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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학교자율화방안이 발표된 뒤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가 부활하고 중고등학생은 7교시에 우열반, 강제방과후수업에 늘어난 시험으로 말썽이 많습니다. 최근 학생들의 자살도 부쩍 늘어나 어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아이들이 공부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을 하셨습니다. 정부교육정책은 이런 국민들과 대통령의 바람을 반영하여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교 생활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난 기사에 이어 학교자율화방안에 포함된 교육과정개편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년 만에 교육과정을 또 바꿔?

올해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 수학과 영어 교과입니다.(관련기사: 초등학교 교과서를 들춰보니) 그런데 4월까지 계속된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를 보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시행할 것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자마자 1년만에, 아니 1년도 되지 않아 교육과정을 바꾼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려면 2-3년의 시안연구와 2년간 교과서 개발과 적용, 교육과정 심의회와 공청회 등을 거치며 현장 적합성을 검토합니다. 이렇게 나와도 막상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모른다, 너무 어렵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게 바꿔놓으면 학교현장이나 학생, 학부모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학생들이 무슨 실험대상도 아니고 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니들이 고생이 많다"가 절로 나옵니다.

미래형교육과정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 1-4학년은 학기당 7개 교과목 이하, 5-6학년은 학기당 8개 교과목 이하, 7-9학년은 학기당 9개 교과목 이하로 편성하도록 함.  

- 초등학교의 모든 학년(1-6학년)에서 6교시 수업을 진행하는 방안과  정부는 초등학교에 필요한 교과전담교사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함.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 자료집)

한글교육 하나도 어려운데 7개 교과로 늘려?

미래형교육과정편제표를 보면(오마이뉴스 관련기사 목록) 통합교과를 해체하고 1학년부터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실과, 체육, 음악·미술, 외국어(영어) 7개 교과군으로 나뉩니다. 1학년이 입학 초기 배우던 '우리들은 1학년'도 없어졌습니다. 3, 4학년 교과목이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1, 2학년은 5개 교과가 7개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2007년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새로 나온 2학년 교과서입니다. 1, 2학년 교과서는 국어(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수학과 통합교과인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까지 합쳐 모두 5개 교과입니다. 보조교과서까지 합치면 9권이 됩니다.
 2007년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새로 나온 2학년 교과서입니다. 1, 2학년 교과서는 국어(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수학과 통합교과인 바른생활, 슬기로운생활, 즐거운생활까지 합쳐 모두 5개 교과입니다. 보조교과서까지 합치면 9권이 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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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도에 통합교과가 도입된 이유는 조작과 체험을 통해 학습을 하고 세상을 통으로 이해하는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고 지나치게 많은 교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유가 컸습니다. 통합이 제대로 안되어서 제대로 해야 한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식이 폭주하는 시대에 초중등교육 모두 통합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통합교과가 일시에 없어지고 옛날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이런 교육상황을 무시하고 교과가 늘어나면 1학년부터 교과내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지금 교과체제가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고칠 것인지 학생, 학부모, 교사의 목소리를 듣고 엄밀한 연구를 통해 장단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또 1, 2학년의 경우 한글 모국어 교육이 모든 교육의 기초이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연구나 교육자료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글을 유치원에서 배워와야 하는지, 1학년에 들어와 하는지도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1학년에서 학생들의 모국어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민족정체성도 기르고 모든 교과교육의 기초를 다집니다. 모국어를 제대로 알아야 다른 교과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한글 교육 하나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게 해놓고 교과를 7개로 늘려놓으면 우리 학교교육은 더 부실교육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학생수준과 발달단계에 맞춰 교과교육의 기초부터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요구가 많았는데, 정부 정책은 너무 일방적인 느낌이 듭니다.

혹시 1학년부터 영어 끼워넣기?

이런 상황에도 굳이 1학년부터 교과를 늘리려는 의도가 무엇일까요? 교과군을 찬찬히 보니 혹시 영어 때문이 아닌가 의심이 갑니다. 1, 2 학년 영어 도입 시도는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경제계 요구로 2006년 2학기부터 작년까지 초등 1, 2학년에 영어교과 시범운영이 이루어졌는데,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져 학생발달에 어려움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계획없이 무작정 추진하다보니 초등학교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슬그머니 사라지고 3-6학년 시수확대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마저도 학생 부담과 영어교육효과논란, 사교육비 증가 등으로 시민사회단체 비판도 많았습니다.

