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 2011

대성황이었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1(이하 GMF)에는 말 그대로 인파가 몰렸다. ⓒ 민트페이퍼


대성황이었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1(이하 GMF)에는 말 그대로 인파가 몰렸다. 윤종신·이적·언니네 이발관·넬·자우림·노리플라이 등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 꾸려졌다는 명성처럼, 관객들은 각자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어떤 아티스트의 무대로 향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관객들은 한껏 GMF를 즐겼다. 피크닉 존에서는 손수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먹으며 와인잔을 부딪치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고,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곳이라면 <피구왕 통키> 주제곡도 공연이 된다

"자, 높이 올라 / 멀리 던져보자 / 뜨겁게 타오르는 / 정열의 불탄 가슴~"

만화 <피구왕 통키> 주제곡이 순식간에 훌륭한 세트리스트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22일 클럽 미드나잇 선셋.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검정치마(조휴일)의 공연에는 난데없이 <피구왕 통키>의 주제곡이 울려 퍼졌다. 곡과 곡사이에서 키보드 세션 연주자가 이를 연주하자, 관객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 검정치마가 "최근 발표한 신곡인데, 이렇게 따라 불러 주시네요"라는 농담을 던지자, 이내 관객들 사이에선 웃음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러한 장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참여한 가수들도 한껏 들뜬 눈치였다. 22일 무대를 꾸민 자우림(이선규, 구태훈, 김진만, 김윤아)은 무대가 끝나자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리며 환호에 답했다. 23일 The KOXX(이현송, Shaun, 박선빈, 신사론, 이수륜)의 무대에서는 과감히 상의를 탈의하는 몇몇 멤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고, 스윗소로우(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는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만행(?)을 저질렀다.


 GMF 2011

22일 GMF 2011에서 공연을 펼친 10cm ⓒ 민트페이퍼


이 외에도 Mnet <슈퍼스타 K3> 출연자 출신 박솔은 "처음 음악 페스티벌을 찾았다"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고, 노리플라이(권순관 정욱재)의 무대에선 여성 관객 중 한 명이 노리플라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광'을 누렸다. 관객과 가수가 하나 되는 음악 페스티벌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23일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에서 오후 9시 시작된 이적의 무대는 갑자기 내린 빗방울에도 스탠딩 존을 넘어 통로까지를 가득 메운 관객들이 함께 뛰어노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런 호응에 답하듯 이적도 앙코르 곡 <압구정 날라리> <하늘을 달리다>까지를 쉴 새 없이 선보이며 관객과 호흡했다.    

다양한 관객들에 신생아 돕는 자선 부스까지, GMF 이모저모

양일간 GMF에서는 다양한 관객 군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피크닉 존에서 4살배기 딸 리원·시원의 노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던 김성아(33)씨는 "그간 남편과 락 페스티벌엔 종종 왔었지만, 아이들과 온 것은 처음이다"라며 "(GMF는) 피크닉하는 곳도 잘 만들어 놓아서 음악을 들으며 함께 놀기 좋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공연 입장을 위해 늘어선 줄에서는 "태국에서 왔다"는 Tony(31)씨도 만나볼 수 있었다. "10cm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GMF를 보고, 일 주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인디 밴드의 CD를 사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장 곳곳에는 기업 부스들이 GMF를 찾은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GMF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된 장윤주가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 Esteem 부스에서 만난 김신웅(25)씨는 관객들과 모델들 간의 게임 대결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상기된 표정의 김신웅 씨는 "시민들에게 모델이라는 직업이 멀어 보일 수도 있어 부스를 만들었다"며 "공연을 보러 가던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즐겁다"며 웃어 보였다.

 GMF 2011

GMF 2011에 마련된 대형 칠판에 글을 남기는 관객들 ⓒ 이미나


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아프리카 신생아를 위한 손뜨개 모자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 담당자는 "3년째 GMF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GMF는 다른 곳에 비해 2~3배 정도 관객 참여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연장 한쪽에선 '2012년의 나'에게 보내는 엽서를 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쓴 엽서는 2012년 GMF 100일 전께 배달된다. 잠시 자리에 앉아 펜을 들었다.

'오늘의 설렘을 잊지 말자.'

GMF 2011을 찾은 많은 관객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다시 월요일이 돌아오고, 일상이 찾아올 것이다. GMF 2011은 그 일상 속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설렘'이었다.

 GMF 2011

관객들은 GMF 2011 공연장 한 곳에 마련된 메모판에 GMF에 보내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 이미나


그러나 각 스테이지당 출입구가 한 개만 있어 많은 인파가 이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점은 GMF의 '옥의 티'였다. 실제로 이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늘어선 줄 때문에 보고 싶었던 무대를 놓치는 관객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더해 22일 검정치마의 공연 전에는 반대편 스테이지까지 줄이 늘어섰는데도, 이를 관리하는 이가 없었다. 스테이지 입구에서 입장권을 확인하는 스태프들만 있을 뿐이었다. 줄 곳곳에선 "너무 길다"는 불평에서부터 "저 앞사람이 끼어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비가 오면 우비를 나누어 준다'는 공연 전의 안내와 달리, 23일 이적의 공연 중간부터 비가 쏟아졌음에도 공연 후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우비가 제공되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GMF201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