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아니었지만, 그토록 원했던 V11을 달성했다.

지난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가 두산을 7-6으로 꺾고 V11을 달성했다. 1차전을 패배했지만 2차전 승리 이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시즌 초부터 상승세를 탔던 KIA는 어려운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다. 특히 시즌 내내 KIA의 발목을 잡았던 불펜은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위력을 발휘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단순히 한 선수, 한 가지만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가능했던 우승이다. KIA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을까.

 그토록 원했던 V11, 8년 만에 달성했다. 결정적인 순간 몇 가지가 존재했다.

그토록 원했던 V11, 8년 만에 달성했다. 결정적인 순간 몇 가지가 존재했다. ⓒ 유준상


'FA 영입-트레이드 단행' 과감했던 외부 영입은 확실한 전력 보강으로 이어졌다

출발점은 지난해 11월 24일, FA 자격을 얻고 시장에 나온 최형우를 영입한 것이었다. 4년간 100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KIA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오버페이' 논란과 FA 시장을 지나치게 과열시킨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최형우는 올시즌 14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2 176안타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해 KIA의 우승 청부사가 됐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활약이 미미한 편이었으나 시즌 내내 꾸준했다는 점에서 KIA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기록으로 증명했다.

최형우 영입 못지않게 큰 효과를 가져온 것은 바로 트레이드였다. 지난 4월 7일, KIA는 SK와 4:4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이명기와 김민식, 노관현, 최정민을 영입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역시 이명기와 김민식 두 선수였다.

이적하자마자 두 선수는 주전으로 나설 기회를 부여받았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한 이명기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의 야수진을 흔들었고, 시즌 내내 안정감 있는 수비에 충실했던 김민식도 방망이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기에 KIA는 선두 자리를 굳히기 위해 또 한 번 모험을 시도한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던 지난 7월 31일, 넥센에서 김세현과 유재신을 영입하는 대신 좌완 손동욱과 이승호를 내주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좌완 투수를 두 명이나 내주면서도 즉시전력감 불펜 자원과 백업 야수 자원을 얻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적으로 김세현은 이적 이후 임창용과 김윤동 등 필승조의 부담을 덜어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김세현의 호투가 빛났다.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유재신 역시 수비와 주루 쪽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2017년 KIA의 '트레이드 모험'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10월 2일, 10월 26일, 10월 30일' KIA에게는 '에이스' 양현종이 있었다

두산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정규시즌 최종일까지 1위의 주인공이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10월 2일은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유일하게 딱 한 경기, KIA-kt전이 진행되면서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은 수원 KT 위즈파크로 집중됐다. 그리고 이 날 KIA의 선발투수는 시즌 20승까지 1승만을 남겨놓던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이 날 5.2이닝 동안 120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해 에이스로서의 자격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타선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팀의 리드를 지켰고, 뒤이어 올라온 임창용과 김세현이 kt의 추격을 저지했다. 이 날 승리로 1위 자리를 지킨 KIA는 이튿날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kt전을 승리로 장식해 정규시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10월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 팀이 1패를 기록하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선발 마운드에 오른 투수 역시 양현종이었다. 신들린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압도한 양현종은 첫 번째 아웃카운트부터 27번째 아웃카운트까지 책임지며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로 1-0 완봉승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3일간 휴식을 취한 양현종은 30일 열린 5차전 미출전 선수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는 팀이 리드하고 있을 경우 필요할 때 등판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팀이 7-6으로 앞서던 9회초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공수교대가 되고 9회말로 넘어가는 순간,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온 투수는 등번호 54번을 달고 있는 남자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첫 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어렵게 출발했고 조수행의 기습번트 때 3루수 김주형의 송구 실책으로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경기를 끝내러 나왔는데 자칫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할 위기에 몰렸다. 그 때 양현종과 김민식, KIA 배터리는 허경민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1사 만루에서 박세혁과의 승부를 택했다.

박세혁은 양현종의 2구째를 밀어쳤으나 타구는 힘없이 날아가 김선빈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겨놓은 양현종은 김재호에게 초구로 144km 패스트볼을 던졌고, 김재호가 친 공은 파울 지역에서 김민식의 미트 안으로 들어갔다. 팀의 8년 만의 V11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양현종이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지는 미지수이다. 분명한 것은, 올시즌 KIA의 통합우승에 있어서 양현종의 비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것이다. 그가 있기에 KIA의 V11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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