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 레이스'를 아시나요?

언제부터인가 Trail 이란 단어가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Trail 이란 단어를 번역하면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최근 현실에서의 내용은 '야전', 즉 거친 자연을 뜻하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대한민국은 기본적으로 산이 많은 나라다. 그래서 산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인위적인 편리함을 배제해야 한다. 그런면에서 볼 때 트레일 레이스는 친 자연적인 신종 스포츠라 하겠다. 그렇지만 누가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냐에 따라서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의 관점이 아닌 참가자 관점의 대회가 되어야 자연도 살고 인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가다이라 트레일 레이스

수가다이라 트레일 레이스 ⓒ 유지성


그렇다면 '트레일 러닝', '트레일 레이스'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모호하지만, 산과 들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레이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딱부러지게 이거다라고 결론을 내리기 힘든 이유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진화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대자연 속의 산이나 트레일(등산 길, 산길, 초원 등)지역을 달리는 것을 트레일 러닝이라 한다. 그리고 트레일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들을 트레일 레이스 혹은 트레일 런 대회라 칭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트레일 레이스와 참가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은 상황이며, 한국에서도 상당한 관심과 참여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트레일 레이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지나간 역사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라별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국민소득이 1만~2만 불이 넘으면 러닝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1980년대 들어서며 미국과 유럽의 호기심 많은 아마추어 산악인, 러너들을 중심으로 오지나 극지 등의 다양한 환경을 찾아다니며 레이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전문가들이나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모여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그들은 사하라 사막, 아마존 정글, 히말라야 등을 달리는 생소한 짓을 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발전하면서 이제는 트레일 레이스라는 변형된 신종 스포츠의 토대를 만들었다.

트레일 러닝, 레이스는 초반에 주로 달리기, 마라톤을 즐기던 사람들이 시작을 했다. 그들은 처음에 일종의 지구력 보완 차원에서 산을 달리는 훈련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크로스컨트리 개념의 대회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것이 좀더 형식을 갖추며 발전이 되기 시작하여 1990년 초반부터 본격적인 활성화가 됐다. 1990년대에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이유 중 한 가지를 예를 들자면, 1990년대는 보다 고차원적이며 어려운 '어드벤처 레이스'가 뿌리를 내리던 시기였는데 마라톤을 기반으로 한 일반인들이 어드벤처 레이스 보다는 좀더 손쉬운 트레일 러닝 쪽으로 접근을 했기 때문이다.

 이정도 코스에서는 달려봐야 참 재미를 느낄수 있다.

이정도 코스에서는 달려봐야 참 재미를 느낄수 있다. ⓒ 유지성


트레일 레이스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은 아스팔트를 달리는 마라톤과 다른 종목의 아웃도어 스포츠로 이미 자리 잡았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마라톤 붐과 더불어 트레일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세가와 컵 대회를 보면 하루 만에 2000명 정원의 참가 신청이 마감 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백 개의 트레일 러닝(레이스)이 매주 각지에서 벌어지며 레이스의 거리도 50km, 50mile(80km), 100km, 100mile(160km)로 정립되어 상금을 건 컵, 시리즈 레이스가 많이 열리고 있다. 또한 시장 활성화에 따라 '트레일 러너', '울트라 러닝' 이라는 전문 트레일 러닝 잡지도 출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레일 러너'의 2003년 통계에 따르면 그 당시 미국의 트레일 러닝 인구가 4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유럽, 일본의 경우 전 지역에 걸쳐서 더욱 많은 대회들이 열리며 참여 인구도 상당히 많다. 노스페이스, 살로몬 같은 대형 용품사들이 주최하는 대회들은 이미 유명 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해외 대회들의 특징은 해발 2,000m 이상을 달리는 코스가 많다는 점, 그리고 얼마전부터는 전세계 2000~4000m 이상의 고봉들을 오르는 SKY Run 시리즈 대회도 생겨났다. 일본의 경우 해발 3776m의 후지산을 오르는 대회가 인기다. 후지산 대회는 촉박한 제한시간과 고산증으로 인해 완주율이 상당히 낮은 대회로 유명하다.

국내의 경우 마라톤, 조깅 인구만 400만 명을 넘어섰다. 그중 마라톤 마니아는 대략 10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는데, 그들은 1달에 보통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이상을 달리기에 투자하고 있다. 1년에 해외 대회를 참가하는 인원은 2000명을 넘어섰으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더불어 2000년도 들어서 마라톤 붐에 편승한 산악 마라톤이 개최되고 있지만 외국 같이 전문화된 대회는 아직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트레일 레이스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한국에서도 제대로된 트레일 레이스를 경험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트레일 어드벤처 레이스 연맹'(www.trailrace.co.kr)에서는 2010년부터 트레일 레이스 시리즈 대회를 준비 중에 있다. 우승자에게는 사하라 사막 레이스 참가권이 부여되는 파격적인 조건의 레이스를 개최 할 예정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트레일 레이스는 건강에도 좋다.

