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적시장에서 유난히 잠잠했던 LG가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LG트윈스 구단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활약했던 FA 김현수를 4년 115억 원(계약금 65억+연봉 50억)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방출과 이적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던 LG는 올해 FA시장의 '잠재적 최대어'로 꼽히던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최대 약점이었던 타격을 단숨에 끌어 올렸다.

김현수는 올 시즌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를 오가며 타율 .231 1홈런 14타점으로 부진했지만 KBO리그에서는 통산 타율 .318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타격기계'로 군림했던 특급 타자다. 박용택과 김현수로 이어지는 막강한 좌타라인을 구축한 LG는 아직 외국인 타자 영입을 확정하지 않아 타력 보강의 여지가 더 남아 있다.

 김현수 영입 소식을 알리는 LG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김현수 영입 소식을 알리는 LG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 LG 트윈스


KBO리그에서는 검증 필요 없는 '타격기계'

흔히 성적 향상을 노리는 구단들은 새 감독을 영입하면 대형 FA 선수를 영입해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2007년 LG에 김재박 감독이 부임했을 땐 두산 베어스로부터 FA 투수 박명환을 영입했고 2015년 김성근 감독을 데려온 한화 이글스는 FA 투수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2015년 두산의 사령탑이 된 김태형 감독도 구단으로부터 FA투수 장원준을 선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통합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던 류중일 감독은 LG 부임 후 FA선물을 받지 못했다. 올해 FA시장에는 KBO리그 최고의 외야수 손아섭을 비롯해 호타준족 민병헌(이상 롯데 자이언츠), 빅리그 출신 3루수 황재균(kt 위즈) 등 많은 대어들이 있었다. 하지만 LG는 대형FA들을 아무도 영입하지 못했고 오히려 베테랑 정성훈의 방출과 손주인(삼성 라이온즈), 이병규(롯데)의 2차 드래프트 이적으로 전력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LG는 메이저리그 재도전과 국내 복귀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하던 FA 김현수를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년 115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LG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1988년 1월생인 김현수는 아직 만으로 30세가 채 되지 않은 데다 지난 2년간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한 'FA 시장 최고의 거물'이다. 적어도 계약 기간 동안 나이에 따른 기량저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 .231로 부진했지만 빅리그 진출 첫 시즌이었던 2016년엔 볼티모어 강타자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3할 타율(.302)을 기록했을 정도로 뛰어난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볼티모어의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던 2016년 9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의 9회 대타 역전 투런홈런은 그해 볼티모어의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국내에 있을 때도 김현수는 '꾸준한 외야수의 상징'이었다. 김현수는 타율 .291 7홈런 65타점으로 부진했던 2012년을 제외하면 2008년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한 후 한 번도 3할 타율과 140개 이상의 안타, 80개 이상의 타점을 놓친 적이 없다. 특히 2015 시즌에는 타율 .326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LG에서 김현수는 3번 타자에 좌익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김현수가 합류하면서 기존의 좌익수 후보였던 이천웅이나 이형종이 중견수나 우익수로 자리를 옮겨 외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김현수의 가세로 내년 시즌 LG의 중심타선과 외야진의 힘은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김현수의 가세로 인해 2, 4번 타자의 '우산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LG는 베테랑 선수의 방출과 이적,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 레다메스 리즈와의 협상 결렬로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던 김현수를 영입하면서 단숨에 스토브리그의 승리자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과연 같은 구장을 쓰던 라이벌팀으로 이적한 김현수는 LG에서도 '타격기계'의 위용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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