초등영어교육 확대를 반대하는 피켓시위
 초등영어교육 확대를 반대하는 피켓시위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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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년부터 "학문적·전문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강력한 외국어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미래형교육과정)"거나 "초등학교부터 모국어와 외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기르자(교육과정선진화방안)"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에서는 수학, 과학과 함께 영어교육 강화를 외칩니다. 만약 이런 의도가 있다면 교육당국은 하나하나 공개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콩나물교실에 6교시는 아동 학대

게다가 1학년부터 6교시를 추진한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무현정권 때부터 1, 2 학년 수업시수를 늘려 학생보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학교 끝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의 고충을 감안한다고 해도 수업시수를 무작정 늘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급식을 다 추진하고 방과후교육활동이나 에듀케어 등의 방안 등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연구나 정책제안 없이 1학년도 6교시를 한다는 것은 왜일까요? 교과를 7개로 늘리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솔직히 담임 혼자 30명 넘는 아이들을 4시간 붙들고 있는 것도 세계적인 망신입니다. 어릴 때 감각발달이 활발하고 체험과 조작이 많은 만큼 보조교사를 주거나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아이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냥 얼굴 한 번 봐주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학교 환경도 아이들에겐 불편합니다. 유치원은 피곤하면 잘 침실도 있고 바닥생활에 학습내용도 다릅니다. 초등학교는 기대어 쉴 곳 하나 없이 좁은 교실에서 계속 앉아있고 학생들 수준보다 훨씬 어려운 교과내용을 시간마다 달리 배워야 합니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어린이 헌장에 비춰보면 아동인권 침해입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시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상황에 오후수업하면 아동학대가 따로 없다'고 합니다.

교사 엄마도 뒷바라지하기 힘든 초등교육

저는 작년에 1학년 담임을 하면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의 1학년 생활도 지켜보았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1학년이 되어 유치원과 달라진 생활과 교과 학습에 적응하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어했습니다. 교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이리저리 애쓰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3교시가 되기도 전에 교사나 학생이나 이런 환경에서 파김치가 됩니다. 학교를 안 나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1학기는 학부모나 교사나 다 두근두근 조마조마합니다.

엄마로서도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도와주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과부에서는 "한글을 학교에 와서 배워도 된다"고 하지만 막상 교육내용을 보면 한글을 배우고 익혀 능수능란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한글을 가르쳐 보냅니다.

학교준비물 예산으로도 부족한지 시간마다 만들기나 꾸미기 재료 알림장 보고 준비하는 걸 교사인 저도 때로 잊어먹고 보낼 정도입니다. '이러니 맞벌이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까?'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앞으로 교육과정이 또 바뀌면 이런 어려움이 더 커질 것 같아 둘째 학교 보낼 일이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학교 규모 줄이고, 교육과정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다른 내용을 보면 두 개 학년을 묶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년군제도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그럼 학급담임도 2년씩으로 해야 할 텐데 이것도 현재 학교상황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교과 중에서 선택하는 것도 그렇구요.

이런 걸 하려면 우선 학교규모가 확 줄어야 합니다. 외국의 경우 보통 학생수가 많아야 300-400명 수준입니다. 학교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알고 소통할 때 학교의 교육이념도 살고 이런 제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절실합니다.

이런 일은 학교에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런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어설픈 제도만 밀어붙인다면 학교현장은 형식만 남고 속으로는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들입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이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교육과정 선진화. 경쟁력. 말은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은 우리 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함께 꿈꿔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나온 방안만으로도 교사, 학생, 학부모는 불안한 것이 많습니다. 이런 불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교과부는 교육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학교자율화방안에 끼워져있는 교육과정자율화방안은 미래형교육과정과 연관이 많습니다. 이 중 초등교육에 영향을 직접 주는 것들을 주로 보았는데, 다음부터는 전체적인 내용을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태그:#학교자율화방안, #미래형교육과정, #초등교육문제, #1학년 6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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