자연과 함께하는 트레일 레이스는 건강에도 좋다. ⓒ 유지성


트레일 러닝 시장 동향

최근의 변화하는 국내 트랜드는, 역시 트레일 러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으며 대회 참가의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트레일 러닝을 시작하면 결국은 트레일 레이스를 참가해야 한다. 트레일 러닝이 발달된 선진국은 러닝과 아웃도어 시장이 X자로 크로스오버 되어 있다. 서로 간의 영역 구분 없이 즐기고 거기에 맞게 제품을 사용하고 또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계의 경우 노스페이스와 몬트레일이 팀을 운영하며 시장 개척 및 활성화를 노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의 부재로 고전 중이다. 머렐과 네파는 지속적인 브랜드 알리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역시 전문 인력이 없기에 속도가 느리다. 그외 코오롱, K2 등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업체 공통의 문제는 아직까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제대로된 전문가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적인 코드로 접근을 해야 시장도 살고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 할 수 있다.  트레일 러닝은 야전에서 즐기지만 달리기적 사고가 접목된 스포츠다. 그만큼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등산과 러닝의 틈새시장인 트레일 러닝은 트레일(등산)과 러닝(마라톤)이라는 두 가지 시장을 한번에 잡을 수가 있기에 의외로 커다란 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름다운 산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트레일 러닝은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갈 차세대 원동력이다. 트레일 러닝은 절대로 어려운 것이 아니며 누구나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아웃도어 스포츠다.

 자연 그대로의 길을 달리기에 인공구조물이 필요없다.

자연 그대로의 길을 달리기에 인공구조물이 필요없다. ⓒ 유지성


대회 용품 및 식량

트레일 레이스를 시작하려면 몇 가지 장비가 필요한데, 먼저 신발의 경우 러닝화와 등산화가 결합된 트레일 러닝화를 권한다. 트레일 러닝화는 러닝화의 쿠션과 등산화의 접지력을 접목시킨 새로운 개념의 신발로 1990년도 중반부터 제대로 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현재는 흙길용 신발, 한국과 같은 암반이 많은 지역용 신발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왔있다. 추천 브랜드로는 아웃도어쪽에서는 생소하지만 러닝화로 유명한 브룩스, 미즈노, 아식스, 뉴발란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로는 몬트레일, 라스포티바, 노스페이스, 코오롱, K2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발의 경우 충격 흡수, 탄력, 안정성이 우수한 러닝화 전문 브랜드를 추천한다.

신발과 더불어 중요한 의류는 긴팔, 반팔, 반바지, 타이즈, 스킨스(Skins)와 같은 기능성 이너웨어, 방수자켓, 모자, 양말 등이 기본 세트다. 의류의 경우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이 러닝 브랜드 제품보다 다양한 환경에 적합한 품목이 많기에 가급적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추천한다.

하지만 모자의 경우 러닝 모자들이 좀더 날렵하고 패셔너블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으니 모양새에 신경 쓰시는 분들은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면 좋다. 양말의 경우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인진지 쿨맥스 또는 울 발가락 양말을 많은 참가자들이 선택한다.

배낭의 경우 사이즈가 10~20리터 미만 제품을 사용하며 물백 또는 물병, 음식, 응급처키 용품 등을 휴대한다.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그레고리, 고라이트, 바우데, 팀버라인, 오스프리 등이 있다.

식량은 에너지 바, 젤 등이 있으며 분말로 된 게토레이, 포카리스웨트 같은 제품들을 물에 타서 먹는다. 기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초콜릿, 빵 등의 식품을 휴대하며 장거리 레이스의 경우 간단한 즉석 건조식품들을 준비한다. 그 외 대회 상황에 맞춰서 헤드랜턴, 고글, 게이트 등 여러 가지 용품들을 사용한다.

 트레일 레이스는 패션이다.

트레일 레이스는 패션이다. ⓒ 유지성


PS. 어드벤처 레이스란?
어드벤처 레이스란 쉽게 말해서 마라톤, 철인삼종경기, 인라인, 수중스포츠 등을 한데 묶어서 만든 복합경기라고 이해하면 된다. 전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해마다 수많은 대회가 열리며 대회 별로 약간씩 종목의 차이가 있다. 어드벤처 레이스도 2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Foot Race라 하여 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 아마존 정글마라톤 등과 같은 오지를 달리는 대회와 여러 가지 종목이 혼합된 에코챌린지(Echo Challenge), 마일드세븐아웃도어퀘스트(MSOQ) 등과 같은 멀티 대회로 나눌 수 있다.

- Foot Race
Foot Race는 주로 오지에서 벌어지는 서바이벌 레이스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면, Non-Stop Race와 Stage Race가 있는데, 주최측에서 식량, 장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경우와 대회 기간 동안의 식량과 장비를 자신이 직접 배낭에 메고 가야 하는 서바이벌 자급자족 레이스가 있다. 서바이벌 레이스 대회의 경우 보통 하루에 9~10리터의 제한된 물을 공급 받으며 별도의 개인 지원 팀은 없는 게 특징이다.

장비는 필수 장비, 선택 장비로 나뉘고 독도법의 숙지와 신체검사를 요구한다. 또한 외부의 도움을 받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적발 시 탈락의 가혹한 조치가 따른다. 대회 일은 서바이벌 레이스 대회의 경우, 논스탑 대회 3~4일, 스테이지 레이스는 일주일 이상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 대회로 불리는 중국의 고비사막, 칠레의 아타카마사막, 이집트의 사하라사막 그리고 남극을 달리는 시리즈 대회가 인기다.

- 복합 어드벤처 레이스
복합 어드벤처 레이스의 대회의 특징은, 주로 개인참가보다는 단체의 팀 별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4인 1조 내지 5인 1조를 한 팀으로 보통 4~5일 정도의 대회 기간 전체성적을 토대로 종합 순위를 정한다. 대회 종목은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산악자전거, 카약, 인라인 스케이트, 암벽 등반, 패딩(Paddling), 달리기, 팀 바이에슬론(Team Biathlon) 등과 같은 종목이 있다.

 사하라 레이스

사하라 레이스 ⓒ 유지성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월간마운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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