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싱크로유'

KBS '싱크로유' ⓒ KBS

 
최근 몇년 사이 예능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KBS가 모처럼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10일 첫 방영된 <싱크로유>는 오랜만의 KBS 신작 예능이면서 동시에 유재석의 KBS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2020년 종영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해피투게더 4> 이후 2021년 <컴백홈>을 들고 나왔지만 10회 편성을 끝으로 막을 내린 바 있었기에 KBS 뿐만 아니라 유재석 모두에게 <싱크로유>는 일종의 절치부심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사전에 소개된 것처럼 <싱크로유>는 실제 가수와 AI 가창을 구별해내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꾸며졌다. 이적, 이용진, 육성재, 호시, 카리나 등으로 구성된 연예인 MC들과 방청객들의 조합은 일반적인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와 가짜를 식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JTBC <히든싱어>를 떠올리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다소 뻔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선입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본 방송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이와 같은 생각은 금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의외의 출연진과 반전의 무대가 진행되면서 <싱크로유>는 기대 이상의 재미를 속속 선사했기 때문이다.  

진짜 가수는 누구?  난이도 높아진 선택의 기로​
 
 KBS '싱크로유'

KBS '싱크로유' ⓒ KBS

 
<싱크로유>의 진행 방식은 그리 복잡한 편은 아니었다. 진짜 가수 Vs. AI 가창을 구별해내는 것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함정이 숨어 있었다. 1라운드에선 총 6명의 가수 혹은 AI가 각자의 창법으로 커버곡을 소화했는데 진짜 가수가 몇명인지는 제작진이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진짜 혹은 AI 스러운 창법에 혼란을 느꼈던 연예인 판정단으로선 진짜 가수가 최소 0명에서 최대 6명이 될 수도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로 인해 더욱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첫 라운드 주인공들이 등장하자 현장은 놀라움과 탄성으로 가득찼다.  

AI가 불렀다고 생각했던 박정현은 진짜였고 반대로 직접 나와서 부른 것으로 판단했던 에일리는 AI 합성으로 드러났다. "정황상 여기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판단으로 맞춘 임재범 AI를 제외하면 10cm 권정열, 이무진, 김경호 등 모두 실제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현장 방청객들과 시청자들로선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더욱 혼란에 빠진 후속 라운드
 
 KBS '싱크로유'

KBS '싱크로유' ⓒ KBS

 
1라운드가 대이변의 무대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박정현을 비롯한 실제 가수들이 그루브, 엇박을 타지 않고 AI처럼 정박자로 또박또박 발음을 하거나 리듬을 유지한 덕분이었다. 이렇다보니 기계 처리된 음성 마냥 사람들은 인식하면서 판단에 오류를 범하기 시작했다.  ​

이러한 일종의 속임수는 2라운드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건 진짜 박정현이 불렀다"라고 생각했던 '금요일에 만나요'(아이유 원곡)은 AI의 버전으로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개그맨 이용진을 제외하면 판정단 모두 진짜 박정현이라고 생각했기에 충격은 두배 이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마지막 3라운드는 듀엣 무대를 듣고 진짜와 AI를 선택해야 했다. 여기선 의외의 조합이 귀 호강하는 무대를 연출했다. 박정현과 후배 이무진과 함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악뮤 원곡)를 멋진 하모니로 원곡 못잖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김경호와 10cm는 '그대만 있다면'(일기예보 원곡, 너드커넥션 리메이크)를 이질적인 조합으로 흥미를 선사했다. 후자가 AI 가창으로 드러났지만 실제 가수와 거의 흡사한 소리를 들려주며 놀라움을 안겨줬다.  

타 방송사 드라마들과 경쟁 가능할까?​
 
 KBS '싱크로유'

KBS '싱크로유' ⓒ KBS

 
자칫 뻔할 수 있는 진짜와 가짜 구분하기 음악 예능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처음 자아냈지만 본 방송에선 이러한 걱정을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었던 것은 <나가수>급 출연진들의 노력이 담긴 무대, 완성도 높은 AI 목소리 합성 기술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유발시킨 덕분이었다.  

​의도적으로 AI 스럽게 창법을 조절할 만큼 능수 능란한 가수들의 가창력이 선택의 난이도를 끌어 올렸고 이는 결과 발표의 대반전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본인의 곡이 아닌, 주로 후배 가수들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랩 파트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열창해준 김경호를 비롯한 출연 가수들의 정성은 박수와 칭찬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우리는 진짜와 가짜 판독 뿐만 아니라 원곡 못잖은 완성도 높은 커버곡 무대를 동시에 만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대 중간 마다 이뤄지는 연예인 MC들의 티키타카식 입담이 곁들어 지면서 <싱크로유>는 웃음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색다른 음악 예능으로서의 가능성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첫 회만 놓고 본다면 "올드하다"라는 기존 KBS 예능의 인식을 확 바꿔 놓을 만큼 완성도 높은 내용으로 채워지면서 다음 회차를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싱크로유>가 처음 방영된 금요일 밤 10시는 경쟁 채널들인 MBC와 SBS의 대작 드라마들이 매주 고정 편성되는 치열한 시청률 격전지 아니던가?  

게다가 tvN은 나영석 PD를 중심으로 인기 예능을 꾸준히 편성하고 있다. 어중간한 프로그램으로선 쉽게 안착하기 어려운 시간대라 점에서 향후 생존 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이 확보된다면 <싱크로유>는 최소한 시즌제 예능으로서의 가능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찌됐건 KBS 답지 않은 양질의 기획물이 모처럼 등장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싱크로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