강한 압박에 앞장서며 마음이 급한 맨시티의 전진을 방해했고, 정교한 태클로 상대의 역습을 끊었다. 거친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고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 덕에 맨유 선수들은 집중력과 승리 의지를 다잡을 수 있었다. 

산체스도 빼놓을 수 없는 승리의 주역이다. 산체스는 맨유가 터뜨린 3골에 모두 관여했다. 그의 예리한 크로스가 에레라를 거쳐 포그바의 만회골로 이어졌고, 다시 한 번 번뜩인 발끝이 포그바의 동점골을 도왔다. 끝이 아니다. 프리킥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킥력을 또다시 자랑했고, 스몰링의 극적인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맨유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이 떠오를 정도로 산체스의 발끝은 어느 때보다 예리했다.

산체스는 열정이 넘치는 남자다. 아스널 시절, 팀이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력을 다했다. 체력 안배를 위해 일찍이 교체되는 날이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큰 점수 차로 패할 때는 누구보다 큰 분노와 아쉬움을 드러냈다.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력을 다하는 남자, 산체스는 이날도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맨시티의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0-2로 끌려갔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며 기회를 엿봤고, 정확한 크로스를 앞세워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맨시티의 공세가 거세질 때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누구보다 강하게 압박했고, 볼을 살리기 위해 몸을 날리는 모습도 보였다.

맨유의 수호신 데 헤아는 대역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실점이나 다름없던 아구에로의 헤더를 믿을 수 없는 반사 신경을 자랑하며 막았다. 맨시티의 파상공세 속 연이은 슈팅도 몸을 날려 막았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데 헤아가 골문을 지켰기에 맨유는 맨체스터 더비에서 웃을 수 있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VS맨체스터 시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